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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Feb 04. 2022

볶음 된장으로 입맛을 잡다

엄마 에세이

볶음 고추장은 익숙하지만 볶음 된장은 처음 들었고 처음 만들었다. 요즘 낮에는 요리프로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성시경 가수가 나오는 프로라서 열심히 시청하는 것도 있지만, 새로운 요리를 도전하는 백종원 '백 사부'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위안이 된다. 백 사부가 나오는 요리 프로는 거의 다 본거 같다.


요즘 꽂혀 있던 프로가 백종원 클라쓰다. 재방을 보면서 내가 알고 있는 레시피와 비교하는 것도 즐겁고 재료의 궁합과 새로운 맛을 알게 되면 왠지 모르게 통쾌함이 밀려온다. 뭐라도 하나 배울 수 있는 요리 프로가 나의 시선을 끌었다. 이날은 백 사부 자신도 볶음 된장은 처음 해본다고 했다. 처음 만들어보는 볶음 된장을 상상하는 그 모습에 백 사부가 아름다워 보였다. 맛을 상상한다는 건 자신이 즐기고 있고 재미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니까.


볶음 된장을 만들어 놓으면 나처럼 가끔씩 입맛이나 밥맛이 없어서 억지로 밥을 먹는 사람에게 딱인 레시피였다. 놓치지 않고 당장 마트로 달려가 집에 없는 재료를 샀다.


일단 양념을 보면 된장, 고추장, 고춧가루, 간장, 간 마늘, 식용유, 물이 양념이었고 재료는 호박, 양파, 대파, 매운 고추, 다진 소고기, 표고버섯, 당근이면 근사한 볶음 된장이 된다고 했다. 외국인들이 극찬했고 성시경 역시 맛있다고 말하는 모습에 도전했다.



레시피도 간단해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사실, 백 사부는 외국인이나 요리를 알지 못하는 일명 요알못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레시피를 알려주어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어서 나로서는 참 좋다.


요리 과정이 복잡하거나 생소한 양념이나 재료의 요리는 사실 알고 있어도 거의 요리하지 않는다. 사람의 심리는 집에 있는 양념과 재료로 쉽게 요리는 걸 좋아한다. 사람 심리를 파악한 백 사부는 집에 있는 양념만으로 쉽고 맛있는 요리를 선 보일 때가 많아서 나는 그분을 존경한다.  


궤양성 대장염이나 다른 병으로 투병 중이신 분들은 입맛을 자주 잃곤 한다. 나 역시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삼시 세 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라서 입맛을 잃거나 밥맛을 잃어버리면 큰일 난다.


빈속에 독한 약을 먹게 되면 골로 간다. 위장이 아파서 하루 종일 힘들다. 남아 있는 입맛을 잃지 않기 위해서 백종원 레시피를 배우기도 한다. 요리도 노력해야만 내 입맛에 맞는 맛을 찾을 수 있다. 적은 노력으로 내 입맛을 사로잡는 레시피를 찾아 헤매는 이유 중 하나다. 그래서 그럴까 티브이 프로그램 중 요리프로를 유독 많이 본다.


볶음 된장은 구수하면서도 감칠맛이 날 거 같았다. 아침 식사가 제일 힘든 나에게는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 들었다. 아이 아침상을 차린 후 열심히 된장을 볶았다.


호박, 양파, 대파, 버섯, 매운 고추를 다졌다. 약간 씹히는 맛이 좋으면 많이 다지지 않아도 좋을 듯하다. 여기엔 당근은 뺐다. 개인적으로 당근을 사랑하는 편이 아니라서 다섯 가지 재료만 사용했다.


궁중팬에 넉넉하게 기름을 두르고 다진 소고기를 볶았다. 볶은 소고기와 다진 채소를 넣고 수분을 제거하며 볶았다. 수분이 날아가면 간장과 다진 마늘을 넣고 향을 낸 후 된장 2 고추장 1 비율로 넣고 채소와 잘 어울리게 볶는다. 어느 정도 볶아지면 고추기름을 내기 위해 고춧가루를 넣고 잠시 볶아주면 된다.


고춧가루가 타지 않게 볶다가 물은 넣고 졸이면 근사한 볶음 된장이 탄생된다. 사실 나는 물을 넣지 않았다는 걸 밥에 볶음 된장을 비비고서야 알게 되었다. 물은 넣지 않았지만 감칠맛이 끝내주는 볶음 된장이 내 입맛을 사로잡았다.


밥을 다 먹고 볶음 된장을 냉장고에 넣기 전에 물을 붓고 졸였다.


자극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다지 자극적이지 않았고 구수한 맛과 청양고추로 인해 알싸한 맛이 남아서 느끼하지 않았다. 뭐랄까? 밥을 계속 부르는 맛이라고 할까. 볶음 된장으로 밥을 비벼 상추에 쌈을 싸서 먹어도 괜찮을 듯하다.


사실 빵에 발라 먹어도 되고 면에 비벼 먹어도 맛있다는 그들의 말처럼 언젠가는 빵과 면에 비벼 먹어보려고 한다. 채소가 많이 들어가서 그런지 채소의 풍부한 맛을 자랑했다.


참기름을 넣지 않아서 더 깔끔한 맛이 났다. 소면에 비벼 먹을 때는 참기름 한 방울 넣겠지만 밥에 비벼 먹을 땐 참기름이 없어도 괜찮았다.


시도 때도 없이 입맛과 밥맛이 사라지는 나로서는 볶음 된장 레시피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매일 먹는 밥, 조금은 색다르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다양했다. 단지, 레시피가 간단한지 복잡한지에 따라 갈림길에 놓이기는 하지만..


예전에는 이연복 요리를 따라 했다. 그러다 오향장육을 하면서 중식 역시 집에서 어렵지 않게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요리를 하지 않았을 뿐, 다른 사람에 비해 요리에 관심이 없을 뿐이지 누구나 요리하면 세프 못지않게 멋진 음식이 탄생될 것이다.


유튜브에서 성시경 요리 채널을 보다 보며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한다. 각 나라 음식을 알아야 하고 맛을 알아야 한다는 걸, 그래야 새로운 음식을 맛볼 수 있으니까. 나는 한식을 좋아해서 한식 요리만 하다 보니 틀에 갇힌 음식만 하고 있었다.


이제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요리를 즐기려고 한다. 다양한 식재료와 식자재로 한식을 색다르게 맛볼 수 있을 듯하다. 요즘은 세계 각국 소스나 양념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하나씩 양념을 교체하며 퓨전요리를 시도하면 어떨까 잠시 생각했다. 아이가 함께 먹어주는 그날까지 기다려야겠지만 엄마가 맛있게 먹는 모습만으로 시각과 미각을 자극하다 보면 함께 먹어줄 거라는 기대로 그날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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