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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Aug 26. 2021

슬럼프 극복기. 내려놓기는 탁월한 선택인가?

우울한 30일 이야기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나요?

슬럼프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한 무한계 미인입니다. 


좀 더 잘해보려고

좀 더 애쓰려고

좀 더 이뻐 보이려고 노력하다 결국 긴 슬럼프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어요.


애쓰는 모습은 나를 위해서였는데 어느 순간 다른 이의 눈치를 보며 스스로 '못난 사람' '부족한 사람'으로 치부하고 있었어요. 그러면 안 되는데...


소설책


한 달 동안 소설책에 빠져 살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데요. 앞 포스팅을 보면 아시겠지만 그때도 소설책에 빠져서 뭔가를 찾고 있었죠.


1년 9개월 동안 쉼 없이 1일 1포 하면서 꾸준하고 성실하게 지냈어요. 그런데 내 힘으로 안 되는 일을 해결하면서 그때부터 슬럼프에 빠진 거 같았어요. 내가 나를 모르고 그렇게 강행을 했죠.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나를 스스로 다그치고 몰아세웠어요. 결국, 내 목을 내가 누르고 있더라고요.


한 달 동안 소설책을 읽으면서 불쑥 튀어나오는 불안과 두려움을 감지하고 명상 책을 읽었고 자존감을 찾기 위해 자존감 수업 책을 읽었습니다.


재테크, 돈 공부 책을 저 멀리 버리고 오직 나를 위한 책을 찾았어요. 로맨스 소설은 아무래도 사랑을 배우기 위함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다가오는 사랑을 알아차릴 수 있잖아요. 부모 사랑, 자식 사랑, 나 사랑을 처음부터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잘못된 사랑으로 힘겨운 지난날을 회상하고 다독이는 절호의 찬스라고 할까요.


한 달 시간은 부족했어요. 올해는 그냥 나를 위한 시간으로 정하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낭떠러지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죠. 어떻게 하면 다시 힘차게 걸어갈 수 있을까?


생각하며 명상을 했습니다. 명상이라고 해서 거창한 게 아니라 티브이를 틀어놓고 멍하니 바라 보고 아이 노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 소설책을 읽으며 울고 웃으며 지냈어요. 그게 저만의 명상입니다. 잡념을 버리고 상념을 버릴 수 있는 명상은 소란스러운 마음을 잠재울 수 있었죠,


소란스러운 불행을 하나씩 되새김질을 하다는 건 더 많은 불행을 끌어당길 거 같았어요, 그래서 썩은 고인 물을 멍하니 쳐다만 봤죠. 답을 찾으려고 하지 않고 그저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 썩은 고인 물을 흐르도록 내버려 두었어요.


누구는 앞서가고 있었고 누구는 뭔가를 하면서 힘차게 응원하고 있었어요, 그걸 가만히 바라보니 내 마음이 초조함을 알아차렸죠. 그래서 누군가의 조언이 비수로 꽂혔던 거 같아요.


그 비수는 상대가 꽂은 것이 아니라 내가 내 마음에 스스로 꽂았던 거였어요.

그래서 아프고 쓰라리고 두렵고 무서웠던 거였어요.


아파하며 비수 꽂은 그 사람을 향해 비난을 마음속으로 했고 불행을 끌어당기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어요. 어느 순간 자다 일어나서 안방에 놓인 책장을 보게 되었죠. 아마 아침에 일어나서 쳐다본 거 같아요. 쭉 들여다보니 '끌어당김' 책을 발견했어요. 떨어지지 않은 눈을 비비고 정신을 차려 책을 꺼냈어요.


한 달 동안 내가 끌어당긴 것이 불행이었어요. 불행한 감정을 쉼 없이 끌어당기면서 하나씩 불운이 들이닥쳤어요. 불행은 하나씩 닥치는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들어오는 것을 또 한 번 느꼈어요.


여름이라 대장이 예민한 걸 잊어버리고 마음이 불안정하니 몸도 반응했어요. 아프지 않기 위해 선택한 길이 또 다른 아픔을 주고 있다는 걸 자각했죠. 하루에 한 번 화장실 가던 내가 하루에 세 번 이상을 가게 되었고 먹었다면 화장실을 갔고 잘 체하지 않던 몸이 먹었다면 체했어요.


이러다 큰일 나게 구나! 두려운 생각이 스쳐 지나갔어요. 나의 보호자는 나인데.. 아이 보호자는 나인데.. 오직 나밖에 없는데 아프면 안 된다고 생각할 때쯤 무조건 원하는 거, 하고 싶은 것만 했어요.


사실 슬럼프에 빠지면서 그간 했던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했어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고 할 수가 없었어요. 할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이 더 크게 작용했어요.


원고 수정도

원고 공부도

글 쓰는 것도

마음 정리도

생각 정리도

살림 정리도 내려놓았죠.


한 달이 가까워지니 집은 개판 오 분 전이었고 방바닥은 머리카락과 아이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으로 뒤죽 엉망진창이었어요. 책꽂이에 있던 책들을 널브러졌고 급기야 책상은 책들로 도배가 되어 있더라고요.


나를 위한 시간, 새벽에 불 멍하기 위해 사다 놓은 캠핑 램프를 들여다볼 시간이 없었어요. 오직 내 감정을 읽기 위해 즐겁고 슬픈 책을 보며 '내가 이 대목에서 왜 울지? 내가 이 대목에서 왜 웃고 있지?' 인지하기 시작했고 예전 20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보였어요.


20대도 힘들었어요. 안 힘들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그러나 내가 하고 싶으면 어떻게든 하고 있었고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내 손에 있었어요. 부모가 해준 것이 아니라 열심히 일한 덕분에 내 손에 하나씩 잡을 수 있었던 결과물이었어요.


그 성취감을 느끼고 싶다는 마음이 보였고 나를 다그치고 괴롭게 만들었던 지금 내 모습을 바라보게 되었어요.


하루빨리 결과물을 손에 넣고 싶어서.....

목을 조르고 마음을 다그치면서 말이죠.


탓을 하지 않던 예전에 비해 요즘은 아이 탓을 하고 내 탓을 하며 스스로 슬럼프에 빠지며 함정을 만들고 있었더라고요.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한 상황 속에서 속으로 울기 싫어 로맨스 소설책을 읽었던 거 같아요. 책을 읽다 울어도 웃어도 아이는 자신 때문에 엄마가 우는 게 아니라고 생각할 거 같았어요. 책 때문에 웃고 울고 있다고 인지했는지 눈에 눈물이 또르륵 흐를 때마다 "엄마 왜 왜 책이 뭐라고 해? 나도 알려줘?" 귀에 대고 속삭이더라고요. 그러면 이해하기 쉽게 말해주면 이해하는 부분에는 함께 웃고 모르는 부분에서는 자신은 웃기지 않다고 말하며 자신이 하고 있던 놀이를 했어요.


내 마음 형태가 어떤 건지 모르면 사랑도 배려도 신뢰도 믿음도 다가오지 못하고 퇴색된다는 걸 마흔이 훌쩍 넘기고서야 배우게 되었습니다.


한 달 시간은 헛되게 보내지 않았다고 스스로 다독였어요. 양 팔로 내 어깨에 올리고 도닥여 줬어요.


이미 답은 내 안에 있거든요. 현재를 부정하고 회피하려는 마음을...

인정해달라고 조급한 마음을...

계획대로 이루고 싶다는 욕심이..

그러나 몸이 따라주지 않았어요. 배가 아프고 화장실을 수십 번 다니면서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더는 나를 괴롭히면 안 된다고 쉼을 주자고... 결국 한 달이 걸렸습니다.


7월 26일 일기, 해빙 노트, 블로그, 브런치를 내려놓았죠. 중간에 글을 포스팅했지만 억지로 한 거였어요. 해야 하니깐 남들이 하니까 내가 안 하면 도태되니까 했는데 결론은 나를 힘들게 했던 행동과 생각이더라고요.


이제는 조금 알 거 같아요. 내 안에 답을 안고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걸.. 답을 회피하고 다른 걸 보고 있다는 거를,..


힘들다고 다 때려치우고 현재에 안주하려는 마음을...

현재 상황이 다른 이와 다르다고 주저앉으려고 했어요. 길을 찾지 않고 두려워하고 있었어요.


더는 미루지도

더는 조급해하지도

더는 주저앉지도

더는 탓을 하지 않기로

답을 찾으면서 고요한 마음을 들여보게 되었습니다. 한 달가량 잠이 오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고 죽자 살자 하고 싶은 것만 하다 보니 슬그머니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이 움직였어요.


한 달 동안 쉬면서 간절했던 건 글을 써야 한다는 거였어요 뭔가 됐든 누가 보든 쓰고 싶은 대로 써야 한다는 마음이 컸죠. 그러나 움직이지 않았어요.


아직 멀었다고

아직 아니라는 내면 소라가 시끄러웠거든요.


쓰고 싶다가도 컴퓨터만 보면 숨을 쉴 수가 없었거든요. 왜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파급력이 컸어요, 어떤 이의 한마디 파급력이 정신을 아찔하게 했고 마음을 다치게 했으니까요.


그렇게 한 달을 보내면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 모습이 발전이 있든 없든 글 밥이 늘어나지 않든 있는 그대로 내 모습을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다른 이의 평가가 내 기준이 아니라는 걸 아니니까요.


참 웃기죠. 내 안에 답을 안고 있으면서 인정하지 않았던 거죠.

그걸 알면서도 외면하는 마음이 얼마나 아프고 고달픈 건지 뼛속까지 알게 되면서 30일은 달콤하면서 씁쓸했어요. 글은 답은 없죠. 내 생각과 내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일 뿐..


내 생각과 마음이 다른 이에게 공감이 되면 그걸로 만족하면 되는 걸 뭘 그리 잘하려고 그랬는지..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걸 알면서 1년 9개월 동안 글을 썼다고 더 나은 모습을 보이려고 기를 쓰고 애를 쓰는 내 모습을 자각하는 것만으로 30일은 무모하지 않았던 여행이었어요.


나은 모습이든 그렇지 않은 모습이든 이건 나의 모습이니까요.

또다시 나락으로 떨어지겠지만 그때는 저에게 말할 거예요.


충분히 애를 썼어.

충분히 잘해 왔어.

충분히 잘 견뎠어.


이제는 쉬어. 편안히 쉬다 보면 또 다른 길이 보일 거야. 그때는 다시 힘을 내고 걸어가 보자. 낙담은 금지, 비방과 비판도 금지, 부정적인 생각도 금지. 너도 사람이니 때로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하겠지. 그런 너를 비난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아픈 마음을 들여다보자. 금세 일어날 거야. 너는 늘 일어섰으니까. 오뚝이처럼...


다시 시작


다시 시작합니다. 2021년 가을을 바라보며 하루 몇 시간이라도 몰입할 거예요. 이제는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용기와 힘이 생겼거든요.


힘들 때 모든 걸 내려놓는 것도 참 좋은 방법인 거 같아요.


당신은 힘들 때 어떤 선택을 할까요? 슬럼프, 우울, 무기력, 불행이 찾아오면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면 함께 나누고 이야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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