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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Apr 12. 2022

부산 진시장에서 부자를 배우다

엄마 에세이


부산에 위치한 도매상가가 있다. 그건 바로 부산진시장이다. 주니어 매장을 하며 알게 된 부산진시장은 도매와 소매를 함께 판매하고 있었다. 서울을 가지 못하면 부산진시장에서 물건을 할 때가 있었다. 함께 가고 싶다던 엄마와 다녔던 진 시장을 며칠 전 다녀오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진 시장 상가 안은 한산 했다. 진 시장을 보면 남대문시장과 비슷하다. 진 시장에는 리본 부자재부터 한복까지 다양한 물품이 있어서 종일 쇼핑을 해도 시간이 부족하다.


친정엄마는 봄옷을 사려고 했고 난 아이 머리핀 부자재가 필요했다. 진 시장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변하지 않는 곳이 바로 진 시장 같았다. 10년 전 찾았던 액세서리 도매상가도 그대로였고 모자 매장도 그대로여서 친근감이 들었다. 물건 하러 온 사장님들 모습에 옛 추억이 떠올랐다. "아휴 매장들이 그대로다. 어쩜 사람도 그대로이니"라고 엄마가 말했다.


한때 리본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한동안 리본에 빠져 살았다. 이쁜 리본과 방울을 보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집에서 온갖 재료로 이쁜 핀과 방울을 만든 기억이 났다. 자격증이 있으면 뭐 하나. 수제품보다 완성품 가격이 더 저렴했다. 단가를 비교하니 결국 리본 재료는 쓸모없게 되고 말았다. 이사를 하고 리본을 몽땅 버리고 더는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리본 재료를 보니 눈이 휘둥그레져서 리본을 만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시장을 다니다 보면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물건값을 깎는 재미가 쏠쏠하다. 리본 부자재를 고르면서 알게 된 완제품 가격이었다. 완제품은 500원이었고 방울 끈은 한 타래가 천 원이었다. 핀 3개를 만드는데 이천 원이면 충분했다. 가격이 저렴해서 물건값을 깎지는 못했지만 나름 성과가 있었다. 친정엄마 역시 자신 핀을 원하는 대로 디자인을 했고 엄마는 흡족하다고 했다.


진 시장 밖에는 서민음식이라고 불리는 선짓국 집이 줄지어 있다. 친정엄마는 선짓국을 보더니 "다른 사람들은 선짓국을 좋아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먹기 싫은지 모르겠다"라고. 나 역시 접하지 못한 음식 중 하나가 선짓국이다. 선짓국을 좋아하는 사람은 쇠고기 국과 비슷한 맛이라고 한다. 하지만 비주얼 때문에 쉽게 접근 못하는 나는 엄마를 닮은 딸이었다. 선지 국밥집을 지나면 손칼 국숫집과 돌솥밥 집을 지나 꽈배기 전문점이 있다.


추운 겨울 금방 튀겨 나온 꽈배기를 먹으며 배고픔을 달랬던 추억이 떠올랐다. 전부 그 자리를 지키며 몇 년째 시장을 지키고 있었다. 그들이 변하지 않고 있었기에 추억을 회상할 수 있었다. 시장을 지키는 상인처럼 나는 내 자리에서 무엇을 지키며 살아왔는지 생각하게 했다. 떠나지 않고 그 맛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상인들은 대단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는 거 같았다. 태풍이 불어오더라도 비바람이 몰아치더라도 무서운 바이러스가 찾아와도 그 자리를 지키며 단골손님을 맞이하는 그들이 있기에 내가 다시 이곳을 찾는 거 같다.


나 역시 시장 상인처럼 굳센 소나무 한 그루가 되고 싶다. 어려움 상황에서 그 자리를 지키는 그런 소나무가 되기 위해 내면을 들여다보며 감을 잊지 말아야겠다. 뚝심 하나, 용기 한 스푼, 무식함 두 스푼, 꾸준함 가득 채워 나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말자. 부자가 되는 건 내가 가진 풍요로움에서 평온이 찾아오는 거니깐. 내면이 평온하면 이미 나는 많은 것을 가진 자가 된다. 고로 부자가 되는 셈이다. 약간의 무시함이 있어야 가능한 부자 생활은 지금도 실천 중이다. 시장상인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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