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빈 작가 Jan 04. 2022

시골 장터 소고기 국밥은 그 지역 인심

엄마 에세이

아주 오래전 시골 장터에서 행사가 있었다. 그 지역 주민이다 보니 늘 행사가 있으면 찾아가곤 했다.

시골 장터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소고기 국밥은 서민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었다.


시골에서 10년을 살면서 시골 사람들의 푸짐한 인심을 한 몸에 받았다.

뭐를 사더라도 덤은 기본이고 협상하지 않아도 알아서 뒤 단위 돈을 깎아주었다.


시골에서 이루어지는 행사는 그 지역 상인들이나 부녀회가 모여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내가 아는 사람도 있고 시골 인근 도시에서 상인들이 들어와 판매하는 물건이나 음식이 즐비했다.


그런 구경거리가 그때는 요깃거리가 되었고 눈과 마음을 설레게 했다. 


저녁 무렵 산책 삼아, 산을 벗 삼아 걷다 보면 푸짐한 인심을 자랑하는 상인들이 보인다. 저녁을 거르고 행사장에 도착하면 한결같이 찾아가는 곳이 시골 장터 소고기 국밥이다.


푸짐하게 소고기가 있고 무와 콩나물을 넣어 푹 끓인 소고기 국밥은 그 어떤 음식보다 감칠맛이 끝내준다. 


향을 먼저 음미하고 밥숟갈 크게 떠 입안에 넣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


외 할머니가 해준 음식,

엄마가 해주던 음식,

온전한 사랑을 담아 정성스레 끓인 시골 쇠고기 국밥은 감동에 감동을 몰고 온다.


경남이나 부산은 소고기 국밥에 콩나물이나 숙주를 넣는다. 콩나물이나 숙주를 넣으면 아삭한 맛있어 식감을 자극한다. 그래서 경남 지역분들은 소고기 국밥에 콩나물이나 숙주를 넣는데 나 같은 경우는 콩나물을 넣는다. 숙주는 몸을 차갑게 만드는 성분이 있어 콩나물을 사용한다.


때에 따라 숙주도 넣기 하지만,

이날은 숙주가 냉장고에 있어 사용했다. 콩나물을 사용할 때는 콩나물 대가리를 따기도 하지만 나는 그냥 쓸 때가 많다. 


콩나물 대가리를 따면 아무래도 보기가 좋다. 그건 개인 취향이니..


시골 장터에 가면 콩나물 대가리를 따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다. 많은 양을 끓이다 보니 대가리 딸 시간이 부족했을 터.



소고기 국


커다란 뚝배기에 푸짐한 양을 자랑하는 소고기 국 한 그릇과 밥을 말아준다.

지금처럼 추운 겨울날에는 그만인 음식이다.


추운 겨울 꽁꽁 얼어붙은 마음을 녹일 수 있는 소고기 국이나 소고기 국밥으로 추운 겨울을 이기기도 한다.

내가 충청도에 살 때는 소고기 국에 콩나물이나 숙주를 넣지 않고 판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부산 오니 당연하게 소고기 국에는 콩나물이나 숙주가 들어간다.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국물은 콩나물을 넣을 때와 넣지 않을 때의 차이가 엄청나다.


추운 겨울, 시골 장터에서 맛 본 맛 그대로 재연했다.

간은 국간장이나 액젓으로 하면 된다.


소금 간을 하면 뭐라 할까? 깊은 맛이 나지 않는다. 깊은 맛이 나지 않으면 시골 장터 국밥을 제대로 재연하지 못한다.




시골에서 먹었던 국밥을 재연하려고 숟가락에 한 가득 국밥을 펐다.

후루룩 짭짭.


얼큰하면서도 시원하는 소고기 국, 뚝배기에 소고기 국과 밥을 넣고 한번 끓이면 시골장터에서 먹은 소고기 국밥이 된다.


아침인지라, 간단하게 준비해서 먹었다.


재료는 간단하다. 무, 소고기, 대파, 콩나물이나 숙주, 다진 마늘, 고춧가루, 그리고 간을 하기 위한 각종 양념류로 멋진 한식이 탄생된다.


음식을 보면 어떤 그 해의 기억이 떠오른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날 이때가 그때는 가장 행복했던 순간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기억을 하고 그 맛을 재연하는 걸 보면....


오늘처럼 추운 날씨, 얼큰하지만 시원한 소고기 국으로 메말라 버린 마음을 녹여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드라마에서는 일생일대 자신의 목숨을 건진 건 음식이라고 했다. 그게 바로 기적이라고....

그게 바로 행복이라고...


우리가 엄마 손 맛을 잊지 못하고 기억해서 음식을 하는 거 보면 그때가 가장 행복했고 가장 사랑을 했던 그날이기에 기억하고 맛을 재연하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는 엄마 이기전에 여자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