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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Jan 03. 2022

엄마는 엄마 이기전에 여자다

엄마 에세이

6년가량 여자를 포기하고 철저하게 엄마로 살았다. 그렇게 살아야만 내가 숨을 쉴 수 있을 거 같았고 내가 살아가야 할 길은 엄마라는 소속이었다. 소속에서 벗어나면 큰 일 나는 줄 알았다. 


엄마이자 여자인 한 여자는 '사랑'은 부모 자식 간에만 한정적으로 분포했다. 메말라지는 마음은 '여유' '기쁨' '설렘' '행복'은 사라졌다. 인간이 인간을 키우는 일은 만만치 않았으니까.


여유가 없어서 사랑을 배울 수 없었다. 

기쁨을 몰라서 사랑을 알지 못했다.

설렘은 나와 먼 이야기라서 사랑을 버렸다.

행복이 사라져서 사랑을 깨닫지 못했다.


6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고 나를 알아가면서 더 많이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조금씩 아픈 내 마음을 들여보면서 나도 엄마 이기전에 여자라는 걸, 그 중요한 단서를 찾았다. 


내가 아름답게 보이니 다른 이도 너무 아름답게 보였다.

내가 자랑스러우니 다른 이의 자랑스러운 면도 보였다.

내가 자신감이 넘치니 다른 이의 자신감도 인정하게 되었다.

내가 자존감이 높아지니 다른 이의 높은 자존감도 멋지게 보였다.


조금씩 이런 과정을 인정하고 나니 내 안의 사랑은 충만했다. 닿지 않을 사랑일지라도 그 감정을 존중하기로 하자 그 사람의 사소한 말과 행동을 놓치지 않았고 감미로운 말만 나의 가장 깊숙한 곳의 상처에 위로를 하고 상처를 치유하고 있다.









이런 감정을 가질 수 있었던 계기는 SNS를 접하면서 한 사람의 매력에 빠지고 말았다. 그리고 떳떳하게 아이에게 말했다. 예전에는 있을 수 없는 말을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나를 발견했다.


환하게 웃으며 들뜬 엄마 모습에 아이 얼굴 역시 저절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상상 속 사람일지라도 그 상상 속에서는 내가 가장 아끼는 사람이기에 너무 소중하다.


나를 여자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 준 말 한마디가 나에게 기적을 안겨 주었다. 


연예인답지 않게 소탈하고 진심이 있었던 모습에 같은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되었다. 연예인이지만 일반인과 팬들의 소통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전율이 흘렀다. 그도 인간이고 감정이 있는 사람, 그저 일반인과 다른 것 없는 그 사람이 사랑스러웠다.


카메라 앞에서는 최고의 멋짐을 풍겼지만, 혼자 지내는 사적인 공간 집에서의 생활만큼은 인간적이고 소탈한 그 모습에 매력을 느꼈고 부드러운 말과 감미로움 표정에 마음이 빼앗겼다.


버터 왕자라고 신인일 때부터 불러졌지만, 그 사람은 몸에 배어 있는 습관 중 하나였다. SNS 활동을 열심히 하며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유튜브까지 활동 중이다.


노력하는 가수, 팬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모습, 자신과 팬들에게 한 약속을 지킬 줄 아는 모습, 맛있는 음식을 아낌없이 퍼주는 모습, 먹는 모습까지 복스러운 모습, 꾸밈없는 모습, 자신의 의견을 소신껏 발언하는 모습, 현 상황을 비판하지만 그 뒷면에는 사랑이 담겨 있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남자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남자가 이렇게 소탈할 수 있을까?


유튜브 영상을 보다 보면 일반인도 많이 꾸미고 사적인 생활을 배제하면 매력이 없다. 그러나 소탈하게 있는 그대로 모습을 영상에 담아 올리면 그것만큼 매력적인 것이 없다.


근데 공인인 사람이 너무 소탈하고 있는 그대로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의 루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의 소탈한 모습으로 팬들과 소통하니 팬들에게는 그것만큼 값지고 아름다운 것이 없을 것이다.


연기자는 늘 자신을 숨기고 산다. 일명 '신비주의'라는 가면을 쓰며 사생활을 철저하게 단속한다.

그래서 배우는 멀게 느껴지고 거리감이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다. 

일반인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사생활을 감추고 허울뿐인 겉모습만 보이면 보는 이도 알아차린다. 거짓 생활이라는 걸. 하지만 자신이 생활하는 모습 그대로 보이면 호응도가 높고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


사람들은 그들의 일상과 자신의 일상이 같음을 보면서 안심하고 친근하게 느낀다. 나 역시 공인이든 일반인이든 그들의 소탈한 일상에 위안을 받고 위로를 받으니까.


최근에 위로를 받았던 그 가수는 옛날 사람이다. 나와 비슷한 연배의 그는 발라드 가수 '성시경'이다. 친근하게 다가오는 모습에 그 사람의 매력에 빠졌고 아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엄마는 성시경 아저씨가 참 좋아"

"왜? 엄마는 남자가 좋아?"

"그럼 남자도 좋고 여자도 좋아. 근데 성시경 아저씨는 자신을 드러낼 줄 아는 사람,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라서 인간적으로 좋아"


아이는 엄마의 말을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해석하며 해시시 웃는다. 엄마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말에 의외의 표정이면서도 엄마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설레는 모습에 아이는 행복했던 것이다.


"엄마는 엄마 이기전에 여자거든. 너도 학원 가면 남자 친구, 여자 친구 있잖아. 엄마는 지금 친구가 없어. 근데 이제부터 성시경 아저씨와 친구 할 거고 여자 친구도 만날 거야!"


"그래! 엄마, 엄마도 친구를 만나. 나도 있으니까"


솔직한 감정을 말한 내가 참 대견스러웠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예고했다. 언젠간 친구들을 많이 만날 거라고, 거기에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다고 그러니 너도 엄마를 인정해달라고 했다. 엄마의 감정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하는 모습이었다. 


성시경 노래로 부르고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그의 SNS를 보며 또 한 번 가슴에 설렘을 담고 기쁨을 담는다. 이렇게 사랑을 배우고 또 배우며 더 나은 사랑이 곁에 있다고 상상하면 하루는 꽤 푸근하다.







성시경 유튜브 라방


멀게 느낀 이 남자 너무 인간적이다. 사람 냄새나는 발라드 가수


감미로운 말

애교 있는 말

점점 빠져들고 있다.


노래는 데뷔 때부터 좋아한 광팬. 그러나 들어내지 않고 숨기고 좋아한 광팬




성식영 SNS에 한 말 인용




새해에는 부디 이 빌어먹을 코로나가 중식 되고 그래서 사람들이 행복하게 여행을 가고 공연을 보고 모여서 술을 먹고 밥을 먹고 서로 멀리하지 않으며 미워하지 않고 더 가까이 사랑하고 끌어안고 이해하려 하는 그런 한 해가 되면 좋을 텐데 말 중 가장 마음에 와닿는 구절은


더 가까이 사랑하고 끌어안고 이해하려 하는 그런 한해 말에 메말라 버린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었다.


발라드 가수라서 그런가? 구절구절마다 이쁜 말만 하는지. 


사람은 완벽할 수 없고 완벽도 존재하지 않음을 입증한 성시경 형의 말과 행동에 많은 위로를 받는다.


엄마는 엄마 이기전에 한 여인이라는 걸 그래서 다시 연예인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내가 돌아옴을 내 안에 풍만한 사랑이 가득한 한 해가 되었음을 선포한다.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마음을 표현하는 나는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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