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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Mar 04. 2022

모녀는 보건소에서 코로나 PCR 검사를 하고 나왔다

엄마 에세이


운 좋게 다른 부서 직원이 전화를 받게 되었다. "신속항원검사를 했는데요 두줄이 나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이쿠. 어쩌죠. 제가 전화를 당겨 받아서요. 제가 담당자는 아니고, 근데 항원 검사에서 두줄 나온 건가요?" "네, 근데 어른인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아이도 두줄 나왔거든요. 열이 40도를 오락가락해서 병원 가야 하는데 병원 가면 안 되는 거죠" "두줄 나왔으면 선별 검사소나 보건소에 와서 PCR 검사를 해야 합니다. PCR 검사를 해서 음성이면 병원 가면 되는데 혹여 양성이면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데요." "그러니깐 아는 내용을 반복해서 말하지 말고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알려줘요. 아이가 고열로 열이 안 떨어져요. 아이를 죽이고 대책을 마련해 주실 건가요?" "어머니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담당자분들이 역학조사로 전화를 안 받는 거 같아요. 제가 알아보고 연락드릴게요. 이 번호로 연락드리면 되는 거죠" "네, 제발 연락 좀 주세요" 화와 간절함을 내포한 목소리로 그들을 다그쳤다. 어디다 물어봐야 할지 난감한 상태여서 그들에게만 의지해야 살 수 있을 거 같았다.


사실, 다른 부서 직원은 자신이 아는 내용을 말해주었다. "저희 보건소 직원도 신속항원검사에서는 양성으로 나와서 PCR 검사를 했더니 음성으로 나왔거든요. 그러니 어머니 조금은 안심하고 기다려주세요" 말을 했다. 난 보건소 직원의 증상과 판이하게 달랐다. 아이는 고열로 반나절 이상 시달려야 했고 나는 목이 너무 아팠다. 증상을 SNS에 올렸더니 댓글이 달렸다. 목이 아프면 오미크론을 의심해야 한다며 신속항원검사를 하던지 보건소 가서 검사를 해보라는 거였다. 두 모녀의 증상을 보면 확진이 된 거 같았다. 그러니 보건소 직원의 위로 아닌 위로가 가슴에 와닿지 않았다. 시간을 흘려 오후 4시를 향하고 있었다. 초조했다. 오늘 검사를 해야 내일 검사 결과를 듣고 향후 진료가 결정되기에 보건소 직원의 전화만 기다렸다.


기다리기를 30분 후 보건소 전화번호가 폰에 떴다. "대중교통 이용하면 되는 건가요? 제가 궁금한 건 PCR 검사를 하는 건 알겠어요. 제가 자차가 없을뿐더러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보건소를 찾아야 하는데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한 건지가 궁금한 거예요" "아, 대중교통은 안 되죠" "그래요. 저도 알아요. 그럼 택시를 타고 가면 되나요? 아이가 고열로 걸어서 갈 수 없고 걸어서 갈 거리가 못 된다 말이에요" "이걸 어떡하나. 잘 못 말하면 안 되고 제가 다시 알아보고 연락드릴 테니 또 기다려주실래요. 죄송합니다." 보건소 역시 코로나의 전문 분야가 아니다 보니 주무 구구식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었고 확진자가 연일 최고로 나오고 있어서 그들도 난감한 상태인 거 같았다.


드디어 보건소 담당자와 연락이 닿았다. "선생님 아이가 고열이 난다고요." "네" "항원검사로 두줄 나왔고요" "네, 저도 목이 아파서 말을 많이 못 해요. 어떻게 PCR 검사하러 가면 되나요?" "버스는 안되고요. 자차가 없다고 하시고 걸을 수 없는 거리라고 하니 일단 마스크 쓰시고 택시를 타고 PCR 검사를 받으세요. 음성이면 병원에서 진료 보면 되는데 양성이면 소아를 받아 줄 병원을 수배해야 합니다" 보건소 직원 말이 무슨 뜻으로 하는지 잠시 이해되지 않았다. 소아 받아 줄 병원이 지금 없으니 지금 수배를 하라는 건지? 아니면 PCR 검사 결과 후 병원을 수배하라는 건지 무슨 뜻으로 말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소아 확진이면 받아 줄

병원이 없다는 건가요? 그러면 아이를 죽이라는 말인가요? 무슨 이런 말을 합니까? 이게 최선이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지금 드릴 수 있는 말은 이거 말고는 없어요. 일단, 검사부터 하세요" "검사를 하면 당일날 나오나요. 아이는 하루에도 수십 번 고열과 싸워야 하는데 집에 있는 해열제가 듣지 않는다고요." "어머니 심정은 알겠는데 지금은 어떻게 할 수 없어요. PCR 검사를 하시고 결과가 나오면 향후 진료 방향을 알려드릴게요." 답답해서 눈물이 났다.


아이가 고열로 사경을 헤매는데 교과서에 나온 말만 되풀이하는 직원이 원망스러웠고 미웠다. 그들 잘 못은 아니지만 내 아이가 사경을 헤매고 있으니 원망스러운 말만 흘려 나왔다. 누워 있던 아이에게 다시 코 검사를 해야 한다고 하니 서럽게 울었다. 보건소 검사는 아팠고 무섭다고 금방 한 검사로 안 되는 거냐고 아이가 말을 했다. "여니야 지금 보건소에서 검사해야 여니 병원 갈 수 있어. 여니도 열이 나서 힘들잖아. 보건소 아줌마가 검사해주면 병원 가서 약 받을 수 있어. 무섭지만 엄마 손 꼭 잡고 검사받자. 엄마도 얼마나 무섭게. 여니가 엄마 손 잡아줘야 해" 열나는 아이에게 해열제를 다시 먹이고 택시를 타고 보건소로 향했다. 다시 오지 않겠지 했던 보건소 입구는 검사를 받기 위한 사람들로 붐볐다. 열이 나는 아이는 찬바람을 쐬며 긴 줄에서 기다려야만 했다. 열이 나면 서 있기가 힘들 텐데도 안감힘을 써며 서 있는 아이가 안쓰러웠다. 아이 몸을 살피며 계속 물었다. "여니야 힘들어? 힘들면 엄마에게 말해. 엄마가 안아줄게" 여니는 엄마가 아프다는 걸 안 아이라서 계속 괜찮다고 말했다. 긴 줄로 지쳐갈 때쯤 아이는 나에게 힘들다고 말했다.


일곱 살 아이를 안고 우리 차례를 기다리며 줄이 빨리 줄어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더디게만 시간이 흘렸다. 떨리는 팔이 신호를 보냈다. 이러다 아이를 떨어트린다고 아이를 편안하게 해 줄 의자를 찾기 위해 주위 시선을 돌리니 의자가 보였다. "여니야 저기 의자에 앉아 있을래. 엄마 팔이 아파서 오래 안고 있을 수가 없네. 이러다 너를 떨어트리면 큰일이니까 저기 의자에 앉자" 아이는 알겠다면 의자에 앉았고 우리 차례가 되었을 때 아이는 내 곁으로 다가왔다. 일단, 신속항원 검사한 키트를 보여주었더니 PCR 검사를 해보자며 검사 통을 주었다. 검사하는 직원에게 갔더니 검사하는 사람이 없었다. 30초가 걸리지 않는 PCR 검사는 너무 쉽게 끝이 났고 두려워 무서워했던 아이는 PCR 검사하기 전 "엄마 쉬 마려워"라고 말했다. 큰일이었다. 어디를 가야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어서 검사를 담당하는 직원에게 물었다. "혹시 화장실 사용 가능할까요?" "여기는 안 되고 구청으로 가서 볼 일 보고 오세요" "아니 아이가 급하다고 하는데 멀리 있는 구청까지 가야 합니까?" "여기서는 안됩니다"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것도 아닌데 그들은 인정없이 단호하게 안된다고 거절했다.


"여니야 검사를 하고 화장실 가자. 참을 수 있지?" 아이는 그때부터 울기 시작했다. 열은 올라 몸은 힘든 데다가 죽기보다 싫은 검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 서러웠던 모양이었다. "아저씨 살살해주신데. 그때 그 이모는 엄청 아프게 했는데 이 아저씨는 아프게 하지 않을 거야. 그죠! 아저씨" 직원은 확답을 주지 않았다. 엄마부터 하겠다고 의자에 앉자 말자 곧바로 긴 면봉이 코 깊숙이 넣었다 재빨리 뺏던 직원을 눈을 흘기며 쳐다봤다. 씩 웃는 직원은 정말 아프게 면봉을 쑤셨다. 아이에게는 자비를 베풀어 아프게 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그러나 직원은 자비가 없었다. 울고 있는 아이에게 심하게 쑤셔 급기야 코피가 났고 직원은 자신 때문에 피가 나는 게 아니라며 핑계를 댔다. 급히 나오는 바람에 물티슈를 가져오지 않아 직원에게 휴지 한 장만 달라고 하니 줄 수 없다고 했다. 뭐가 전부 안된다는 말만 되풀이하는지 직원이 미웠다. 내 손으로 아이 코피를 닦았고 소변이 마렵다는 아이를 데리고 구청을 향했다. 아이는 너무 긴장해서 소변이 마려웠던 것이었고 손을 씻고 구청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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