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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Jan 06. 2022

모자로 부모 자녀 사이가 아닌 여자 대 여자의 질투

엄마 에세이

엄마와 아이 사이에는 그 무엇을 남기고 뺏지 않은 관계다. 아이가 하면 더 좋고 엄마가 하면 좋은 것이 엄마 마음일 테지만, 나보다 아이가 더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며 살포시 질투를 느꼈다.


작은만한 얼굴로 태어난 내 딸, 뭐를 쓰고 입어도 작은 얼굴 덕분에 빛을 보는 내 아이를 보면서 모자가 엄마보다 아이가 더 잘 어울리는 모습에 기쁘면서도 질투하는 여자 마음이 보였다.


새로 산 모자를 쓰며 누가 더 잘 어울리나 내기를 했다.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면서 판이하게 아이가 더 잘 어울린다는 말에 기쁘면서도 질투를 했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내가 아이에게 질투하는 것을..


그러나 글을 쓰면서 내 감정을 알아차리니 보였다. 그때 그 감정은 질투였다는 걸..


질투하는 것이 어른스럽지 않아 혼자 애써 변명을 했다.


"나 지금 부종으로 얼굴이 커진거야!"라며 혼자 중얼거렸다. 그러나 현실은 도피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인정'을 해야 하는 것이 맞다.


'나 지금 살이 쪘어!'와 '나 지금 모자가 썩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 두 가지를 인정하면 고요한 마음을 볼 수 있다. 그 당시는 왜 그렇게 인정하기가 힘이 들던지.. 아무래도 20대 나를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어서다.


20대는 날씬하다 못해 말라서 뭐를 입던 뭐를 쓰던 상관없이 전부 내 거였으니까.. 그래서 그때를 잊지 못하고 그때를 기억하며 현재를 회피했던 것을 이제는 인정한다.


모자로 몰랐던 감정을 알아가는 것이 신기하다. 


엄마와 딸 사이 이전에 여자와 여자 사이를 이제야 알겠다.


같은 모자, 다른 느낌.


같은 색상, 다른 느낌이지만 나름대로 서로가 서로의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듯하다.


모녀는 때로는 부모와 아이 사이가 되었다가 때론 친구가 되며 때로는 질투하는 여자가 된다. 그게 딸 가진 엄마라면 한 번쯤 느낄 감정이다.


부인할 필요도 없고

억압할 필요도 없다.


그저 인정하며 서로가 이쁘다 서로가 잘 어울린다 칭찬하며 지내면 된다.


하루 종일 아이와 지내다 보면 사소한 일에 즐거워한다. 








아픈 몸에 일어난 기적이 바로, 내 아이라는 걸 기억하면 질투도 정겹고 행복한 일이다. 언젠가는 나는 늙어가고 아이는 이쁘게 성장한다. 그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너무 늦게 세상을 맞이하게 해 줘서.. 

그러나 절망보단 희망을 안겨주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건 부모인 엄마 몫일 것이다.


몸이 힘들어 다른 날보다 먼저 누워 버리는 날은 아이는 바쁘게 움직인다. 그리고 이내 자신이 가진 감정을 모두 모아 뭔가를 준비한다.


베개를 준비하고 온갖 이불과 담요를 가져온다. 누워 있는 엄마에게 다가와 베개를 베어주고 이불과 담요를 목부터 발끝까지 덮어준다. 나라는 엄마는 조용히 아이가 원하는 대로 받아들인다. 


모든 행동이 끝나면 살며시 물어본다. 아이 감정을 읽기 위해서..


"엄마에게 이불과 베개 왜 주는 거야?"

"엄마가 나를 위해서 열심히 일해서 힘든 거잖아. 아프지 말라고 이불 덮어주고 베개 베어주는 거지!"

울컥하며 다음 대화를 이어갔다.


"우리 아기가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엄마가 안 아파야 나를 키우잖아. 밥 해주고, 씻겨주고, 학원도 데려다 줄 거잖아. 이거 다 해서 엄마가 지금 아픈 거야"

아이는 단정을 짓고 말을 했다. 그건 아닌데.. 내가 무의식 중에 내뱉은 말이 아이에게는 마음속 깊게 상처가 되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거 아니야! 엄마가 너를 사랑하지?"

"응"

"엄마가 사랑하는 우리 아이를 위해서 밥하고 씻겨주고 학원 데려다주고 같이 놀고 하는 거 힘들지 않아. 지금 엄마가 아픈 건, 며칠 동안 잠을 못 잤거든. 푹 잠을 자야 하는데 못 자서 눈이 피곤한 거야. 너 때문에 엄마가 아프거나 힘든 건 아니니 오해하지 마. 알았지!"

"응, 엄마! 그럼 지금 조금만 누워있으면 되는 거야?"

"그렇지! 조금만 누워 있다 운동할 거야!"


엄마의 안심되는 말에 싱긋 웃으며 누워 있는 나에게 다가와 볼에 입을 맞춘다. 


"너 뭐했어"

"뽀뽀했지. 아이스크림 먹어서 입을 휴지로 닦고 엄마에게 뽀뽀한 거야"


기특한 아이는 뽀뽀로 엄마에게 사랑을 보답했다. 

이쁜 아이가 있어 엄마인 나는 하루를 웃고 살아간다.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운 모습을 적당히 표현하며 '너 때문에 아픈 거 아니야'라고 말하는 나는 아이와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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