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중반 생일상을 직접 챙기다
한여름, 삼복더위에 태어난 나.
음력으로 6월 15일
양력으로 7월 11일
한해중 가장 한가운데에서 태어난 나는 아프기도 많이 아프고 불행이란 불행을 끌어안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너무 아팠다.
2013년,
크게 아프고 나서 음력 생일이 아닌 양력 생일로 지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력이 아닌 양력으로 생일을 지내다 보니 큰 아픔도 큰 고통도 큰 불행도 오지 않았다. 오히려 불행이 닥쳐도 좋은 형태로 다가와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 축복을 받지 못했다. 생일이라고 해서 거창한 생일파티를 원하는 건 아니지만 가족이 모여 밥 한 끼가 소중했다. 소중한 그것이 점점 사라지더니 결국 직접 생일상을 차린 지 8년이 되었다.
남에게 기대어 축복을 바라지 말자고 내 손으로 생일상을 차리고 맛있게 먹고 내가 원하는 선물 하는 것만으로 다가온 생일을 축복했다.
2021년 7월 11일
양력 생일이 왔다. 초복이라고 한다. 삼복더위에 나를 낳고 키운 엄마에게 감사하다며 밥 한 끼 하자고 초대하려고 어제 장을 봤다. 잡채가 먹고 싶었고 지글지글 구운 삼겹살을 먹으려고 준비했는데 엄마는 피곤한지 우리끼리 미역국 먹으라고 연락이 왔다.
안 오면 안 하는 나를 버린 지 오래라 내가 먹고 싶고 내가 하고 싶으면 그냥 했다. 오늘도 그랬다. 작고 어린아이에게 엄마 생일이니 생일국 끓여달라고 하지 못한다.
잠에서 덜 깬 상태에서 부스스한 모습으로 어제저녁에 불려둔 미역을 깨끗이 씻어 소고기 넣고 미역국을 끓이고 새 밥을 했다. 그리고 잡채를 한다고 혼자 분주했다.
잡채도 워낙 많이 해봐서 그런가 30분 만에 완성되었고 아이와 맛있게 자축하며 생일 밥을 먹었다.
누군가에게 축복된 축하를 받는 것도 좋지만 스스로 내 생일을 축하하고 축복하는 것만큼 황홀한 건 없는 거 같다. 아침에 일어나 내가 원하는 옷을 구입하며 나에게 작은 선물을 전했다. 그동안 수고했고 더운 여름 잘 이겨보자고 충분히 행복해도 된다고 스스로 말하며 기쁜 마음으로 입고 싶던 옷, 꿈에서 그린 옷을 구입했다.
덕지덕지 붙은 지방덩어리가 있지만 그 지방덩어리가 오히려 나를 살린 거 같아 행복하다. 언젠가는 빠지니까. 그걸 내가 잘 아니까. 실망하지 않고 입고 싶은 옷을 사면서 행복했다. 충만했다. 감사했다.
스스로 챙기는 생일상은 근사한 생일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