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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Apr 13. 2022

아줌마라고 부르면 나도 모르게 반응하는 나의 뇌

엄마 에세이

몇 주전 일이데 아이와 버스를 타고 발레 학원을 가는 길이었다. 스마트 폰 케이스가 깨져 버린 후 구입하지 않고 폰 자체만을 아우터 주머니에 넣었다가 버스 의자에 흘리는 사건이었다. 분명 내리기 전에 점검을 했고 폰이 있다는 걸 확인 후 자리에 일어났는데 그때 흘린 건지 알 수 없지만 어디선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나를 부르는 소리인 줄 모르고 유유히 가야 할 길을 걷고 있었다. 그때 "아줌마"와 "아기 엄마"라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는 나를 발견했다. 그때 보이는 건 내가 타고 온 버스가 그 자리에 서있었다. 

"아휴 아무리 불러도 뒤를 보지 않아서 아기 엄마라고 하니 보네요. 저거 아줌마 폰 아니에요"라는 어떤 아줌마의 말에 쳐다본 곳은 버스 안의 어떤 남자 손에 내 폰을 흔들고 있었다.


민망함과 동시에 감사함이 몰려왔다. 그때 그냥 버스가 지나갔거나 승객이 모르는 척하고 찾아주지 않았다면 아찔한 상황이 전개가 되었을 것이다. 폰 안에는 다양한 정보가 가득했으니깐. 나를 애타게 불러준 나 보다 나이가 지긋이 든 아주머니에게 감사했고 내 폰을 찾아 주기 위해 다음 정류장을 가지 않고 기다려 준 버스 기사님에게 고마웠으면 폰을 찾아줘야 한다는 생각하나로 기사님에게 부탁한 그 남자분에게 감사했다. 거기에  버스가 가지 않아도 기다려준 승객분들에게 감사했다.


이런 선한 행동의 파장이 이로 말할 수 없을 만큼 그들에게 스며들거라 난 믿는다. "아줌마, 아기 엄마"라는 소리에 나의 뇌가 작동한 건 오히려 나를 살린 일이 되었다. 결혼하기 전 '아줌마'라는 소리가 참 싫었다. 아니 경멸할 정도로 싫어했던 나는 '나는 결혼해서 아이가 있더라도 스스로 아줌마라는 걸 인지하지 말고 '아가씨'라고 부르면 돌아보자'라고 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학생' '아가씨' '아기 엄마' '아줌마' 그 어떤 것을 불러 주더라도 부정적인 감정이 들지 않는다. 어떤 것을 지칭해 나에게 불러주더라도 감사한 일이다. 아줌마라는 말은 나이 듦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말이라서 싫어했지만, 이제는 나이가 듦에 감격하고 있다. 그만큼 삶의 노하우가 생겼고 마음의 근육이 생겼기 때문이다.


나의 뇌가 아줌마 소리에 반응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그 아줌마 소리에 비싼 폰을 찾을 수 있었다. 요즘 트라우마가 생겼다. 외출 시 폰을 잘 챙겨두었는데도 놀라는 나는 케이스 사는 걸 미루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사실 내 폰은 케이스 가격이 비싸다. 뭐든 일반적인 것이 가성비가 좋다는 걸 비싼 폰을 구입하고 절실히 깨달았다. '아줌마' '아기 엄마' '새댁'이라고 불러주는 모든 사람들이 요즘 참 고맙다. 내 자리를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니깐. 오늘도 난 아줌마가 된 나를 자랑스러워한다.


이날 후 아이는 '아줌마'라고 불러서 엄마가 뒤를 쳐다봤잖아. 그 아줌마 소리가 너무 컸어라며 크게 웃는 아이를 따라 나도 웃었다. 아줌마 소리에 뒤를 본 엄마가 그저 웃겼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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