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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Jan 17. 2022

자가격리는 처음이지!

지난 금요일 오후에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었다. 벼락을 맞은 기분이 이런 걸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머리가 몽롱했다.


목요일, 아이는 늘 그렇듯 자신이 배우고자 하는 것에 열정을 보였다. 엄마인 나는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학원을 보냈고 그날따라 곧장 집으로 향했다. (보통은 마트를 들리는 편)


그리고 금요일 오후에 한 통의 문자가 도착했다. 학원에서 코로나 환자가 발생했다고 그러니 코로나 검사를 하라는 메시지였다.


그동안 방역수칙을 나름대로 잘 지키며 지내왔고 모임이나 사람이 북적이는 곳을 다니지 않아 코로나 검사는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한 것이 잘못되었음을 지난주 금요일 깨트렸다.


금요일, 토요일 그리고 그 담주 일정이 모두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일단, 학원 원장 말을 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통화를 시도했고 코로나 확진자가 내 아이 수업 전인지 후인지 궁금했다.


그러나 아이 수업 전에 다녀갔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코로나 검사는 불가피했다. 아이에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이야기를 하고 곧장 보건소로 향했다.


음산하면서도 주눅 들 수 있는 분위기에 놀랐다. 이것저것 설문지를 작성하고 인적 사항을 기록한 후 검사실로 향했다.


아이는 무서운 일은 먼저 하겠다고 큰소리치더니 막상 검사실 앞에서는 아플 거 같다고 엄마부터 검사하라고 떨면서 말했다.


따끔하다는 말이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주사 맞는 것보다 더 하진 덜 하진 알 수 없는 그 시간이 참 두려웠다. 깊숙이 들어오는 면봉 자체가 무서움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면봉이 코 속으로 들어오는 순간 따끔 정도가 아니었다.


코 속이 얼얼하고 눈물이 쏟아질 거 같은 걸 참고 아이를 의자에 앉혔다. 아이는 필사적으로 살려고 발버둥 치다 긴 면봉이 콧속 깊은 곳을 들어오는 순간 악을 쓰며 울었다. 아이가 자지러지게 우니 내가 아픈 콧속은 온데간데없이 아픔이 사라졌다.


그렇게 우리는 검사를 하고 버스가 아닌 택시를 타고 귀가를 해야 했다. 금요일 그날은 정신을 쏙 빠지게 했다. 토요일 검사 결과를 기다리면 되고 음성이 나오면 예전처럼 생활할 줄 알았다. 


그런데....






토요일 오전 한통의 전화를 받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학원 원장은 뜻밖의 말을 했다.


우리 아이가 명단에 올랐다는 말,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잠시 되지 않았다. 재차 물었다.

"무슨 명단에 오른다는 거죠. 원장님"

"아, 네 놀라지 마시고 보건소에서 전화가 오면 잘 받으시면 됩니다."

"그럼 우리 아이가 자가격리라도 해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네. 그렇게 되었어요."


원장 말은 너무나 간단했다. 무슨 일로 자가격리 대상자인지 이유를 말하지 않은 채 두서없는 말만 남기고 전화가 끝났다.


몇 시간 후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지난주 토요일은 보건소 직원 전화로 정신이 없었다.

뉴스에서나 볼 법한 일이라고 해야 할까?


아이가 어디에 있었는지 재차 확인을 하고 인적 상항을 묻고 또 물었다. 그리고 우리가 왜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지 보건소 직원이 알려주었다.


우리 아이가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라고..


이 말을 듣는 순간 사고가 정지되고 말았다.

보건소 직원 말에 따르면 아이가 학원에 간 시간과 확진자의 동선이 겹쳐졌던 것이다. 아니, 함께 수업을 했던 것이다.


내가 아이를 데리려 가니 한 아이가 열심히 수업을 하고 있었다. 


결국, 일주일간의 자가격리가 되었다.

난 백신 2차 접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어려 자가격리 대상자에 오르고 말았다. 수동 감시자에서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어 자가 격리한 지 3일째다.


오늘부터 자가진단을 해라고 문자가 왔다. 하루에 두 번 체온 측정을 해야 한다.

강제로 나가지 못하게 하니 답답함에 몰려왔다. 나가는 것을 좋아라 하지 않은 나도 나가지 말라고 하니 더 나가고 싶은 욕구가 보였다.


현관문 열고 잠시 밖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며 방으로 들어오기를 수십 번.


일주일 동안 들어야 할 수업들을 다 빠져야 했고 학원마다 전화를 해야 했다. 다행히 보충 수업을 할 수 있었고 환불도 가능했다.


아이는 한 달 동안 학원에 다니며 공부하는 것이 너무 즐거워했고 적응도 잘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모든 학원을 갈 수 없다는 말에 심심하다고 울고 불며 대성통곡을 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내가 아무리 조심하다고 한들 피치 못할 상황이 전개된다. 이번 일이 바로 인생은 드라마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인생은 즐겁고 재미있는 거 같다. 하루 종일 집에만 있어도 심심하지 않았던 아이는 막상 매일 가던 학원을 가지 못하는 아쉬움으로 지루함이 찾아오는 거 같다.


나 역시 한 시간이라는 자유 시간이 일주일 동안 사라진다는 생각에 하루 잘 지내던 루틴이 깨졌다고 생각했다. 이틀 동안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다 보니 알 거 같았다.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라는 걸.


이틀 동안 집에만 있다 보니 아이도 적응을 하고 혼자 놀기에 빠져 지내고 있다.

오늘은 잘 지냈다고 생각해도 내일은 무슨 일이 펼쳐질지 모르는 인생은 늘 긴장감과 함께 살아가는 거 같다. 


돌아오는 일요일이 자가격리 마지막 날이지만, 그전에 코로나 검사를 한번 더 해야 하고 음성이 나와야 자가격리 해제가 된다. 


현재, 열은 없다. 그리고 그 외 증상도 없다. 이대로 잘 지내다 일상으로 복귀하기를 바라며 오늘도 내일도 그 필도 건강하게 즐기며 보낼 것이다. 


즐기며 재미있는 거리를 찾는 것이 인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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