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빈 작가 Sep 25. 2021

부산 기장 소원사, 장안사 해운대 미포 복정식 먹다

부산 가볼 만한 곳

조용히 있던 일상에서 한 번씩 이탈하고 하고 싶을 때가 있다. 혼자라면 가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겠지만 지금은 아이가 있기에 좀처럼 시간 내기기 참 힘들다. 큰마음을 먹고 해운대를 다녀와야 하고 큰마음을 먹고 외출을 해야 한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운전을 못해서 자차가 없는 게 문제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모녀라서 늘 늦은 시간에 움직이어야 한다는 게 늘 발목을 잡았다.


그래서 가고 싶은 사찰이나 바다를 볼 수가 없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다 보면 몇 번의 환승을 해야만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기 때문에 바다도 사찰도 부산 곳곳을 다니는 게 버겁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 엄마 지인분이 운전을 해주겠다는 말에 콧바람도 쐬고 맛난 음식도 먹으면서 알찬 하루로 마무리를 했다.


일단, 엄마가 가고 싶다고 노래 불렀던 소원사부터 다녀왔다. 그동안 무더위로 잠시 미루었던 사찰을 가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줘서 다니기가 한결 수월했다.


차로 이동하면 30분이면 도착할 소원사가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면 2시간이 걸리는 거리라 늘 포기를 했었다.



그렇게 조용한 법당에 들어가 내가 원하는 소망을 마음속으로 기원하며 향도 피우고 초에 불도 밝히니 마음이 푸근했다. 마음을 다 잡지 못해 힘들었던 그간의 시간을 고요한 이곳에서 마음을 헤아렸다.


기장이라며 정관 신도시를 떠올리지만, 신도시가 아니어도 꽤 괜찮은 곳이 많다.

소원사 입구에서 마주친 사마귀..



아이는 기겁을 하며 도망쳤고 함께한 지인분은 아이를 놀렸다. 사마귀를 잡아서 아이에게 주기도 했고 잡아보라고 눈앞에 사마귀를 가져대니 화들짝 놀래서 고함을 치고 도망가니 고요한 사찰은 시끌벅적했다.


산속에 둘러싸인 소원 사는 새소리를 벗 삼아 공부하기 좋은 분위기이다.


소원사를 둘러보며 경치를 감상했다. 누구의 바람과 소원을 들어줄 거 같은 풍경.

조용히 자신이 행해야 하는 수행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저절로 나 자신을 들여다보게 했다.


소원사를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드라이브라도 하자며 장안사를 가게 되었다. 빗방울이 떨어지고 운치가 흐르는 장안사를 보며 숙여해 졌다. 기장에는 용궁사도 위치해 있지만 가는 길이 험해서 다음을 미루고 장안사를 향했다.


이쁜 팔찌도 사고 연꽃 모양으로 된 크리스털을 구입했다. 크리스털을 바라보니 시끄러운 내 마음을 고요히 바라볼 수 있을 거 같았고 곁에 있던 아이가 이쁘다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 반응은 사고 싶다는 것이기에 가장 이쁜 크리스털을 구입했다.


매점을 구경하고 나니 우리가 여기 온 목적을 잃어버린 거 같았다. 대웅전을 천천히 걸어가 조용히 소원을 빌었다.


간절한 그 소망

절실한 그 소원

절박함을 가득 담아 기도를 했다.




대웅전을 나오니 더더 마음이 가뿐해졌다. 그 길로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해운대로 향했다. 여기를 기억한 건 복 불고기가 너무 맛있었다. 언젠가는 또 한 번 가리라 다짐을 했었다.


그러다 세상 힘든 일이 나에게만 쏟아졌고 힘든 일들을 해결하면서 결국 12년 만에 해운대 미포를 오늘에서야 다녀올 수 있었다.


해운대 미포는 복집으로 유명했었다. 12년 전에는 말이다. 운전해 준 엄마 지인분에게 엄마에게 그리고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아이를 위해 해운대 미포로 향했다.



해운대 미포는 12년 전과 많이 변해 있었다. 물가도 배로 올라 복정식이 예상했던 금액보다 높았다.


복정식은 복 불고기와 복지리 그리고 복 튀김이 차례대로 나오는 음식이다. 해운대를 찾았다면 꼭 복정식을 먹어야 한다.


처음 본 복 정식은 아이도 신기해했다. 약간 매운 복 불고기도 잘 먹어줬고 복지리에 밥 말아 잘 먹는 아이 모습에 그저 흐뭇했다.


12년 동안 먹고 싶어도 갈 수 없었던 시간들을 회상하니 갈 수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마음에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여유가 없어서 해운대 미포를 생각에서 지웠다. 다시 부산에서 정착하면서 해운대 미포가 떠올랐다. 사실 해운대 청사포가 헷갈렸다. ㅎㅎㅎ 해운대 청사포는 조개구이가 유명하다.


코로나로 다니지 않고 집에만 있는 모녀가 안쓰러워 절에 가자고 조르는 엄마를 마다하지 못하고 기장으로 해서 해운대 미포까지 다녀왔다.


복 정식 35,000원


가격은 있었지만 일행들이 다 맛있게 먹어줘서 참 다행이다 생각했다.


나도 음식에 집중하며 먹고 싶은데 곁에 있는 아이를 챙기느라 늘 후발대에 음식을 먹게 된다. 후발대로 먹다 보면 음식 맛도 떨어지고 입맛도 떨어져 몇 점 먹지 않고 배가 불러와서 제대로 맛을 음미하지 못했다.


아이가 얼른 커줬으면

이제는 육아에서 해망 되었으면 하는 마음 반,


쑥쑥 자라는 아이를 바라보며

천천히 커줬으면 하는 마음 반이다.


하지만 16년 동안 육아를 했으면 많이 했다고 이제는 쉬고 싶다는 내 마음은 꾹꾹 눌러 담고 아이가 청소년이 될 때까지 기다려본다.


정말 몇 달 만에 해운대 나들이로 기분이 상쾌했고

가고 싶었던 절에 다녀와서 행복했다.


차가 막히는 시간의 귀가를 한 터라 드라이브한 것보다 귀가는 그 시간이 더 많이 걸려 지겹기도 했다.


엄마는 절에 다녀오니 마음이 편안하다고 했다. 이제는 열흘에 한 번씩 절에 다녀오자고 말한다. 나도 그러고 싶다.


얼른 운전 트라우마를 깨 부스고 운전면허증을 따리라 기약하며 운전면허 필기 책을 구입했다.


내일은 집안도 정리하고

밀리 원고 정리도 하고

머릿속도 정리하면 하루가 마무리될 듯하다.


부산에 오면 해운대 배 사장만 거닐지 말고 해운대 미포, 청산포에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사람 구경도 하고 바다도 구경하는 일석삼조가 될 듯하다.


내가 운전하게 되면 그동안 기록한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하나씩 해보리라.

매거진의 이전글 작년 가을과 올해 가을이 다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