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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Sep 15. 2021

애쓰지 않는 나를 위해 주는 선물은 무엇?

나에게 보내는 편지


요즘 들어 나에게 꾸준함과 인내가 부족하다. 예전 나라면 정신을 차리고 마음먹었던 일을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밀고 나갔다.



그 길이 잘못되었다고 하더라도 힘들고 지치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끝까지 가보는 게 나의 주 특기이자 장점이었다. 그 끝이 궁금하기도 하고 나 자신과 싸움에서 이기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싸움에서 발을 빼고 온전히 나를 위해 쉬고 싶은 마음만 들었다. 내 나이 마흔을 넘기고 쉰을 바라보는 문턱에서 일분일초가 아깝다고 느끼지만, 지금 이 휴식을 버릴 수가 없다.



아이와 뒹굴고 싶고 온전히 내가 하고 싶은 것만 찾아서 하루 종일 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게 답은 아닌데도 자꾸만 그러고 싶다.



나와 한 약속 중 이행하지 못하고 뜸을 들이고 미루고 있다. 왜 그럴까?



나 자신에게 물어보지만 뚜렷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무작정 쉬고 싶고 하던 대로의 루틴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찾는 건 확실하다.



글 쓰는 것도 재미가 없고 축축 처진다.



오로지 방바닥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다. 모든 것이 완벽한데도 그러고 있다.



참 답답하다. 한번 떨어져 버린 자신감과 자존감은 쉽사리 회복하기가 힘든다. 때때로 예전에 살았던 아산과 천안이 그리울 때가 있다. 아마도 지금 짊어지고 있는 짐의 무게가 버거워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그때 그 시절이 떠오르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산과 천안을 살면서 행복한 나날은 없었다. 그저 숨죽이고 눈치를 보며 살았으니까. 겉으로 보기에는 눈치를 안 보고 대범하게 지내는 걸로 보이지만 (제삼자 눈에서는) 나라는 나는 속 졸이며 하루를 견디고 버텼다.



그때는 절실해서 책을 읽고 나라는 사람을 알아가려고 노력 해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속 졸이며 살아가지 않아도 되는 일상이 선물로 받고서 나태함이 슬며시 다가왔다.



나태함이라고 나를 채찍질을 하지만, 다른 의미로 생각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동안 숨죽이며 살아왔고 눈치를 보며 살아왔기에 지금이라도 자신을 되돌아보고 쉬며 가라고 선물 준거 같다.



그러나 나는 나를 잘 안다. 한번 놓아버린 그 끈을 다시 잡기까지 시간도 걸리고 마음을 다시 잡기까지 많은 고통이 따른다. 그 고통을 알기에 꾸준히 해보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노력은 아름다운 결실로 다가왔지만 지금은 그 결실을 맛볼 때가 아니라 다른 결실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자신감과 자존감을 무장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자꾸만 드러눕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고 싶다.



온전히 나를 위해 시간을 쓰고 싶은데 마음 한편으로는 안된다고 아우성을 친다. 아우성 때문에 힘들다.

내가 나에게 중심을 잡지 못하니 더 힘들고 지친다.



이번 주만 쉬다가 다음 주부터라는 말을 한 달 가까이하고 있다. 결국 9월 중순에 접어들었고 월 말이 보이고 있다. 악바리라고 소문난 나는 점점 악바리를 내려놓으려고 하는 거 같다.



'조금은 천천히'

'조금은 느리게'

'조금은 편안하게'



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생각 정리는 그냥 하는 게 아닌데. 뭐가 됐든 뭐라도 해야 하는데 자꾸만 머릿속으로만 정리하고 만다. 큰일이다.



나를 다급 치지 말자고 했는데 다급 치는 나는 어딘가 모르게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 불안한 마음은 9월이 지나고 10월이 되어야 안정을 찾을 거 같다.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하는 일도 많다.



차일피일 미루다 이도 저도 아닌 결과물 없이 2021년을 보낼 것만 같아 두렵고 무섭다.



나를 위한 결과물을 올해 안에 내어야 한다는 무언가의 압박으로 지치게 한다. 다시 나를 위해 뭐가 먼저고 뭐가 나중인지 따져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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