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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Apr 22. 2022

딸과의 대화는 신체적 변화였다

엄마 에세이

등 마사지를 딱 한 번 받았는데 몸 상태가 호전된 거 같은 느낌이 든다. 그 이유는 생리혈이 맑다는 거다. 생리통은 그전보다 심각했는데 혈은 맑았다. 아이는 엄마가 화장실 갈 때마다 문을 닫는 걸 싫어해서 항상 문을 열고 볼일을 보는데 엄마 현 상태를 자연스레 다 알게 되었다.


생리대를 바꾸는 건 물론이고 현재 엄마가 어디 아픈지까지 알게 된 아이는 이런 말을 했다. "엄마 피가 아주 깨끗해"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생리하기 전 내가 했던 건 등 마시지 한 번과 요가 두 번이었다. 병든 몸은 약간의 외부 자극에도 금방 알아차렸고 몸으로 반응했다.


출산을 하면 생리통이 없어진다는 어른 말에는 나에게 해당되지 않았다. 더 아팠다. 그런데 등 마사지 후 생리통은 그 무엇과도 비교가 안될 만큼 너무 아팠다. 누워도 앉아도 서도 이건 고통을 막을 수 없었다. 극심한 통증에 나는 눈에 가시였던 펜트리라 부르고 창고를 정리했다. 아프면 그냥 쉬어야 하는데 아플 때마다 대청소를 하는 나는 불안한 마음을 정리로 표현했다.


펜트리를 정리하고 나니 하부장 싱크대가 보였다. 찌든 때와 정리가 엉망인 곳을 정리했고 널브러진 아이 장난감을 분리하며 정리했다. 이 모든 걸 다 하고 나니 늦은 오후가 되었다. 곧 아이 하원 시간이었다. 깔끔하게 정리하고 나니 내 몸은 어지러웠고 허리와 배 통증은 더 심했다. 


근데 혈은 맑아서 기뻤다. 아이가 알아차릴 정도면 아무래도 운동과 마사지가 긍정적으로 내 몸에 작용한 거 같았다. 아이에게 나는 이런 말을 했다. "여니야 엄마가 등마시지를 받고 요가를 했더니 몸이 건강해졌나"라고. 아이는 정말 그런 거 같다며 웃었다.


나는 아이가 친구이자 동반자다. 언젠가는 아이도 알게 될 것이다. 자신의 신체 반응을 말이다. 그래서 엄마의 신체 반응에 대해 말하곤 한다. 너도 언니가 되면 엄마처럼 생리를 할 것이고 겨드랑이에 털이 난다고. 아이는 늘 신기해한다. 왜 털이 있냐고. 


신이 인간을 창조할 때 몸에 다 필요하기 때문에 있는 거라고, 그리고 각 기관에 난 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영상을 찾아보고 책을 찾아본다. 신체의 변화가 아이 눈에는 그저 신기한 거 같았다. 나는 생리혈만 봐도 내 몸 상태를 가름한다.


생리통은 심했지만 혈은 맑다는 건 혈액 순환이 되고 있다는 방증이니깐. 이번 주는 운동을 할 수 없지만 다음 주부터 열심히 운동을 하고 이따금씩 경락을 받아야겠다. 마스크를 쓰고 요가 동작 하기란, 참 버겁고 힘겹지만, 몸 상태는 최상이 된다. 그래서 힘들어도 또 요가를 하러 가는 거 같다. 


왜 집에서 안 하냐고 묻는다면 집에서는 할 수 없다. 집중이 안 되고 경쟁심이 생기지 않아 포기하고 마는 나를 알기에 요가원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하는 운동이 나에게는 맞다. 내 몸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노폐물을 원활하게 배출하기 위해서는 운동이 최선이다. 거기에 마사지는 보조역할을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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