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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Jan 10. 2022

요리는 기본양념만 알면 한식은 어렵지 않아

엄마 에세이

20대 시절..

주방 들어가기가 참 무서웠다. 칼 쓰는 일도 무서웠고 어떤 요리를 할 수 있을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주방이 두려운 공간으로 되었고 그 무렵 결혼을 하게 되었다.


과일조차 깍지 않던 내가 직접 과일을 깎게 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결혼은 다 그런 거라고..

무엇이든 척척 해결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엄마를 보면 무의식적으로 배웠다.

여자에서 며느리, 아내가 되면서 주방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공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요리에 '요'자도 모르던 내가 요리학원을 다니면서 요리를 깨우쳤고 깨달음이 왔다.


한식은 기본 양념장만 알면 뭐든 만들 수 있다고.. 기본적인 양념을 배우고 나니 자격증 시험을 칠 수 있는 자격을 주어졌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요리학원 졸업을? 했다. 6개월 수련 과정이 었었기에 열심히 배우고 공부를 했다.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받고 나니 어떤 요리든 할 수 있을 거 같았고 자신감이 배로 되었다.


엄마만 할 수 있고 만들 수 있다는 요리를 내 나름대로 룰을 깼다. 내가 골뱅이 무침을 했고 성공적이었으니까. 그때 그 시절에는 말이다.



이제는 눈 감고 쓱쓱 비비고 무치는 일은 식은 죽 먹기다.

며칠 전 감칠맛 나는 골뱅이 무침이 먹고 싶었다.

걸쭉한 고추장과 환상 콤비인 식초와 설탕으로 마법의 양념장이 만들어진다.


어렵게만 느꼈던 골뱅이 무침은 일상이 되었다. 언제나 먹고 싶을 때 만들 수 있는 요리가 되었다.

냉장고 속에 가득한 야채를 모조리 꺼내어 골뱅이와 무치면 밥 한 끼 해결할 수 있는 밥반찬이 되기도 하고 술안주가 되기도 한다.


국수와 함께 곁들이면 허기진 배를 달랠 수 있는 골뱅이 무침. 술집 가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맛을 낼 수 있어서 자주 해 먹는 편이다.




오도독 씹히는 골뱅이와 아삭한 오이를 함께 먹을 수 있다. 고소한 참기름 한 방울로 감칠맛은 극에 달한다.

사실, 난 야채를 많이 넣어 먹는다. 포만감을 주기 때문이다.


양념장은 아주 간단하다. 

고추장과 간장, 식초, 설탕과 다진 마늘, 깨, 참기름만 있으면 된다.

비율은 적당히다.

적당히라면 다들 이게 뭔 소리냐고 하지만, 개인적인 입맛이 달라 백날 비율을 말해도 결국 자신의 입맛에 따라가기 때문에 적당히 넣고 간을 보고 부족한 간을 더 하면 아주 멋진 요리가 된다.


식초와 설탕은 1:1 비율로 가급적 맞춘다. 그래야 덜 시고 덜 달기 때문이다. 


20대, 한창 놀 때는 골뱅이 무침을 호프집이나 술집에서 참 많이 먹었던 요리다.

새콤달콤한 음식과 함께 소주 한잔 기울었던 그때 그 시절이 그립다.


이제는 소주 한잔을 할 수 없지만, 그때 그 시절은 한 주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바로 술이었고 안주였다.


골뱅이 무침을 한 이날은 그때 그 시절을 그리워 먹었던 건 아니다. 새콤달콤한 음식이 당기는 날이었고 골뱅이 통조림이 눈에 들어왔다. 곧바로 저녁 대신 골뱅이 무침과 소면으로 야무지게 먹었다.



양념장을 넉넉하게 만들어야 소면도 비벼 먹을 수 있다.

예전에는 소면까지 생각하지 않고 소량의 양념장을 만들었기에 소면을 비벼 먹을 수 없었다.


아삭한 오이,

달짝지근한 양파,

향긋한 깻잎으로 침샘 자극을 했다.


아이와 함께 나누어 먹는 그날이 곧 오겠지만, 지금 함께 나눌 수 없어 안타깝다.


맛있게 먹는 엄마 모습에 아이는 궁금해했다.


"엄마! 안 매워?"

"매워!"

"근데 매워도 맛있어?"

"응, 너무 맛있어. 너도 먹어볼래?"

"아니, 아니 매운 음식은 NO"


단호하게 거절한다. 엄마는 함박웃음을...

아이는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에게 주어진 밥과 국을 야무지게 먹고 자신이 원하는 자리로 이동했다.

먹고 싶지만 너무 매울 거 같아 접근하지 못하는 아이 마음을 잘 안다. 


몇 년만 기다리면 호호하며 매운 음식도 함께 나누어 먹지 않을까?


골뱅이 무침은 술안주, 밥반찬으로 손색없는 음식이다. 매운 음식이 당기는 날에는 골뱅이 무침이 떠오르는 건 아마도 그때 그 추억 때문은 아닐까?


음식들마다 도사리는 추억으로 마음이 푸근하다. 그때는 아팠을 추억이었지만, 시간이 지나가면 덤덤하게 그 시절을 회상하고 아름답게 빛내기도 한다. 


바로 음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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