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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Mar 07. 2022

가정보육 끝이 나니 아이도 웃고 엄마인 나도 웃다

엄마 에세이

요즘 웃을 일이 많이 생겼다. 마음을 편히 했더니 눈이 웃고 입이 웃고 있었다. 봄처럼 해맑은 얼굴은 그 어떤 것 보다 맑고 화사하다. 웃는 얼굴이 좋아 거울을 자주 본다. 징그러워했던 얼굴은 더는 징그러워하지 않는다. '너 참 이쁘다. 너 참 소박하다. 너 참 멋지다'며 중얼거린다. 중얼거린 효과는 얼굴에 늘 미소 짓게 한다. 짜증이 많았던 얼굴과 목소리를 던져 버렸다. 버리고 나니 환한 미소가 따라다녔고 따사로운 햇살보다 더 맑은 얼굴로 매일 마주한다. 내가 웃고 있으니 아이도 덩달아 웃으며 말한다. 엄마인 내가 어떤 말과 표정,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아이 역시 달라진다. 내가 세상을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도 똑같이 행동하며 말했다.


며칠 전부터 걱정이 앞선 일이 있었다. 엄마 없이 유치원 생활은 잘할까? 엄마 도움 없이 처음 경험한 일에 적응 잘할까 등 이런저런 고민으로 사실 두려웠다. 아이는 두려워하지 않고 뭐든 할 수 있다고 장담했지만 엄마인 내가 나를 믿지 못하고 세상 밖으로 나가는 아이를 붙들려고 했다. 유치원을 보내기로 한 후부터 아침 일찍 일어나 본 경험이 없던 아이를 걱정했다. 아이를 걱정하는 모습은 모순 그 자체였다. 내가 아침에 일어나는 걸 두려워하고 있었다. 아이는 엄마가 깨워주면 일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지만 엄마인 나는 아이의 자신감을 믿지 않았다. 그 이유는 내가 아침에 일어나는 것에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싶은 나를 알게 되었다. 아이를 걱정한 그 이면엔 내가 자신이 없었다. 엄마의 자신감 위축이 아이에게 전하기 전에 내가 내 마음을 다독여야 했다. 아이는 엄마가 생각한 것보다 더 잘 이겨내고 잘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마음을 바꾸니 아이는 자신 있게 일찍 일어났고 유치원 차를 타고 집을 떠났다. 아이를 원으로 보내고 난 후 나는 거울 속 내 모습을 바라봤다. 웃고 있었다. 눈과 입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6년 동안 가정 보육한 나에게 주는 선물의 웃음이었다. 애쓰고 잘 견뎌냈다고 나를 토닥였다. 아이를 만나면 더 많이 웃어주고 더 많이 대화하자고 약속했다. 내가 염려하고 있는 부분, 아이의 편식은 어쩔 수 없지만 이것 또한 좋아지리라 아이를 믿고 나를 믿어본다. 아이의 새로운 출발과 엄마인 내가 한 여자로서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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