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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Feb 24. 2022

좋아하는 것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 없다를 논하다

엄마 에세이

몇 달 전부터 매주 토요일만 되면 백화점에 출근을 한다.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나와 아이는 토요일마다 일찍 일어나는 연습을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발레를 배우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아이를 뒤로 하고 몇 년을 버티다 작년 겨울에 발레를 배우게 되었다. 일단, 재미 삼아 스트레스를 풀어보라고 백화점 문화센터를 선택했다. 아이 역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또 뭘 원하는지 알 수 없으니 이것저것 배우고 싶다는 말을 늘어놓았다. 코로나 여파가 유치원부터 아이의 사회생활 제약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엄마인 나와 아이 마음에 준비가 덜 된 상태이기도 했다. 그러다 조심스레 시작된 배움이 아이를 즐겁게 했다. 제일 먼저 시작한 배움은 미술이었고 두 번째는 피아노였다. 세 번째가 발레였다. 순서를 따지자면 이렇지만 동시에 세 가지를 배우게 되었다. 매주 토요일, 문화센터에 출근을 한다. 아이는 신나게 발레를 배우고 나는 문화센터 주위에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50분이라는 시간은 나에게 값진 시간이다. 오직 혼자만의 시간이기에 아침에 힘듬을 이겨낼 수 있었다.


다음 주만 가면 백화점 출근 도장은 끝이 난다. 아이는 발레 전문 학원에서 발레를 배우게 되었으니까. 뭐가 됐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 바라는 마음으로 묵묵히 아이를 케어 중이다. 발레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일찍 도착해서 그런지 선생님은 이런저런 경험을 나에게 알려주었다. "발레를 하려면 각오를 하셔야 합니다. 엄마의 기대치와 아이의 기대치가 다르다 보니 아이는 죽기보다 힘든 발레를 포기하려 하는데 엄마 생각은 다른 거죠. 그동안 들인 비용과 시간 그리고 노력이 아깝다고 아이를 억지로 발레를 배우게 하거든요. 발레는 장기전입니다. 잘 생각해야 할 부분이죠. 많은 부모님들이 여기서 아이들과 트러블이 상당한데요. 저 역시 발레가 좋아 시작했지만 부모님이 억지로 하게 하지 않았어요" "그럼 내신은 중요할까요?" "그럼요. 국내 상위 10등 안에 들려면 내신이 기본입니다. 세계 탑이라면 모를까? 내신은 기본입니다. 한 가지 잘한다고 해서 승승장구하지 못해요. 그리고 발레에 흥미가 있고 아이가 원한다면 여기 아니라 더 큰 무대를 가야 하죠. 해운대 쪽으로 가는 걸 권해요. 여기는 별 볼 일 없어요"


선생님과 대화를 하면서 많은 걸 느꼈다. 내가 놓치고 있었던 부분을 알게 되었다고 할까. 값진 시간이었다. 내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아이를 케어하고 초점을 어디로 맞추어야 할지 감이 왔다.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묵묵히 그 아이를 지켜보는 일 말고는.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 바라며 나는 오늘도 기도를 한다. 늘 그렇듯, 건강하기를 그리고 어디서나 자신을 잊지 말고 지혜와 용기로 자신을 보호하기를 말이다. 피아노, 미술, 발레 등 다양한 예체능 중 가장 재미없는 부분이 발레라고 발레 선생님이 말을 했다. 그러나 자신이 좋아 선택한 일은 재미없는 발레라 할지라도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백번을 강조해도 지겹지 않은 부분이 바로 자신이 좋아야 한다고 선생님은 말한다.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 뭔지, 아이가 열정을 보이고 아이가 끼고 사는 것이 무엇이지 노트를 꺼내어 열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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