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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Mar 02. 2022

글쓰기가 어려워

엄마 에세이

처음 글을 쓸 때는 너무 재미가 났다. 매일 글을 썼다. 블로그에 이어 이제는 브런치와 티스토리까지 같은 글을 여러 군데 발행했다. 어느 누구는 브런치에서 내 글을 읽어주었고 어떤 사람은 블로그에서 어떤 이는 티스토리에서 읽고 흔적을 남기고 간다. 그 느낌이 너무 좋아 하루를 글을 쓰고 글로 마무리 짓는 일이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자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글을 쓰면 쓸수록 어렵게 느껴졌다. 어렵게 느껴진다고 느낄 때 어김없이 책을 보지만 글쓰기는 쉽지 않았다. 쓰면 쓸수록 이 단어가 맞나? 여기에 이런 말을 쓰면 되는 건가? 하며 혼동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편의 글을 작성하고 나면 수십 번 수정하는 작업이 나에게는 벅차고 힘겹다. 그렇다고 글을 쓰지 않은 날에는 몸이 근질근질하다 못해 화장실 갔다 뒤를 닦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결국, 뭐가 됐든 쓰다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글쓰기가 더 나아지기를 바라고 있다. 다들 이런 말을 한다. 마음 편히 쓰라고, 마음 가는 대로 쓰라고. 근데 쓰다 보면 조금 더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을 찾고 싶어 진다.


뭐라 할까? 더 근사한 문장, 더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찾다 보니 글에 힘이 들어갔고 어색한 문장이 만들어졌다. 본인인 내가 읽어보지만 참 어색하다. 결론은 힘 빼고 쓰자였다.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 듯하다. 한 출판사에서 연락이 온 일이 있었다. 내 글을 읽었던 출판사 관계자가 그랬다. 등단하는 것이 어떠냐고, 등단하면 이로운 점이 많다는 것이다. 사실 그때 자신이 없었다. 일상을 녹여 쓴 글로 등단이라니. 이미 등단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어려운 관문이라고 했다. 해보지 않고 이미 걸어온 이들의 말에 겁을 잔뜩 먹고는 등단이라는 글 자체를 멀리했다. 근데 등단을 하라는 출판사 관계자의 말에 심장이 벌렁거렸다. '나 같은 사람이 등단하라고' 온갖 부정적인 에너지를 모으고 있었다. 등단은 먼 훗날 글쓰기 맛을 알았을 때 하면 안 되는 건가 생각을 했다. 사실 겁이 났다. 열심히 쓴 글이 탈락이라는 단어에 나를 미워할 거 같아서 피했다. 피하지 못한 일을 겪었지만 말이다. 그 일을 겪은 후 글쓰기에 회의감이 들었고 모든 걸 내려놓고 쳐다보지 않았던 것이 글이기도 했다. 이미 경험을 해서 그런지 등단이라는 말에 내 심장을 관통하지 못했다. 듣기 싫은 소리라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던 그날을 회상하니 공부를 하면 등단이라는 관문에 발을 들여놓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사실 글을 쓰면서 한 가지 꿈이 또 생겼다. 대학 근처에 가지 못한 내가 늦은 나이에 대학을 가보자고 목표를 세운 일이다. 대학을 간다고 해서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난 성공을 위해 대학을 가려고 하는 건 아니다. 미처 몰랐던 부분을 공부하고 싶어서다. 한글을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자가 되고 싶다. 쉰이라는 나이가 숫자에 불과할 것이고 예순이라는 나이가 숫자에 불과한 것처럼 배움에는 나이와 상관없을 것이다. 부모가 해주지 못한 그 공부를 늦은 나이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젊은 사람들을 따라가지 못하겠지만 대학이라는 캠퍼스를 누리고 싶었고 고교시절 꿈꿔왔던 그 모습 그대로 늦더라도 이루고 싶다. 아마 아이와 함께 대학을 다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했다. 그전에 이미 나는 입학을 하고 배움에 열정을 불태울지도 모르겠다.


글쓰기를 더 편안하고 더 가볍게 다가가고 싶다. 그러려면 배워야 한다. 나보다 더 많이 배운 사람들과 소통하며 배우고 또 배우고 싶다. 내 안에 갇혀 있는 그 감정을 표현하려면 글로 풀어내야 한다. 배움에 열정을 불태우다 보면 병마도 슬그머니 사라질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젊은 사람들의 기운을 받아 내 생각 틀이 깨지고 더 젊음 생각을 하며 소통하고 싶다. 배우다 보면 감정을 표현하는 글쓰기가 한결 편안할 거라 생각이 든다. 이 세상 온 김에 닥치는 대로 배우며 살아가고 싶다. 어느 날 부산 국제시장 지하상가를 둘러본 적이 있었다. 지하상가는 예술인들이 모인 상가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즐비한다. 각자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대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전율이 흘렸다. 이내 경이롭게 보였다. 가끔 남포동 일대의 지하상가를 둘러보면 나와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의 삶을 엿볼 수 있어서 신선하다. 자신이 그린 그림이 다른 사람 집 벽에 걸리는 상상을 한다면 기운이 날 것이고 행복한 미소가 저절로 번질 듯하다. 글도 마찬가지인 거 같다. 누군가가 읽어주고 공감해주는 것만으로 글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시 글을 쓸 힘이 생기고 생기가 살아난다. 그래서 더 많이 배우고 싶다. 어렵겠지만 배움을 선택하고 싶다. 똥이 됐던 된장이 됐던 일단, 선택해야만 구별할 듯하다. 한 출판사의 제의가 무서워 숨어버리지 말고 일단 선택함과 동시에 행동에 옮겨보자는 지난 실패에서 멋진 교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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