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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Mar 02. 2022

코로나 첫 증상, 오미크론 첫 증상은 몸살과 같았다

엄마 에세이

내가 글을 쓸 수 있을까라는 암담한 생활이 시작되었다. 인생은 한 치 앞을 모르는 일이라고 하더니 정말 그랬다. 지난주 화요일부터 목이 아팠다. 내가 너무 무리했나 생각이 들 정도로 열심히 살았다. 아이 학원을 함께 다니며 아이보다 더 열정적으로 아이와 적응을 했다. (아이의 픽업으로 엄마가 더 바쁜 일상) 그러다 동생이 집에 오면 맛있는 음식 한 끼 대접하려고 5년 동안 내려놓았던 요리를 했다. 늘 그렇듯 내 몸은 내가 한계에 도달했을 무렵 목이 먼저 반응했다. 따끔거리는 목을 안고 내가 만든 수제 생강청을 한 모금 마시며 내가 며칠 동안 무리했구나 스스로 토닥였다. 몸살이 난 날에는 생강청으로 해결이 되었기에 병원을 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수제 생강청은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몸살은 생강청으로 달래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나는 자책했다. 몸의 신호를 무시하고 노력만 했다고 말이다. 자책을 할 무렵 아이는 새벽에 고열로 힘들어했고 체온을 재보니 40도에 육박했다. 큰일이 일어났음을 직감했다.


평소에 아프지 않던 아이가 이유 없이 고열로 힘들어하는 모습에 심장이 내려앉았다. 이윽고 체온을 재고 난 후 생각나는 대로 몸이 움직이었다. 냉장고 속에 보관 중인 해열제를 대략 7미리를 준비해서 아이를 먹였고 오래전에 냉각시트를 사다 놓은 기억이 나 서랍 속을 뒤져 아이 이마에 붙였다. 날밤을 새며 아이 곁에서 체온을 확인하려고 마음을 먹었으나 내 몸 역시 엉망진창이었다. 아이의 안정적인 숨소리를 듣고서야 눈이 감겼다. 눈이 감길 찰나 아이는 일어나 토를 하고 말았다. 너무 놀라 아이를 달래며 이불 커버를 갈아놓고 아이를 안심시켰다. 약을 먹었으니 열이 떨어질 거라고. 40도 육박한 열은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39도에서 머물고 있었다. 해열제는 소용이 없었다. 새벽에 해열제를 두 번 먹이는 사이 내 몸은 점점 고통 늪에 빠져들었다.


아픈 내 몸 보다 아이 몸이 먼저였던 나는 엄마였다. 고열로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아침 일찍 눈을 떤 아이 체온을 재어보니 여전히 39도에서 머물고 있었다. 아이의 증상이 이해되지 않았다. 아픈 아이를 바라보며 검색을 했다. 지금 아픈 증상이 일반 감기몸살인지 아니면 오미크론 증상인지 체크해야 했다. 그래야 아이 고열의 원인을 알 수 있을 거 같았으니까. 예전에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다. 오미크론 증상은 감기와 유사해서 쉽게 알 수 없다고 오미크론 잠복기는 3일이라서 3일이 되는 날 알 수 있다는 기사를 말이다. 처음 증상은 일반 감기몸살과 비슷했다. 처음부터 오미크론이구나라고 구분할 수 없었다. 따끔거리는 목, 침을 넘길 수 없는 붓기의 목 즉, 인후통은 오래전부터 나에게 찾아왔던 친구였다. 친정엄마도 동생도 모두 몸살인 거 같다고 했고 나조차 코로나를 거부하고 가벼운 몸살로 인지하려고 노력했다. 기사 내용을 기억하고 다시 검색을 시도했다. 목이 아프면 일단, 오미크론 의심을 해야 한다는 글과 그 외 증상은 지금 나에게 일어나는 증상과 유사했다. 기존 몸살처럼 왔으니깐 코로나 검사를 먼저 해야만 병원 출입이 가능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고열뿐. 다른 증상이 없었다. 열이 나면 누워서 잠만 자던 아이가 안쓰러워 어떻게든 뭐라도 먹이려고 노력했다. 내 몸 역시 천근만근 일어나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지만 나는 엄마니깐 어떻게든 아이의 고통을 줄이려고 했다. 아이가 혹여 배가 고픈데도 불구하고 엄마를 위해 배고픔을 참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되었다. 하지만 아이 눈동자는 붉게 충렬 되어 있었고 숨마저 뜨거웠다. 39도에서 38.8도가 되면 아이는 언제 아팠냐며 놀고 있었다. 엄마가 일어나지 못하고 자고 있으면 아이는 엄마에게 보채지 않고 놀았다. 그러다 이내 고열이 오르면 엄마 곁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목이 아픈 이틀 날 나에게 일어나는 반응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일단 열은 나지 않았다. 다만, 목이 너무 아파 말을 할 수 없었고 어깨가 쑤셨다. 어깨가 아프더니 팔다리가 움직이지 않을 만큼 쑤시면서 힘이 주어지지 않았다. 백신 접종까지 한 난 설마 했다. 설마가 역시로 변했지만 말이다. 증상은 감기몸살과 흡사했다. 하지만 고통은 독감 3배, 감기 4배 정도로 강도가 심했다. 오한이 왔다 갔다 했고 점점 후각과 미각을 잃어버렸다. 이대로는 안 될 거 같아 친정엄마에게 도움을 청했다.


"엄마, 지금 여니가 고열로 열이 내려가지 않고 있어. 나도 몸살이 왔는지 너무 아픈데 어떻게 하지?" "병원 가야지" "요즘 시국이 시국이라 열나면 병원 문턱에 들어갈 수 없다 말이야. 예전처럼 아프면 곧바로 병원 가면 얼마나 좋아"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엄마 역시 막막한 거 같았다. 병원에 전화를 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은 "pcr검사 후 음성이 나와야 진료가 가능해요"였다. 하늘이 무너지는 거 같았다. 아이는 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수액을 맞으면 금방 안정될 것을 보건소를 찾아 pcr검사를 하고 하루를 생으로 고생한 후 병원에 가야 한다는 말은 아이를 죽이는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열나는 아이를 무턱대고 병원을 찾을 수 없어 엄마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 거 같았던 그때 엄마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약국 갔다 온 거야" "아니, 여니 열이 내려야 나가는데 열이 안 떨어져. 그래서 조금 더 기다렸다가 약국 가보려고" "그럼 엄마가 사다 줄까?"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사실, 온몸이 아파서 일어설 수 없었다. 어지러워서 일어서는 것이 힘들었고 두통과 인후통으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엄마가 사다 주면 나야 고맙지" "그럼 지금 약국 가서 전화할 테니 필요한 거 약사에게 말해줘" 그렇게 통화가 끝났고 엄마 전화만 기다렸다. 엄마는 지금 상황을 알고 있었다. 혹여 손녀가 아프면 큰일이라며 전화를 계속했고 현 상황을 엄마에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두어 시간 지났지만 딸에게 전화가 없으니 답답해서 전화를 했던 엄마였다. 


한 시간 남짓 엄마는 딸 집에 도착했고 약 봉투만 주고 가려니 섭섭한지 엄마는 맏이에게 물었다. "들어갈까?" "만에 하나 양성이면 안 되잖아. 그냥 집에 가" "코로나 아닐 거야. 몸살이지. 여니도 몸살이고. 요즘 학원을 많이 다녔잖아" 엄마는 자신에게 딸에게 안심을 시키며 집안으로 들어왔고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아파서 설거지를 못하고 모아둔 것이 엄마 눈에 보였던 것이다. 엄마가 설거지하는 동안 신속항원검사 설명서를 읽으면서 순서를 익혔다. 우는 아이를 달래면서 엄마인 나부터 검사를 했다. 검사를 했더니 선명한 두 줄이 나왔다. 막막한 검사 결과 앞에서 넋 놓고 있을 수 없었다. 아이 증상도 코로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지금 나 두줄 나왔어. 설거지 그만하고 어서 집으로 가. 손 소독하고 몸에 소독약 뿌리고" 엄마는 결과를 듣고도 멍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여니를 해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우는 여니를 달래며 아프지 않게 면봉에 콧물을 묻혔다. 그리고 결과를 기다렸다. 아이 역시 나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 이제야 엄마는 황급히 우리 집에서 벗어났다. 아무것도 만지지 말라고 했고 소독약을 여기저기 뿌렸다. 만에 하나가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집에 도착하면 옷 다 빨고 샤워하라고 일렀다. 두 줄이 나오니 보건소에 전화를 해야만 했다.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그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한 시간이 일주일 같았고 일분이 한 시간 같았던 그날. 처음 겪는 일에 머릿속은 새하얀 백지상태가 되고 말았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신이 있다면 아픈 아이를 위해 나에게 힘을 달라고 했다. 아이 대신 내가 아프겠다고 그러니 아이에게 고열만은 주지 말라 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나 한 번 시작된 고열은 원인을 알기 전까지 수없이 반복되었다. 보건소와 통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보건소는 불통이었고 전화 자체를 받지 않았다. 아무리 확진자가 증가하는 추세지만 전화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닌가. 근데 그들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폰만 붙들고 수십 번 통화를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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