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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Nov 01. 2021

2021년 10월 갈무리는 11월 생기를 불어넣어 주다

싱글맘 스토리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어느덧 11월이 되면서 마음가짐이 새로워졌다.


그동안 넋 놓고 흘러가는 시간들을 아쉬워하면서도 늘어졌다. 지금 생활에 만족하고 안주하려는 옛 습관이 슬그머니 찾아왔다. 슬그머니 찾아온 습관을 억 악하기보단 그대로 받아들였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 상태,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했다.


때론 뒹굴어 늘어지기도 했고 빡시게 집안 청소를 하기도 했으며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정부 지원금을 알아보며 파헤치기도 했고 원 없이 로맨스 소설을 읽으며 울다 웃다는 반복 했다. 그러다 내 생활이 만족스러워 아이 생활도 만족시키기 위해 10월 한 달 동안 열심히 구경했다.


엄마가 태어나고 자란 부산을 이곳저곳 구경시키면서 엄마 어릴 적 추억을 아이와 도란도란 이야기하기도 했다. 내가 태어난 곳 '부산 영도'를 찾아 새로 변화된 동네를 한참을 바라보며 '여기는 뭐가 있었고 저기는 없었던 것들이 들어섰다'며 감탄을 했다.


그렇게 일주일에 세 번 아니면 네 번을 동네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둘러보며 가을향을 만끽했다.


내 마음이 움직이는대로 하라고 하는 대로 한 달을 원 없이 살았다. 미뤄진 일은 접어두고 쌓인 일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기한을 정하고 마음이 끌리는 대로 시작한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예전 나라면 아마 나를 채찍질하며 원망의 소리, 질책을 하며 의지가 없는 나를 비판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책을 읽고 나를 믿기를 한 이상 나 자신을 비판하지도 않고 하고자 하는 일은 내 마음 소리라고 믿었다. 아니 확신이 있었다.


확신하며 아빠가 없는 아이를 위해 엄마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했다. 이 최선은 아이를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 나를 위한 최선이었다.


무너지지 말자고.. 무너지려고 하는 순간 먼 미래를 상상하며 지금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작업을 수없이 했다. 그 사이 안 좋은 일도 일어났고 병도 다시 생기면서 나를 더 들여다보며 미래를 위해 지금 이 시간을 즐겼다. 그래야만 했다.




정관 신도시에서 10월 갈무리


아프면 안 되니깐...


가장 절실했다. 작가가 되는 것도 좋고 먼 미래를 상상하는 것도 좋지만 현실을 마주해야만 미래가 있기에 현재를 집중하며 싫은 일은 잠시 미뤄두고 누군가와 비교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SNS를 멀리했고 가장 사랑하는 글쓰기는 멀리했다.


글쓰기를 미룬 이유는 회의감이 들었다.


'내가 글쓰기 재주는 있는 걸까?' '이 길은 맞는 걸까?' '상상력이 부족한 내가 다른 글은 쓸 수 있을까?' '초심을 잃어버린 지금 내 위치에 안주하는 건 아닐까' 수만 가지 생각으로 가지치기를 했다.


글은 쓰면 쓸수록 부족했고 쓸 수 없을 정도로 힘들게 했다. 나약한 내가 과연 끝을 맺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미치는 줄 알았다.


부족한 글이 과연 다른 이에게 그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는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끝도 없는 부정적인 생각과 부정적인 에너지를 뒤로 하기 위해선 원하는 걸 해야 했다.


그 원하는 것은 SNS를 잠시 내려놓고 (열정을 내려놓고) 글을 내려놓고 독서를 내려놓고 나를 내려놓았다.

욕심, 기대, 열정 등 나를 무겁게 다가온 짐을 내려놓고서야 먼 미래가 다시 보였다.


사실, 친정살이를 할 때는 몰랐다. 엄마가 어려운 일을 해결했으니깐.. 어려운 상황 속에서 나와 아이는 그저 엄마 뒤에 있으면 해결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피부로 와닿고 몸소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점점 쌓이다 보니 글과 멀리하게 되었고 부담감으로 자리 잡았다.


모든 걸 내려놓은 지 3개월..


부족한 시간일 수도 있고

넉넉한 시간일 수도 있다.


지금은 충분한 시간을 보내며 아이와 내가 성장하고 있다.


다른 보호자 없이 살아가는 지금 문득 엄마를 생각하게 되었다. 엄마는 홀로 되고 어떤 마음으로 우리를 키웠고 살았는지 어떤 정신으로 버티었는지 궁금했다.


지금 나와 같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오로지 생계를 위해 발버둥 친 거 같다. 자신이 원하는 일이 뭔지 모르고 생계를 위해 노력한 엄마이자 여자였다.


그러나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고 있었다. 가지고 싶은 물건을 사고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 있었고 정말 하고 싶은 '작가'가 되기 위해 마음 생각을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정관 신도시에서 10월 갈무리


엄마는 오래전부터 자신이 원하는 일이 물장사?라고 여겼다. 사람들과 부대끼고 술 한잔 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들을 그들에게 듣는 생활이 즐거웠다고 했다. 이제는 나이가 들고 조금은 쉬운 일을 하고픈 엄마를 볼 수 있었다.


밤늦게까지 술 한잔 하는 건 생계를 위한 거라며 요즘은 힘들다고 했다. 수십 년을 그곳으로 출퇴근했으니 지겨울 수도 있고 조금은 편안한 일을 하고 싶은 엄마 마음을 헤아리게 된 건 내가 지금 엄마 상황과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놀고 싶어도 놀 수 없는 엄마. 자식들이 있으나 각자 인생을 살아가기 바쁜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지금까지 장사를 하며 지내고 있다.


술장사라고 나쁘게 인식한 나는 엄마가 하는 장사를 이해했다. 몸 파는 술장사가 아니라 외로움을 달래는 그들에게 위로가 되는 그런 일을 하고 있었다.


장사가 잘되면 신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지금은 불황 중에 불황속에서 '재미없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하고 있다. 엄마도 이제는 자신을 위해 다른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걸 큰딸인 내가 알아버렸다.


나는 내가 하고 싶고 해야만 하는 일이 즐겁기도 하고 부담감으로 다가와서 슬럼프에 빠져서 허우적거릴 때 엄마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한탄을 했다.


그런 엄마를 알기에 아이와 함께 삼대가 소소하게 부산여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마음을 잡았다.


곧 멋지게 도약할 거라고...

여자 인생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글로 녹여보겠다고...


나는 이미 충분하다.

엄마의 인생과 나의 인생을 글로 녹이고도 남을 정도로 차고 넘쳤다.


삼대는 여자만 존재한다.

 여자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는 누구나 평범하게 지내고 있지만 자신만의 스토리는 분명히 존재한다. 남들보다 덜하거나 더한 거는 각자 살아가는 방식 차이뿐이다.


슬럼프에서 빠져나와 11월 첫날..

컴퓨터에 앉았고 원고를 들여다본다.


실력이 되지 않으면 다른 사람 힘을 빌리면 된다는 아주 간단한 진리 하나로 여자가 남자 없이도 험한 세상을 이기는 글을 녹여본다.


이제부터 실전이다.


더는 현재 생활에 안주하지 않고 조금 더 한 단계로 올라가야 한다.


10월 31일, 10월의 마지막 날


자주 찾던 사찰을 찾았다. 부처님에게 간절히 기도했다. 슬럼프에서 헤어 나와 11월부터는 마음을 잡고 원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켜봐 달라고...


누구의 도움 없이 여러 번 대중교통을 갈아타며 한 시간 넘는 시간을 투자하면서 가야 한 하는 그곳.

그곳에만 가면 마음이 고요하고 편안하다. 차로 이동하면 40분인 거리를 대중교통으로 1시간 30분이 걸리는 거리지만 여행하는 기분으로 걷고 또 걸으며 간절한 소망을 담아 기도를 했다.


아이는 엄마 따라다니며 자신의 소망을 담아 기도를 했다고 한다.


"우리 세연이는 뭐라고 기도했을까?"


"음, 나는 유치원 다닐 수 있게 해달라고 했고 엄마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했지!"


가슴이 먹먹했다. 아프다는 소리만 들어도 화들짝 놀라 어쩔 줄 모르는 아이는 결국 기도를 엄마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단다.


감사하고 가슴이 아팠다.


아이의 기도를 들으며 더는 아프지 말고 건강을 챙기자고 한번 더 다짐했다.


마음이든, 몸이든 더는 아프지 않아야 하고자 하는 일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담을 쌓았던 글,

죽기보다 싫은 퇴고,

두려웠던 글과 다시 마주해본다.


내가 내 글을 사랑하고 아껴야 다른 이들도 내 글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걸, 알면서도 안 되는 나를 반복적으로 깨닫게 된다.


더 좋은 것이 오려고 다시 잡은 마음이 늘어지고 포기했던 지난 3개월.

이제는 아니다.


계획을 세우고 몸과 마음을 바쳐 하나씩 하며 성장해보려고 한다.


2021년 가을 끝자락에서 갈무리하며 세 여자의 인생 스토리를 곧 향해본다. 상상력이 부족한 나는 상상력을 키우기 위해 글의 근력, 상상력 근력을 키우며 느리지만 천천히 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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