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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Dec 10. 2021

[뚜벅이 여행] 거제도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

싱글맘 뚜벅이 여행 라이프

우리가 거제도에 도착하니 광활한 바다가 우리를 반겼다. 푸르른 바다, 산들산들 불어주는 산, 피곤한 몸을 누일 리조트까지...


사실 그날 계획은 도착하자마자 외도 섬으로 향하려고 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평일은 하루 두 번만 운행한다는 리조트 직원 말에 망연자실했다. 첫날은 외도 섬을 두 번째 날은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를 구경하며 1박 2일 짧은 여행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막연한 생각으로 온 내 탓이라며 엄마와 아이에게 외도 섬은 내일 가자고 오늘은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에서 바람 쐬다 일찍 리조트에서 쉬자고 했다.


히노끼탕에서 피로를 풀면 될 듯했다.


그리하여 리조트 뒤쪽 길로 산책로를 걸어가니 코앞이 신선대였다. 큰 바위로 이루어졌고 앞에는 푸르른 바다가 보였다. 부산에 살면 바다는 원 없이 보지만 부산이 아닌 곳에서 보는 바다는 색다르게 느껴졌다.





핑크 뮬란?


리조트를 나오니 핑크빛이 사라지고 있는 갈대를 보게 되었다. 10월에 왔다면 더 멋진 빛깔을 감상할 수 있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삼키며 산책로로 따라 해안가로 걸었다.


체크인이 오후 3시라 너무 일찍 도착한 우리라서 거제도 동네를 살피며 구경했다.






리조트에서 나오면 곧바로 보이는 신선대..

사람도 없고 잔잔한 바다는 광활함 그 자체였다. 친정엄마 역시 오랜만에 온 거제도이고 신선대는 처음이라며 구석구석 눈에 가슴에 새기고 있었다.


나는 영상과 사진을 찍으며 풀내음, 바다내음을 맡았다. 마스크가 야속한 생각이 들었다. 마음껏 풀내음, 바다내음을 맡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오후 바다는 잔잔했다. 수평선 넘어 작은 섬들이 많은 거제도를 바라보며 하나의 꿈을 가졌다. 수평선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서 원 없이 글을 쓰며 살고 싶다고...


이날은 날씨가 흐려 구름에 해가 숨었지만, 맑은 날에는 수평선 넘어 해와 노을을 바라본다면 저절로 미소를 띨 수 있을 거 같았다.


자연이 주는 선물은 늘 진리이고 아름답다. 답답한 가슴이 탁 트이는 바다.. 바다가 있기에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리조트에 나와 신선대 위로 올랐다. 바다를 끼고 있는 수많은 리조트와 펜션. 우리 리조트는 오른쪽에 위치했다.


자갈이 보이는 거제도 바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장 높은 곳에 오른 신선대.. 아이는 무서워 아래를 바라보다 이내 발길을 돌렸다. 수평선 넘어 윤슬이 반짝일 때마다 가슴 한편이 아려왔다. 꿈은 이루어지기에 존재한다고 그렇기에 나 또한 다른 꿈을 가슴속 깊이 새겼다.






신선대 위에서 놀다 바닷물과 놀고 싶다는 아이를 데리고 바다로 향했다. 조약돌이 많은 거제 바다..


차가운 물에 발을 담다 놀라는 아이를 보며 웃으며 또 다른 놀이에 아이는 몰입했다. 이런 것이 산 경험이자 교육이니만큼 아이와 할 수 있는 자연의 모든 것들을 하며 지내기로 했다.







조개를 잡고 싶다, 꽃게를 잡고 싶다는 바람과 다르게 조개도 꽃게도 없었다. 아쉬워하는 아이를 달래며 이쁜 돌과 조개껍데기를 만지며 놀기도 하고 소리도 들었다.


어린 시절 내가 했던 것처럼 말이다.








신선대를 나오니 길 따라 바람의 언덕으로 발길을 옮겼다. 멀리서 바라보니 사람이 없을 거 같았다. 산길을 따라 걸으니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우리는 배가 고파 듬성듬성 위치한 핫도그 집에서 핫도그를 먹으며 바람의 언덕으로 향했다.


당연히 아이는 핫도그 근처에 오지 않았다. 자신이 원하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종알종알 말을 했다.


바람의 언덕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북적였다. 이렇게 사람이 많다니... 너무 놀란 나머지 멍하니 바람의 언덕을 바라보며 발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목마다 사진 찍는 사람의 말투를 들으니 부산 사람이 아닌 서울, 경기도, 그 외 지역에서 온 관광객이었다. 바람의 언덕도 처음인 나, 그러나 엄마는 몇 년 전에 여동생네와 왔다고 한다.


내가 천안에서 살 때였던 거 같았다. 이제는 나와 내 아이를 앞세워 엄마와 함께...


이 순간을 즐기자며 근심 걱정 털어버리고 원 없이 바다만 바라보며 추억을 만들었다.







바람의 언덕에서 바라보는 바다.. 수평선 위에 놓인 어선 한 척이 보였다. 고기를 잡는 모습이 보이는 이곳은 그저 잔잔한 모습, 평온한 모습 그대로였다.


"엄마, 나는 여기서 못 살 거 같아. 지금은 아닌 거 같아. 아직은 해야 할 거도 많고 혜택도 받고 싶고 내가 다 누리지 못한 생활을 다 누린 후 여기서 글을 쓰며 살고 싶어"


엄마는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석양이 질 무렵.. 고요한 바다를 바라보며 앞날을 위해 계획을 세우며 엄마와 대화를 나누니 자신은 심심하다며 호텔로 가자고 조르는 아이 말소리가 들렸다. 


이럴 때 보면 내향인 모습을 보인다. 에너지 충전을 위해 집에 가야 하는 아이는 나와 닮았다.


조금 더 머물고 싶었던 바람의 언덕..







입구에서 바라본 바람의 언덕 모습과 가장 가까이서 본 바람의 언덕의 모습. 그리고 해가 저물고 있는 바다 모습을 안고 다음을 기약했다.


연인도 가족도 친구와 온 사람들도 평온하게 대화하는 모습에 마음이 따스했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와 다른 이곳, 어촌이자 농촌인 이곳이 참 좋다.


조금 더 맑은 하늘이었다면, 아이에게 나에게 그리고 엄마에게 많은 선물이 될 듯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라고 스스로 다짐하고 리조트로 향해야 했다.






사람이 없을 때 찍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는 늘 순간 포착이 어려운 분...

언덕 위에서 뛰어놀다 주저앉기를 반복, 결국 누워서 놀았던 아이 모습이 그려진다.


아이의 마음에 추억의 한 페이지가 남기기를 바라며, 할머니와 노는 아이는 그 누구보다 할머니와 엄마를 사랑하는 아이이다.


엄마도 손녀와 많은 시간을 함께하기는 우리 아이가 처음이다. 늘 딸자식을 멀리 보내고 혼자 사셨으니...

코로나만 잠잠해지면 해외여행도 기획 중이다.

유렵으로, 미국으로 미국에 사는 이모를 만나는 그날까지 열심히 뛰어보려고 한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이곳에서 딱 삼일만 더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여기 사는 분들은 오지 않을 바람의 언덕. 


여행 온 우리네는 조금 더 있고 싶은 심정을 알까? 섬에서 지내는 하루가 너무 평화로웠고 아쉬웠다. 

저무는 그날 밤이 아쉬웠다.






평일이지만 관광객이 제법 있었던 바람의 언덕, 모두들 자차로 이용해 이동이 가능하기에 잠시 들린 바람의 언덕인 거 같았다.


나는, 우리는 이곳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거제도 바다를 품에 안았다.





멀리서 보이는 저곳은 거제도가 아닌 제주도 같다. 아닌 이국적인 풍경에 동남아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뭐니 뭐니 해도 해외보다 국내가 가장 아름답고 마음이 편안하다.


이곳을 선택한 그때, 정말 탁월했다. 외향인이 아닌 내향인 3대가 모여서 많은 곳을 다니지 않아도 주위를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조만간 운전면허가 내 손에 들어오면 바람의 언덕을 꼭 한번 더 다녀올 생각이다.


그러니까, 바람의 언덕은 당일치기로 ㅎㅎㅎㅎ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지금, 11월에 여행하기를 잘했다고 스스로에게 칭찬한다. 또 가고 싶다. 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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