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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Jul 08. 2021

번아웃 증후군 친구처럼 대하는 자세

바보에게 말하는 번아웃





초고를 끝내고 퇴고까지 끝이 나면서 찾아온 불청객 번아웃 증후군.





1월부터 시작해 4월에 초고가 완성되었지만 퇴고가 남았다. 출판사와 계약을 하고 두 달 동안 초고와 씨름하며 퇴고를 완성하기까지 쉼 없이 글과 싸워야 했다. 그리고 아이와 살림까지 싸워야 했다. 새벽녘에 원고를 마주할 때마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대면해야 했고 슬픔을 대면해야 했으며 아픔을 바라봐야 했다. 


매일 24시간 중 자는 시간 빼고는 초고를 째려보며 읽고 또 읽고 쓰고 또 쓰며 수정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초고보다 퇴고가 정말 힘들다. 초고는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내 안에 모든 것들을 토해내며 쓰다 보니 수정할 때는 초고 쓸 때의 감정이 사라지고 어느 정도 안정감을 찾은 뒤라서 그 문맥의 흐름과 뜻, 감정을 알 수 없을 때가 많았다. 머리를 쥐어짜듯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만 결국 내가 이해 못하는 건 읽는 독자들에게도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하며 아깝지만 지워내야  했다.


두 달 동안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지런히 싸웠고 6월 말이었던 원고 넘기기는 약간 비겨간 7월 6일 출판사로 보내면서 슬금슬금 찾아오던 번아웃은 늘 그랬다. '애쓰지 말지 왜 그렇게 애를 쓰냐고 이제는 좀 쉬어라고 너와 한 약속은 충분히 잘 지키고 있고 잘 지켰다'라고 그래서 불청객은 한걸음 한걸음 다가왔고 출판사로부터 보낸 원고 시점부터 늘어지며 무기력이 찾아왔다.


'아.. 글 써야 하는데' '미룬 포스팅 해야 하는데' '구독자님들을 기다리게 하면 안 되는데' 


나를 옭아매는 마음의 소리는 정신을 어지럽히고 마음을 힘겹게 하더니 번아웃의 초읽기에 들어선 지금. 마음을 다 잡아보려고 다시 컴퓨터를 켜고 키보드를 타닥타닥 거리며 하얀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번아웃이 오면 남들이 하는 것도 내가 하는 것도 모든 것이 무기력하게 다가온다. 화내지 않아도 되는 것을 나에게 화를 내야 하는데 곁에 있는 아이에게 내고 있다.


피해자는 아이가 된다. 번아웃 증후군으로 다시 나를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병은 병으로 대하지 않고 아픈 나를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친구라고 말한다. 


번아웃에서 허우적거리다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기 싫어 무던히 이겨내려고 했다. 딱딱한 자기 계발서를 벗어던지고 부드럽고 촉촉한 로맨스 소설로 나에게 선물을 했다.


메말라 버린 땅에 촉촉이 내린 단비처럼,

풀이 자라지 않던 들판에 꽃이 필 수 있도록 사랑을 배우는 소설책.





읽는 내내 가슴이 벌렁거렸고

얼굴을 붉히며 번 아웃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노력했고 애를 썼다.


이런 나도 조용히 안아주고 사랑하기 위해 선택한 소설책은 퇴고하는 내내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래서 약속한 날짜를 조금 넘긴 날짜에 원고를 넘겼으니까.


번아웃이 오면 한 가지 하는 행동이 있다. 계획을 무시하고 목표를 무시하고 있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늘어지는 거다. 아이가 하는 행동처럼, 놀고 싶을 때 놀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먹고 싶은 것만 먹는 우리 아이처럼 행동한다. 어른이 되기 위해 어른다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한 엄마는 너처럼 어린아이가 되어 너랑 함께 늘어지고 싶다고 한다.


기꺼이 아이는 엄마와 함께 뒹굴고 놀고먹고 싸고를 함께하는 동반 자니까. 그걸 아이는 잘 안다. 엄마가 아픈 걸 알고 절정으로 번아웃 증후군이 올라올 때 아이는 엄마 팔과 다리를 주물리며 허리도 밟아주겠다고 하는 아이가 어찌나 기특하던지.


그 에너지를 받고 오늘 아침은 무기력이 아닌 생기 있고 힘 있게 시작하려고 글을 쓰고 있다. 번아웃은 오래가면 몇 개월도 가는 나를 알기에 내가 원하고 좋아하고 즐기는 일을 찾으면 된다.


다음 주에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면 또다시 수정에 수정을 하겠지만, 지금은 그 시간을 나를 위해 재충전하려고 한다. 그래야만 하고...


작년 9월부터 현재까지 번아웃 없이 잘 지낸다고 칭찬했는데 살포시 온 번아웃은 말한다.




애썼어. 그 누구 도움 없이 쉼 없이 달려온 지금, 이제는 잠시 쉬어도 되니 안심해. 번아웃인 내가 너를 편안하게 인도해줄게



내가 원하는 대로 해석하고 인정하면 된다.


부지런히 달려온 2021년 반.

잠시 쉬어도 된다는 번아웃은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날까지 따라다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신을 다그치고 쉼 없이 달려오는 걸 모르는 바보이니까.


오늘은 가볍게 그리고 약간의 충전하는 시간이라고 그래서 충만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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