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 이야기
지난밤 안녕하셨나요?
음악을 사랑하는 무한계 미인입니다.
늦은 아침을 맞이하는 저는 지금 이 시간이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음악도 듣는 시간이랍니다. 매번 그렇지는 안고요. 기분이 날 때마다 종종 하는 루틴이기는 해요.
자다가 비 오는 소리를 듣고 후다닥 일어났더니 빗물이 거실 안으로 들어왔더라고요. 빛의 속도로 창문을 다 닫고 일어났어요. 그 시간이 오전 10시 30분이었습니다. 참고로 새벽 3시에 잤어요. 으흐흐흐흐
아이와 늦은 아점을 먹은 후 햇살이 거실로 스며드는 거예요. 후덥지근한 날씨 덕분에 닫혀 있던 창문을 활짝 열고 선풍기 두 대를 돌리며 식탁에 앉아 있어요.
아이는 '흔한 남매' 열심히 시청하고 있고요. 어린아이가 흔한 남매 이야기를 알아듣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아이의 성향을 존중하기로 했어요.
어릴 때부터 뽀로로를 봐야 하는데 콩순이를 보고 콩순이 보는 나이에 유튜브 영상을 찾기 시작하더라고요. 집에 있는 책이 고학년 책이라서 그런지 또래보다 지식이 있던 책을 읽어달라고 했어요. 읽어 주는 내내 저도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안 될 때가 있기 했어요. 자신 보다 큰 책을 낑낑거리면 가져왔거든요. 글 밥도 많은 책을...
4살 때는 공룡 책과 자동차 책을 그렇게 보더라고요. 남자아이만 보는 책이 아니라며 말은 하지만 내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더라고요. 공룡카드부터 자동차 책을 구입해서 꾸준히 보여줬더니 지나가는 차들의 바퀴를 유심히 보는 모습을 포착했어요. 그러다 저에게 묻는 거예요.
"엄마! 저 바퀴 무늬는 다른 바퀴랑 달라! 왜 그래"
흐미
엄마는 자동차에 관심 없는데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고심하다 대충 둘러댔어요.
아이는 자동차 안에 부속품이 궁금했던 거였어요. 자동차를 정비소에서 하는 거처럼 두들기고 그 안에 뭐가 있나 보려고 했던 거 같았어요.
4살과 5살 간극에서 타요에 나오는 주인공 차를 다 구입하고서야 5살 중반쯤 자동차를 거들떠보지 않았어요. 간혹, 자동차와 싸움 놀이는 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의 기질이 뭔지 성향이 뭔지 분석하기가 난해해졌어요.
장난감 코너에 가면 자동차를 손에 넣었거든요. 마트나 장난감 매장을 가기 전에는 아이는 이렇게 말했어요. 이쁜 공주 인형을 살 거라고. 근데 자신의 손에는 어김없이 자동차를 끌어안고 사달라고 했어요. 우리 아이는 자동차와 깊은 인연이 있는 건지 성향과 기질이 자동차와 맞는 건지 알 수 없었어요. 그렇게 자신이 원하는 걸 찾다 지금은 6살이 되고 나서 바비인형에 빠지고 미니어처에 빠지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드는 모습을 종종 목격해요.
칼싸움, 총싸움도 종종 하긴 해요. ㅎㅎㅎㅎㅎㅎㅎ
남자로 태어날 걸 잘못했나 생각이 들 정도로 노는 모습을 보면 터프하거든요...
친정엄마는 아이 하는 행동을 보며 매번 이런 말을 했어요.
"동생 보면 남동생이겠어!"
딸 둘과 아들 하나 출산한 엄마지만 손주들은 딸뿐이고 남동생이 결혼하고 낳은 손주가 유일한 손자였어요. 내 나이가 몇인데 아이 노는 모습에 종종 남동생 말을 해서 기대치를 겪어버렸죠.
"내 나이가 몇인데.. 그리고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내 목숨 담보로 아이를 낳았어. 그런 말 하지 마. 낳을 생각도 없지만 더는 아이만 키우다 내 세상을 맛보지 못하고 죽겠어."
이 이야기는 2년 전 했던 대화였어요. 마흔 중반에 아직까지 육아를 하고 있으니 어떨 때는 답답하고 어떨 때는 행복해요.
아이의 기질을 찾는 건 참 어려운 거 같아요. 억지로 찾지 않고 묵묵히 곁에서 지켜보고 필요한 것들을 채워주면 아이의 성향이나 기질을 발견할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원하는 것만 찾게 부모는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는 거 말고는 없는 거 같거든요.
어제 계획 세웠던 일과 중 하나를 이루지 못했어요. 그걸 오늘 보충하며 우리 아이의 성향을 지켜보려고 해요. 유튜브를 보고 말을 배웠고 유튜브를 보고 맛을 알아가고 유튜브를 보면서 운동도 하는 아이는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걸 찾는 거 같아요.
요즘은 유튜브 채널에서 곤충, 동물, 식물로 바뀌는 거 같아요. 게임도 줄곧 보기도 하고요. 저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게임 영상만 틀면 '엄마는 게임 재미없어' 말을 하면 자신이 재미있다고 그래요.
자금도 에그 박사 채널을 틀어놓고 낚시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아이랍니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유튜브 영상에 몰입하지 않아요. 장난감을 가져와서 놀기도 하고 콩콩이나 바비 인형을 가지고 와서 밥도 먹이고 요리 하면서 놀아요. 이것들이 다 공부고 놀이 아니겠어요.
엄마는 노트북과 책으로 씨름 중이라면 아이는 아이 원하는 걸 찾아가면서 놀고 있는 거겠죠.
어디를 다니며 보여주고 체험도 좋은데요. 운전 못하는 어미이기에 대중교통이 벅차기도 하고 걷는 걸 무지하게 싫어하는 아이를 업고 다닐 힘도 없어요. 올해 안에 운전면허 시도하려고 해요. 그러려면 아이가 유치원을 다녀야 하는데 안 간다고 하니 막막하네요.
작은 자동차라도 있어야 가고 싶은 곳 훌쩍 떠날 텐데 말이죠. 코로나 걱정 없이 말이죠.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다 보면 하루 절반은 대중교통을 기다리다 시간을 보내는 거 같아요. 어서 어서 운전 트라우마를 깨부셔 버러야겠어요. 운전 트라우마는 6년 전 심한 꿈을 꿀 정도로 트라우마가 자리를 잡고 있어요. 사고도 당했고 여자라고 무시하는 남자들 입이 참 무서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와 나를 위해서 올해 해보려고요.
기관에 보내는 것보다 자연이 주는 선물을 공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요.
나를 위해..
아이를 위해..
부지런히 한계를 하나씩 부셔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