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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Mar 30. 2022

다리 마비임에도 희망을 품은 동생이 대견스러웠다

엄마 에세이

한 달 만에 동생을 만나게 되었다. 한 달 사이 많은 것이 바뀌어 온 동생네 가족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집안에 아픈 사람이 있다면 많은 것이 바뀌게 된다. 돈도 돈이지만 삶의 패턴이 무너진다. 동생네 가족은 제부는 제부대로 피곤한 얼굴이었고 동생은 움직임이 불편해서 몸이 부어 있었다. 


병원에서 움직일 수 없던 동생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동생은 부축을 해주면 길을 걷는 건 무리가 없었고 집안에서는 혼자서 움직일 수 있어 다행이었다.


환자가 집에 있으면 환자인 본인이 가장 고통스럽지만 곁에서 지켜보는 환자 가족은 피곤하다. 이건 내가 아파봐서 안다. 친정엄마가 아파봐서 안다. 동생이 예전에 아파봐서 안다. 우리 뇌는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내가 어떤 지시를 내리느냐에 따라 몸은 움직이게 되어 있다.


동생을 보니 아프다고 가만히 있고 힘들다고 주저앉으면 뇌는 '너는 이렇게 움직이면 아프구나'로 인식해 더는 움직일 수 없게 한다. 독서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알게 된 뇌과학 정보를 동생에게 일러주었다. 


"아프다고 움직임이 덜하거나 무섭다고 가만히 있으면 뇌는 너를 못 움직이게 할 거야. 그러니 집에서 마비된 오른쪽 손가락을 꾹꾹 눌러서 자극을 줘야 하고 발도 자극을 주어야 해. 티브이를 보게 되면 마비된 다리 쪽 발가락을 의식적으로 움직이려고 노력하고. 그래야 곁에서 지켜주고 있는 제부가 힘이 날 거야"

"응 언니야 그래야지"

"너희 집은 제부마저 아프면 안 되는 거 알지"

"알아. 그래서 쉬게 하고픈데 그게 쉽지가 않아. 내가 병신이 돼서 집안일까지 신랑이 다 해야 해"

"자포자기한 말은 이제 하지 말자. 지금은 서로가 다 힘든 시기야. 서로 의지하며 이겨내야 하는 거야. 뇌는 내가 어떻게 마음먹냐에 따라 달라. 성공한 사람들 영상을 보면 내가 원하는 일을 미리 상상하고 이미 그것이 이루어졌다고 확언하고 상상한다고 했어. 너의 성공은 오른쪽 팔과 다리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거야"

"열심히 하려고 하다가 포기할 때가 있어. 마음 잡기가 쉽지 않은 거 있지"

"당연한 거야. 당연한 거지만 포기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만 있으면 돼. 너의 의지가 가장 중요해. 의지만 있다면 죽으려고 한 사람도 다시 일어났어. 너 알잖아. 언니가 어떻게 다시 일어났는지"

"알지. 그래서 포기하려다가 다시 마음을 잡기는 해. 몸이 내 몸 같지 않아서... 눈물만 나"


아픈 사람 앞에서 나는 더 강하게 말한다. 그래야만 주저앉다가 다시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하니까. 울먹이는 동생을 다독이며 조카와 제부를 생각해서라도 지금은 너의 몸만 생각하라고 말했다. 사실 아픈 사람에게는 자신이 아픈 건 둘째치고 곁에서 지켜주는 가족 걱정이 먼저 앞선다.


가족 걱정을 하는 동생에게 가슴에 박히는 한마디를 했다. "일단, 너부터 생각해. 마비돼서 안 움직이면 팔, 다리가 더 굳어버려. 그러니 팔과 다리가 조금이라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것만 생각해. 두 다리가 성한 우리는 뭐든 할 수 있어. 가족 걱정을 하는 대신 내가 어떻게 하면 다리에 힘이 들어갈까. 팔에 힘이 들어갈까만 고민하는 거야. 그게 모두에게 힘이 되는 거고"


가만히 듣던 동생은 정확한 답이라고 했다. 딸 걱정, 남편 걱정에 앞서 뭐라도 도우려고 세탁기를 돌리다 쓰러져 왼쪽 뺨과 손과 다리에 멍이 들어 있었다. 집안일 돕다가 수술한 머리가 다치기라도 하면 더 큰 병이 생긴다며 제부는 한 소리했다. 제부 말이 맞다. 아픈 사람은 더는 아프지 않은 것이 가족을 도와주는 일이다. 


병간호하랴 딸 뒷바라지하랴 일하랴 몸이 10개라도 부족한 제부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동생 가족이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오기를 바라며 여름에는 다리에 힘이 들어가는 동생을 바란다.


부축만 하면 어느 정도 걸을 수 있고 화장실 정도는 혼자 힘으로 다니는 동생을 보니 "정말 감사한 일이야. 이게 바로 기적이거든. 엄마와 언니는 너 앉은뱅이가 된 줄 알고 얼마나 걱정한 줄 아니. 근데 이렇게 걸어서 우리 집에 오고 정말 다행이다. 앞으로 단단한 의지로 버티고 또 버티야 한다. 절대로 나약함에 무너지지 마" 말을 건네며 동생은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다음 주는 이사한 동생집에 가보기로 했다. 일하는 엄마는 자신이 쉬는 날 동생집에서 밑반찬이라도 해두면 사위가 덜 신경 쓸 거 같다고 했다.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음식이다. 그리고 위로와 공감을 해주며 동생이 안정을 찾고 스스로 의지를 갖고 재활에 힘을 쓸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 말고는 없다. 동생은 잘 이겨내리라 믿는다. 지금도 잘 견뎌서 조금씩 걷고 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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