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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Jan 12. 2022

나는 아픔으로 마케팅합니다.

투병인의 마케팅

20년 전과 10년 전 두 번을 나눌 수 있는 병원 생활은 삶이 고달팠다. 누구는 사업을 실패해 고달픈 삶을 살아가고 누구는 마음이 아파 고달픈 삶을 살아간다.


고달픈 삶 중에 나에게는 병이 찾아왔다. 삶 중 가장 고달프고 힘든 건 당연히 몸이 아픈 거다.

나에게 다가온 고달픈 삶은 몸으로 찾아왔다. 그것도 두 번이나, 한 번으로 족한 병은 두 번을 겪었다. 정말 피하고 싶었다. 이건만은 제발 피해 가라고 했다. 그러나 내 곁에 다가온 고달픈 삶은 피해 가지 않고 나에게 안주했다.


몸이 병들고 말았다. 병원생활을 하면서 최악의 말까지 듣고서도 당당히 살아났다.


병원에서 더는 가망이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이 세상이 원망스러웠고 억장이 무너졌다.


한참을 원망스러워하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대로 죽을 수 없었다. 이건 신이 장난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병원에서 더는 생명 연장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순간, 썩은 동아줄을 붙들고 애원했다.


기적이 있다면, 그 기적으로 나를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그렇게 두 번의 병원 생활.

처음 병원생활은 6개월, 마지막 병원 생활은 3개월로 마무리 짓고 이제는 그 아픔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


처음 글을 쓸 때, 주부인 내가, 아이 엄마인 내가, 사회와 단절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글 쓰는 거 말고는 없었다. 그동안 경험했던 투병 토대로 쓰기 시작했다.


무섭기도 했고 불안했기도 한 그 시점으로 생각하니 마음이 무너졌다.

최악일 때, 다시 살아날 수 있었던 건 단 하나였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나를 믿었다. 제 아무리 의학적으로 죽음이 곧 다가온다고 해도 나는 믿지 않았다. 부정 속에서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던 건 긍정의 메시지였다.


그렇게 두 번의 투병을 이겼고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처음 투병일 때, 병명은 경추 1,2번 탈골로 인한 수술이었다. 수술 후 사경을 헤매었고 의사에게 죽여달라고 했다.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마지막인 투병 병명은 궤양성 대장염이다. 수술은 극히 피하는 병, 그러나 약으로 잘만 다스리면 현재를 이기고 정상인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


이 모든 건 나를 내려놓지 않고 나를 믿어서 얻은 기적의 선물이다. 

그리고 이 병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글로 풀어냈다. 그 결과 운 좋게 티브이에도 출연하게 되었다.

그게 건강 프로이지만, 천운이라고 말하고 있다.








왜 다들 운이 들어오면 노를 젓어라고 하는지 티브이 출연 후 절실히 느꼈다. 글을 쓰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다. 주부로 살아온 인생은 자존감도 자신감도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저 곁에 있는 사람 뒤에서 숨어 지내고 있었다. 아픔조차 죄책감으로 가지고 살고 있었다. 아프면 내 탓이었고 내 몸 내가 관리하지 않아 얻은 병이라고 다들 말을 했다.


그저 희생한 거라고 병명 아닌 병명을 했지만 그건 내 생각이었다. 희생을 강요한 사람은 없었으니까.


결국, 결과를 보면 내가 나를 학대해서 희생했었고 병을 얻었다. 보석보다 귀한 병을 얻고서야 내가 살아야 할 방향을 잡았다.


아픈 병은 나를 죄책감을 주려고 온 것이 아니었다. 아픈 병으로 뭔가를 전하라는 메시지이리라.

메시지를 알아차렸을 때는 불과 4년 전이다. 


아픈 건 내 잘 못이 아니고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극복하고 해결하면 병은 얄미운 친구가 아닌 찐 사랑을 간직한 병임을 알았다.


병으로 인해 운동을 하게 되었고 내 몸에 맞는 음식을 찾을 수 있었으며 내가 나를 찾게 되었다.

가장 행복한 일은 내가 원하는 일을 찾게 된 것이다.


아프면 숨기지 말고 어디든 쏟아버리자고 다짐하고서야 무거웠던 몸은 가벼워졌다. 숨기지 않으니 사방으로 운이 들어왔다.


아픈 내 몸으로 지금은 마케팅 중이다. 병은 진행 중이지만, 호전 중이다. 

호전 중이니 그동안 경험했던 일들을 토대로 글을 쓰고 또 쓰기를 반복하고 있다. 


건강한 삶이란? 병든 내 몸일지라도 가능하다. 마음껏 웃고, 마음껏 소리를 지르고, 마음껏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건강한 삶이 아닐지.


지금 나는 건강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기 싫은 일은 억지로 하지 않고 실수를 했던 실패를 했던 회피하지 않고 '인정'하기 시작했다.


인정하니 불안한 삶이 잠잠해졌다. 아픈 병도 잠잠해졌다. 


지금 내가 아픈 곳이 어디인지 곰곰이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아픈 곳을 글로 풀어내 본다. 어디든 속 시원하게 써 내려가다 보면 어디에서 아픔이 찾아오는지 알게 된다.







나에게 온 병은 우연치고 무서웠다. 병을 인지하고 난 뒤, 낫지 않는다고 수치스러워하지 말고 병을 함부로 대하지 말자고 했다. 결론은 아주 근사하게 다가왔다.


영원한 친구, 나의 단짝은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어김없이 찾아온다. 조심스럽게 나를 안아준다. 그만 자책하라고.. 그만 미워하라고 그걸 알아차리면 살아가는데 한결 수월해진다.


수월한 삶으로 살아가는 건 바로 병이다. 병을 인정하고 회피하지 않은 일, 수치스러워하지 않고 싫다고 밀어내지 않은 일이 수월한 삶을 살아가도록 인도하고 있다.


마음이 아프던, 몸이 아프던, 그 어떤 아픔이라도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이 있다면 온전히 나를 믿어야 한다. 나 자신을 누구보다 확실하게 믿고 나를 인정하는 일이 고달픈 삶을 수월한 삶으로 살아가게 한다.


수월한 삶은 내가 원하는 세상으로 방향을 이끌어준다. 이끌어준 그 길은 세상을 만만하게 생각하게 된다. 


너는 건강해서 나처럼 아픈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레 겁먹지 말고 너는 건강하니 나 같은 아픈 사람을 만나지 말라고 밀어내지 말자.


누구나 다 아프다. 뭐가 됐든 아프다. 아픔을 숨길뿐, 약만 먹지 않았을 뿐, 매일 매달 매년 병원만 찾지 않았을 뿐이지 누구나 아프다.


외로움도 아픔이며 고독도 아픔이다. 슬픔도 아픔이고 불행하다고 느끼는 감정도 아픔이다.

그러니 건강 하나 무너졌다고 삶을 포기하지 말자. 나처럼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보자. 아마 세상이 만만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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