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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Dec 09. 2021

누구나 맛있다는 거 나는 맛없더라

싱글맘 육아는 진행 중


어느 날, 아이는 즐겨 보던 유튜브에서 마시멜로를 꼭 먹어야 한다는 영상을 접하고 마시멜로 마시멜로 노래를 불렀다. 초코파이도 먹지 않은 녀석이 마시멜로를 먹고 싶다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에게 발사했다.


엄마는 알고 있다. 이 아이가 싫어하는 맛이라고...

고로 먹을 수 있겠냐고 물었다.

아이는 꼭 먹고 싶다고 했다.


"엄마! 저 언니야는 맛있다고 하는데.."

"음.. 저 언니는 맛있는지 몰라도 우리 세연이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는데... 꼭 먹어야 해?"

"진짜 먹고 싶어. 얼마나 참았다고.."


유튜브로 인해 호기심으로 산 젤리부터 마시멜로까지 과자 창고는 인사 인해가 되고 말았다.


유튜버들은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먹고 또 먹으면서 지극히 자신의 기준으로 평가하지만,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지 좋아하지 않은지 상관하지 않고 그저 호기심에 먹고 싶다고 했다.


집 근처 마트에서 작은 마시멜로를 구입할 거를.. 생각이 짧아 쿠팡에서 대용량의 마시멜로를 구입하고 난감했다. 


맛만 보고 말 것을 너무 많은 양으로 과자 창고 안에 한 자리를 메웠다.


반나절만에 도착하는 장점이 있는 쿠팡에는 단점이 있다. 많은 양 때문에 1인 가구나 식구가 많은 가구라면 쿠팡에서 구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마시멜로를 구입하며 느꼈다.


마시멜로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구워봤다. 거참 냄새가 달콤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달콤한 냄새가 아니라서 당황했다. 




유튜버들이 맛있다는 건 나는 왜 맛이 없지! 아이가 한 말이다. 저 언니야는 맛있다고 꼭 해보라고 하는데 나는 왜 맛이 없지! 말만 무한 반복했다.


처음 구워보는 마시멜로..


처음부터 잘 되는 건 없지만 이건 금방 타버렸다. 약한 불에 돌돌 돌려가며 골고루 구워야 하는 게 포인트..


그러나 센 불에 돌리지 못하는 아이는 그대로 몸이 얼어붙어버리고 말았다. 

마시멜로 굽다 이내 엄마에게 마시멜로를 넘기는 아이는 내가 요리조리 돌려가며 구웠다.





아이가 굽다 마시멜로가 타는 모습에 엄마에게 준 마시멜로...

아이는 신나 했다. 자신도 드디어 맛볼 수 있다고.. 그러나 결과는... 쩝...





구워진 마시멜로를 살짝 벗기니 구워진 면만 쏙 빠졌다. 냄새부터 별로였던 마시멜로는 아이가 기겁을 하고 먹지 않았다. 


먹고 싶다고 산 마시멜로 구워줬는데도 안 먹는다고 투덜투덜거렸던 엄마를 보며 어쩔 수 없이 맛을 보던 아이는 맛없다는 단호한 말이 나왔다.


너나 나나 맛있다고 남들이 떠들어도 내 입과 아이 입맛에는 영 별로였다. 한번 구워낸 마시멜로는 더는 굽지 않고 과자 창고 속에서 잠들었다.


마시멜로 사건 후로 아이는 유튜브 영상을 보며 혼자 중얼거린다.


"저 언니야 맛없으면서 맛있다고 하는 거 아니야! 으.. 나는 안 먹어야지!"라며 다짐을 한다.

먹거리든

입는 옷이든

장사를 하든

뭐를 하든 실천을 하고 결정해야 한다.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하면 자신이 뭘 원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알 수 있다는 걸 아이 스스로 체험하고 체득하는 시간이 바로 따라 해 보는 거였다.


엄마인 나는 성인이라서 먹고 싶은 것도 확실하고 명확하지만 아이는 아니다. 일단, 도전하고 실행함으로써 자신이 좋아하는 맛을 찾아간다.


앞으로 아이가 원하는 모든 것들을 곁에서 지지하고 응원할 예정이다. 그게 먹는 먹거리, 학업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또 다른 세계일지라도 말이다.


내가 걸어온 그 길, 남들이 다하는 그런 이치 말고 자신만이 걸을 수 있는 그 길을 열렬히 응원하고 축복할 예정이다.


결국, 먹지 않고 잠자는 음식이 그득하고 과자가 그득하지만 도전을 했기에 미련 없이 포기를 했고, 두 번의 실패는 없었다.


누구는 맛있는 음식일지라도

누구는 성공한 그 길일지라도

누구는 실패한 그 길일지라도


나에게 맞는 것이 있고 맞지 않는 것이 분명히 있다.


우리 아이의 도전, 편식이 심해 스스로 편식을 인지하고 유튜버 언니야들을 따라 하지만,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거르는 기준을 명확하게 새기고 있다.


그나저나 마시멜로 저 아이를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 고심이 깊어진다.


내 입에 맛없는 거는 우리 아이에게도 맛이 없음을,,

내 아이 입에 맞지 않은 것은 엄마인 나도 맞지 않음을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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