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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Jan 07. 2022

토스트 한 날은 장보는 날

엄마 에세이

토스트는 일 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하는 음식이다. 늘 한식이라는 음식이 내 입맛과 아이 입맛에 착 달라붙어 있어서 그런지 토스트 재료가 집에는 없다.


스팸조차도 없다. 


내가 왜 토스트를 하게 되었냐면 가수 성시경 유튜브를 보다가 너무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간단하지만 그동안 내가 해왔던 방법과 맛이 다를 듯 할거 같아 아침 겸 점심을 먹는 우리 집에 딱인 듯했다.

그리고 성시경 어머니가 해 준 그 맛 그대로라고 칭찬하는 성시경 가수의 말에 이 음식으로 성시경 모친 손맛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이상한 심리도 자극했다.


스팸이나 계란은 아이가 좋아하는 거라서 아이와 함께 먹으면 한식이나 밥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되었다.

사실 아침이든 저녁이든 빵 종류로 밥 대신 먹는 날은 약간의 가스가 찬다. 가스가 차니 배가 아프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해서 토스트는 정말 컨디션 최상일 때 먹는 음식 중 하나다.


재료들은 기름에 지지거나 굽는 토스트가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그동안 내가 해왔던 토스트는 계란물에 야채를 넣고 구워 식빵 위에 올리고 양파나 피클을 올려서 먹었는데 이렇게 먹는 날에는 소화가 안 되어 소화불량이 오는 날이다.


근데 이 레시피는 아주 깔끔하고 소화가 되는 날이었다.


재료는 사진을 보다시피 특별한 건 없다. 

식빵과 계란, 토마토, 스팸, 오이, 양파만 있으면 되는데 소스는 버터와 마요네즈, 케첩만 있으면 판매하는 토스트보다 상큼하고 깨끗한 맛을 자랑했다.






아이는 야채 자체를 거부한지라 계란과 스팸, 그리고 치즈를 올려 달라는 요청으로 아이는 야채를 뺀 토스트가 탄생되었다.


구워 나온 식빵에 버터 한 조각을 올려두니 굳어 있던 버터가 녹았다. 성시경 가수 말은 버터가 고소함을 더하니 버터는 꼭 넣어라고 했다. 그리하여 내 기준으로 아주 최소한 버터만 식빵 위에 올려두었다.

스르륵 녹는 버터를 보며 곧바로 야채를 썰어두고 계란을 굽고 스팸을 구웠다.


아이는 식빵 가장자리에 있는 테두리를 잘라 달라고 했다. 깔끔하게 잘라 낸 테두리는 버터에 구워 설탕을 뿌리면 러스크가 된다. 모아두면 알뜰살뜰 쓸 일이 생긴다.


집에 있는 재료는 양파와 계란뿐이라 아이 학원 마치는 시간에 장을 봤다. 스팸과 토마토, 그리고 오이를 사야 했고 식빵까지 떨어져서 식빵까지 구입하니 하루 예상한 식비가 훌쩍 넘겨버렸다. 


넘겼지만 기대되는 성시경표 토스트가 기대되었다.




아이는 마요네즈는 빼 달라고 했다. 조금만 이상하면 뭐든 피하고 마는 아이. 예민한 아이를 잘 알기에 원하는 대로 입맛대로 만들어주는 편이다.


언젠가는 골고루 먹을 걸 아니까. 

학교만 가면 다양한 음식을 접할 것이고 성인이 되면 야채를 안 먹을 수 없기에 지금은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준다. 억지로라는 단어를 써가면 먹어라 먹어라 말하지 않는다.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면 음식에 부정적인 감정이 생길 것이고 더 먹기 싫어질게 뻔하니깐.

내가 어릴 때 먹지도 않았고 편식이 심했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폭넓게 음식을 접하는 날이 많아서 편식할 수 없었다. 


아이도 언젠가는 우리 엄마가 했던 것처럼 다그치지 않고 억지로 말하지 않았던 것처럼 내 아이에게도 억지와 다그치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


다행히도 요즘은 조금씩 먹어보려는 의지가 보인다. 어묵도 야채 없는 것만 찾았지만 요즘은 약간의 야채가 보여도 곧잘 먹곤 한다. 


내 아이만큼 좋은 것만 먹이고 싶지만 아이가 원치 않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 역시 어린 시절 억지로 어른들 눈치 보며 먹은 음식은 곧바로 탈이 났다. 체하거나 소화가 안 되는 날이 빈번했으니까.


식습관을 이유식 시기에 잘 들여도 어느 시점에서 아이는 모든 걸 거부했던 걸 경험한지라 언젠가는 유아시절 먹성 좋았던 아이로 돌아올 거라 믿는다.




시간은 아주 적게 들었고 맛은 일품이었다. 아이 역시 다른 토스트보다 맛있다면 엄지 척했고 빵 두 개를 올려 먹는 날은 반은 남겼는데 이번 토스트는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중간에 배 부르다고 손 놓고 가더니 자꾸 당기는지 또 와서 먹고 결국 토스트 한 개를 다 먹어버렸던 날이다.


얼마나 기특한지.. 아마 스팸의 강한 맛에 감칠맛이 났을 거 같고 케첩의 신맛과 단맛의 조합에 입맛이 당겼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개를 먹었다는 것에 의미를 두며 나도 한 입 베어 먹었다.

요즘 양파가 너무 매워서 살짝 구웠다. 생양파를 먹는 날은 소화가 안되기에 기름도 두르지 않고 담백하게 양파를 살짝 구웠다.


생으로 들어간 야채는 오직 오이뿐.. 

토마토 철이 아니라서 그런지 새콤한 맛만 났다. 새콤한 맛이 나더라도 스팸과 고소한 마요네즈 맛에 중화되었다.


여튼 나 또한 한 개를 못 먹는데 이날은 깔끔하게 해치웠다.




식빵이라서 그런지 양 옆으로 삐져나오는 야채로 어떻게 먹었는지 모르겠다. 스팸도 조각이 되어 있어 잘 못 집으면 아래로 야채가 다 떨어지는 아쉬움이...


케첩도 흘러내리고...


성시경표 토스트를 먹을 때는 은색 포일이나 종이 포일에 싸서 먹어야겠다. 맛은 아주 훌륭했다.

손맛은 다르겠지만, 상큼하니 시원한 맛과 고소한 맛의 조합은 건강한 맛 그대로였다. 


토스트를 먹다 보면 물리거나 질려 못 먹는데 나도 이날 한 개를 다 먹었다. 


성공한 토스트를 글로 풀어내려고 하니 갑자기 배가 고파진다. 주말에 간식으로 한번 더 해 볼 생각이다. 야채가 남았고 빵도 넉넉하니까.


입맛도 없고 밥맛도 없는 요즘 나에게는 이 요리가 입맛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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