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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Dec 22. 2021

사람은 다 잘할 수 없고 다 알 수 없다

온라인 강의 들었지만 다 끊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나에게 자괴감이 들었다.


나는 이 세상 일어나는 모든 일이 다 궁금했고 배우고 싶었다. 누가 무슨 말을 하고 행동하는지 속속들이 알고 싶어서 줌 강의를 통일성 있게 듣지 못하고 궁금한 모든 것을 듣기 시작했다


작년, 코로나 사태가 생기면서 오프라인 강의에서 온라인 강의가 늘어나고 있었다. 그 당시 나는 이게 왠 횡제냐? 지방에 있는 나에게 황금 같은 기회라고 여겼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것에 관심이 많았고 열정도 넘쳤다.


유튜브에 관한 강의부터 글쓰기 강의, 자녀교육 강의, 책 쓰기 강의, 마인드 강의,

부동산 강의, 경매 강의 등 내가 모르고 있는 투성이었다.


처음엔 신이 났다. 신이 나는 것도 잠시 그들을 따라다니디 보니 점점 지쳐가는 나를 보았고 나에게 회의감과 자괴감 그리고 비교가 일어났다.


과연 그들을 따라다니면서 내가 얻고자 하는 건 뭘까?


잠을 포기하고,

내 생활을 포기하고,


강의를 따라다니다 보니 몸도 지쳐가고 육아와 살림은 뒷전이 되고 말았다.


참 아이러니했다.

내가 얻고자 여기 기웃, 저기 기웃거리다 가슴 뛰는 강의를 신청하고 강의를 들었지만 정작 나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내가 뭘 찾고 있는지 헷갈렸다.


잠잘 시간을 쪼개고 독서할 시간을 쪼개고 아이와 놀아줄 시간을 쪼개면서 까지 강의를 쫓아다니며 듣는 이유를 모르겠고 내가 원하는 것도 알 수가 없었다.


그저 가슴이 뛰고 내가 부족해서 머리와 마음에 채워 넣으려는 단 한 가지만 보였다.


남과 비교까지 하면서 강의를 들어야 하나 생각까지 미치니 더는 강의를 들을 수 없었다. 이 강의를 안 들으면 뒤쳐질까 봐 염려하는 내 모습, 이 강의를 놓치면 앞으로 들을 수 없을 거 같고 같은 기회가 오지 않을 거 같은 걱정이 보였다.


염려하는 내 모습을 바라보며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었다.


나는 하고 잡이였다는 걸 잊고 살았다. 철저하게 며느리, 맏이, 엄마, 아내 노릇을 하느라 내가 하고 잡이를 버리고 살았다. 이런 삶에 지쳐 어느 시점에서 터져버렸고 세상과 너무 단절하고 살아가서 부족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모든 강의가 (분야를 떠나서) 나에게 필요하다고 착각을 했다.


그들은(강의하는 강사는) 한 우물만 부지런히 파며 넘어지고 쓰러지기는 반복하다 정상 궤도에 오른 사람들이었다.


반면 나는 한 우물을 파지 못하고 '이것도 필요해, 나중에 써먹을지도 몰라. 지금이 기회야. 이 기회 놓치면 더는 기회가 오지 않을 거야'라는 조급함으로 나의 상황과 목표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앞선가는 그들을 보니 다급했고 조급했다. 내 감정을 인지 하지 못하니 우왕좌왕한 사이 이루 낸 것은 없었고 머릿속에 남은 지식도 없었다. 나에게는 강의는 그저 허울뿐이었다. 남과 비교하며 따라갈 것이 아니라 내 상황을 인지하고 내가 나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필요한 부분만 공부하면 되는 것을 그 당시 알 수 없었다.


내 감정을 조금 알아차렸을 때,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야? 내가 좋아서 하는 행동이 맞나? 좋아서 하는 일이면서 왜 아이에게 짜증을 내고 화를 내는 걸까? 지금 듣고 있는 강의가 내가 좋아하는 일이 아닌가? 하며 쉴 새 없이 생각을 했다.


하루 3.4개 듣던 온라인 강의를 내려놓고 깨달았다. 아무리 좋아하는 거지만 다 할 수 없다는 것을.. 내가 가장 설레는 일만 꾸준히 한다면 그 분야에 최고가 되지 않을까? 최고가 되면 자연스레 부와 명예를 따라올 것이고 나를 브렌딩 할 수 있고 마케팅 공부는 따로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될 거 같았다.





부동산 투자 역시 바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내가 안정적인 상태에서 필요할 때 공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미치자 지금 내가 가장 필요한 1순위가 정해졌다.


가슴이 벅차고 설레는 그 일이 내 인생의 1순위이었다. 1순위가 이루어져야 내가 그토록 갈망하고 조급하게 배웠던 지식들을 베풀 수 있을 거 같았다.


세상 이치는 다 잘할 수 없고 다 알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아무리 좋은 강의고 내가 원하는 강의일지라도 내가 가장 원하는 것에서 벗어나면 오히려 독이 되었던 경험을 했다.


강의에 끌려 다니며 한 생각은 한 가지만 잘 하자는 거다. 한 가지만 잘하면 부족했던 부분이 채워진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가장 잘하고 재미있는 그 일, 가슴이 설레는 그 일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2022년 새해에는 가장 설레는 일을 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그래야만 앞으로 걸어갈 수 있을 테니까.


나는 오직 한 가지. 그 일이 이루어져야 내가 상상하고 내 세상을 펼칠 수 있다. 모두 다 잘 알고 잘할 수 없지만, 한 가지만 잘하면 모두 잘 알게 되고 잘할 수 있다는 아주 쉬운 방법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12월도 10일 남짓 남았다. 후회와 실망도 있었지만, 그 상황 속에서 끈기 있게 내가 원하는 그 일만 하며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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