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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Mar 16. 2022

모녀가 뚜벅이 여행 시작한 날

지난 과거를 회상하면 내 힘으로 움직였던 것이 없었다. 타인이 해놓은 계획대로 그저 따라다녔고 따랐다. 그러니 혼자 한다는 건 큰 용기가 필요했다. 여행을 혼자 한 적이 없었다. 20대 시절은 회사 언니들과 움직였고 30, 40대는 남편에 의해 움직였다. 여행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무서움이 먼저 찾아왔다. 늘 자차로 움직이다 보니 대중교통을 이용해하는 여행은 단 한번 해본 적이 없었다. 대중교통으로 움직이는 여행을 해보자고 결심한 건 아이가 가정 보육을 한 후 처음 했다. 부산에 정착하면서 아이를 마냥 놀릴 수 없었다.


밖에서 보고 듣는 지식이 상당하니깐. 춥지만 아이와 여행을 결심했다. 바다가 보고 싶은데 장거리는 엄두가 나지 않았고 일단 교통편의가 가장 편리한 지역부터 여행을 시작했다. 부산과 가장 가까운 거제도를 정했다. 시외버스터미널 거제도 가는 버스 배차 시간은 10분 간격이었다. 부산을 벗어나 보자고 결심했고 거제도를 선택했다.  거제도를 15년 만에 다시 찾게 되었다. 아이는 거제도라는 섬이 처음이었다. 아이와 단 둘이 하려던 여행은 친정엄마가 모녀만 보내기 위험하다며 자신도 함께 가겠다고 했다. 엄마는 혼자 여행하는 사람이 아니다. 여행이 하고 싶어도 쉽사리 용기를 내지 못한 엄마를 맏이인 내가 잘 안다. 


손녀와 함께 하는 여행에 엄마는 슬쩍 숟가락만 올렸다. 우리 둘만 갈 거니깐 따라오지 말라고 말하지 못했다. 엄마가 섭섭해할 거니까. 그렇게 3대가 여행을 떠났다. 거제도 역시 넓다. 그래서 두 번을 나누어 거제도 여행을 계획했다. 사실 운전을 못해서 거제도 여행을 두 번으로 나눴다. 거제도 바람의 언덕이었고 다음 날은 외도 섬을 떠나게 되었다. 다행히 큰 방을 예약한 덕분에 삼대는 편안하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다. 


거제도 가기 전 우여곡절이 많았다. 시골 여행은 교통편이 수월하지 않았다. 그 어디에도 거제도 시내버스 배차시간이 없었다. 일단, 몸으로 부딪혀야 배우고 습득한다는 마인드로 사상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거제도 고현 가는 버스를 탔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다. 고현에 내리니 그때부터 막막했다. 터미널 매점 아주머니에게 바람의 언덕 가는 버스가 어디서 타냐고 물어보니 여기는 없고 건너편에 가라고 했다.


그 말을 믿고 터미널 반대편을 무작정 걸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당황한 나와 엄마는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난감했다. 그때 택시 아저씨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길래 길을 물었다. "아저씨 바람의 언덕 버스 타려면 어디서 타나요?" "여기 아니야. 터미널에서 시내버스 타면 돼요" 매점 아주머니 말이 틀렸고 택시 아저씨 말이 맞았다. 터미널 안내소에 들러 버스 운행표를 사진으로 찍고 바람의 언덕으로 갈 버스를 기다렸다. 부산처럼 자주 오는 버스가 아니었다. 보통 한 시간 가량 버스를 기다려야 버스를 탈 수 있었다.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다니는 버스를 지켜보며 엄마와 나는 이런 것이 여행 묘미라고 말했다. 버스 기다리는 시간 한 시간, 바람의 언덕까지 가는 버스 시간 한 시간. 결국 길거리에 버린 시간이 오전 반나절이었다. 숙소를 찾아 체크인을 하고 바람의 언덕 구경을 했다. 


다음날이 문제였다. 외도 섬을 구경하고 배를 타고 나오면 버스 정류소에서 곧바로 버스를 탈 줄 알았다. 우리가 타고 가야 할 버스는 터미널에 간지 한 시간이 흘렸는데도 고현 터미널로 향할 버스는 나타나지 않았다. 여기서 내 생각이 잘 못 되었다. 고현 터미널에서 들어온 버스가 다시 고현 터미널로 가는 배차 시간을 착각했던 것을 버스 정류소에서 30분가량 기다리고서야 알게 되었다. 버스 정류소에 버스 배차 시간 안내문이 버젓이 있었다. 이걸 보지 못한 난 앞으로 30분 이상 더 기다려야 한다고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는 이왕 이렇게 된 거 기다려야 어떻게 하겠냐고 말했다.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그 시간을 즐겼다. 버스 올 시간이 다가오니 마을 주민들이 한 두 명이 모여들었다. 우리가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린 지 한 시간 10분쯤 흐르고 고현 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고현 터미널에서 부산 가는 버스를 예매하고 우리는 편안하게 부산으로 올 수 있었다.


이때 나는 결심했다. 운전 면허증을 꼭 취득하겠다고. 김수영 작가님이 말했다. "운전을 할 줄 알아야 반경이 넓어져요"라고. 수영 작가님이 거제도를 다녀온 후기를 블로그를 보고 거제도 여행을 계획했다. 수영 작가님 블로그에 댓글을 달았더니 작가님이 답 댓글에 운전면허증을 내라고 했다. 그 글을 본 후 막무가내 여행을 했고 길거리에서 낭비한 시간이 아까웠으며 몸과 마음이 고단했던 여행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운전 면허증을 기필코 취득해서 구석구석 돌아보겠다고 다짐했다.


올해는 운전면허증 취득이 목표다. 나에게는 운전 트라우마가 있다. 지인에게 배운 운전은 그야말로 나를 비참하게 했고 회사 언니 차를 타고 가다 큰 사고가 났으며 남편 차를 타고 가다 옆에서 온 차가 우리 차를 박고 우리 차는 도로를 몇 바퀴 굴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나에게 운전이란? 위험한 일이다라고 무의식에 저장하고 말았다. 운전하지 않아도 살만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운전하지 않으면 여행에 제한적이라는 걸 거제도 여행을 하고서야 크게 깨달았다.


뚜벅이 여행은 일단 자차가 아닌 렌트를 하면서 하는 여행을 지향하기로 했다. 트라우마는 깨라고 있는 거라고 무섭고 위험한 것이 아닌 나와 아이를 편안하고 안락하게 하는 수단이라고 되뇌고 또 되뇐다. 앞으로 아이가 커가는 과정에서 엄마인 내가 운전을 못하면 아이에게 좋은 곳을 보여줄 수 없다. 원하는 학교에 보내게 되면 내가 필수적으로 운전을 해야 한다. 


경험하고 겪으면 안다. 운전은 필수라는 걸. 그동안 내가 너무 편안한 생활을 했다는 걸 새삼 느꼈다. 이제는 내가 나설 차례다. 운전 그까이꺼 별거냐, 하면 되지. 제대로 배우면 큰 사고는 나지 않는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모녀의 뚜벅이 여행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게 했고 새로운 눈을 가지게 했다. 뚜벅이 여행은 멋진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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