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빈 작가 Apr 24. 2022

중고거래를 했더니 목돈이 되었다

엄마 에세이

내가 중고거래를 시작한 것은 8년 전이다. 매장을 운영하다 남은 재고를 처리하기 위함이었고 넘쳐나는 물건을 정리하기 위해서 시작된 중고거래였다. 늦은 나이 늦둥이를 키우면서 화장할 일이 없을 거 같아 기초 케어 빼고 모든 것들을 중고 사이트에 거래를 하게 되었다. 물건을 처분하기보단 물건을 모아두는 습성을 지닌 곁에 있었던 사람 덕분에 팔아야 할 물건이 꽤 되었다.


아이를 출산하면 온 몸이 부어 발 사이즈와 옷 사이즈는 두 사이즈가 늘어났다. 못 입는 옷을 추려내고 못 신는 신발을 추려 내고 안 쓰는 물건을 추려내었다. 그다음은 사진을 찍는 일이었다. 옷 같은 경우 정확한 사이즈를 원한다. 팔 길이와 허리 사이즈 등 다양한 사이즈를 재야만 하는 건 판매자 몫이었다. 힘들지만 푼돈이 목돈이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아이를 재우고 사진을 찍었다. 


아이 자는 시간은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시간이다. 어떨 때는 잠이 고파 아이와 잘 때가 있었지만 중고거래를 위해서는 잠을 미뤄야 했다. 새것부터 판매를 시작했는데 의외로 판매가 잘 되었다. 아이를 업고 구매자의 답에 응답하는 내 모습에 동생은 "언니는 힘들지 않아? 힘들 텐데 아이 잘 때 좀 쉬지 그거 팔아서 몇 푼 번다고 애를 써"라고 말했다.


푼돈을 별 볼일 없이 생각한 동생을 뒤로하고 어릴 때부터 푼돈을 모으면 목돈이 된 경험을 한 나는 그 매력을 안다. 안 쓰는 지갑에 중고거래로 판매한 돈은 절대 쓰지 말자고 다짐했고 중고 거래한 지갑은 돈에 띄지 않게 보관했다. 이백만 원이 될 때까지 절대로 세어보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챙겨둔 물건들을 판매한 결과 3년 되던 해에 이백만 원이 채워졌다. 친정집에 머무는 동안에 엄마가 쓰지 않은 물건을 팔았다. 아주 저렴한 금액으로 내놓으면 금세 판매가 된다. 엄마는 너무 싸게 내놓은 거 아니냐고 말했지만, 살 때는 금값으로 사더라도 팔 때는 똥값으로 팔아야 하는 게 중고거래라고 말했다. 아니면 돈을 내고 버려야 할 물건들이었다. 그렇게 벌어 들인 돈은 현재 200만 원이 넘었다.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이다. 아이가 쓰다 만 장난감을 판매했다. 시크릿 쥬쥬부터 타요와 친구들의 버스까지. 아직 판매해야 할 물건이 남아 있다. 옷은 요즘 거의 거래가 되지 않은 상태다. 코로나 이후로 엄마들은 아이 옷을 거의 사지 않는다. 그러나 장난감이나 동화책은 종종 구입했다.


중고거래도 신도시와 구도시에서 판매되는 물건이 정해져 있었다. 천안 신도시에서 판매한 아이 옷은 정말 판매가 잘 되었다. 가전제품이나 물건보다 옷 종류, 화장품류가 판매가 되었다. 그 이유는 대기업이 많아 젊은 여성들이 저렴한 화장품이면서 브랜드가 있는 상품을 선호했고 주야 근무로 인해 쇼핑을 못하는 분들은 중고거래로 자신이 원하는 옷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성향이 있었으며 신도시에는 아이들이 많았다. 


금방 크는 아이들에게 새 옷보단 중고 옷을 한 해 입히고 버리자는 마음이 더 많았던 엄마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거주하는 부산은 아이 옷은 거의 판매되지 않는다. 회사와 공장보단 주부들이 많은 곳이었고 아이들이 이미 다 큰 50대에서 60대 세대가 많은 부산은 아이 물건보단 어른들 물건 위주로 판매가 되었다. 손주 준다고 물건을 사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며느리에게 물어보고 직접 사러 오는 노부모님을 보며 알뜰하구나 생각했다. 우리 집 물건은 거의 새것이다. 중고로 판매를 하지만 험하게 가지고 놀던 것이 없어서 금방 판매가 되었다. 하자가 있는 물건은 사진을 찍어 설명해놓는다. 부산은 중고로 책을 사는 분들이 많았다. 읽은 후 나에게는 필요 없는 책을 판매하는 첫날에 거의 알람이 요란하게 울린다.


나는 그렇게 물건을 판매하면서 푼돈을 벌었고 집은 한결 가벼워졌다. 사진을 찍고 업로드를 해야 하지만 이 정도 수고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 사이트가 아닌 6군데 사이트에 업로드하면 판매율이 높다. 이런 나의 경험담을 말하면 다들 놀란다.


귀찮지 않냐고 그냥 버리지 일일이 사진을 찍고 설명을 하고 댓글에 응대하는 일이 힘들지 않냐고 물었다. 나는 귀찮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 돈으로 보였으니깐. 그리고 복잡한 집을 비울 수 있고 나에게는 필요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절실하게 필요한 물건일 수 있겠다는 생각부터 했으니깐.


어느 날 부산으로 이사하고 대형 가습기부터 제습기가 필요하지 않았다. 성능은 괜찮은데 창고에 넣어둔 물건이라 변색이 되었던 물건을 사진을 찍어 일만 원 이하로 올렸던 중고는 그날 저녁에 완판이 되고 말았다. 저렴하지만 브랜드가 있고 정상적인 물건이라면 서로 사려고 했다.


5천 원이 모이면 일만 원 되고 일만 원 10번이면 10만 원이 된다. 집안에 안 쓰는 물건 추려내고 사진을 찍어 물건에 대한 간단한 설명만으로 언젠가는 판매가 되는 물건이었다. 가전제품은 금방 판매되지만 옷이나 동화책 등 장 시간이 걸렸다. 2년 전에 올린 옷이 아직 판매되지 않는다는 건 그 옷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증거였다.


그런 옷은 미련없이 헌 옷 수거함에 넣는다. 그래야 비워지니깐. 아깝다고 입지 못하는 옷이나 신발을 끌어안고 있으면 정신만 어지럽다. 미니멀 라이프가 인기가 있었던 몇 년 전 비우면 다른 것이 채워졌다. 정리하고 비우면 내 마음과 정신도 비워졌고 정리가 되었다. 중고로 인해 거래가 된 물건은 돈이 되어 돌아왔고 집은 가벼워졌다. 


커가는 아이 용품은 나이를 먹을 때마다 필요 없는 물건이 된다. 나눔으로 드림을 하거나 판매 가치가 있는 물건은 아주 적은 금액으로 판매한다. 올해 목표 중 집 한 귀퉁이에 여백을 만드는 것이다. 여백에는 아무것도 놔두지 않고 그저 빈 공간을 바라보며 내가 불안해하는 그것을 찾아내려 한다. 


친정엄마 냉장고를 보면 먹지 않은 음식이 많다. "엄마는 냉장실이나 냉동실에 먹지 않으면서 음식이 왜 이렇게 많아"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옛날에 못 먹고 못 살던 그 시절 때문에 냉장고에 빈 공간이 보이면 채워야 덜 불안해. 먹지 않더라도 사다 넣어두면 언젠가는 먹을 거 아니니"라고 말했다. 


그런 엄마 심리는 음식이 없으면 불안한 거였다. 혹여 이 음식이 없으면 제대로 된 음식을 못할 거라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친정집 냉장고를 본 후 우리 집 냉장고를 열었다. 먹지 않은 백설기 떡부터 조금씩 먹다 남은 음식들이 냉장실과 냉동실에 가득했다. 이때 알았다. "언젠가는 먹겠지. 이거 버리면 지옥에 갈지 모르는데 나중에 꼭 써야지"라는 심리가 있었다.


불안한 심리를 안 나는 조금씩 챙겨 둔 음식에 두 번은 눈과 손에 가지 않는다는 걸, 모아둔 음식으로 다른 음식을 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그때그때 처분한다. 음식은 중고로 판매가 되지 않으니 먹을 것만 사는 건 주부인 내가 지켜야 할 규칙이었다. 그래야 냉장고가 가벼워진다.


미니멀 라이프는 정리를 잘해야 하고 비워내야 하는 것이 미니멀이었고 미니멀을 실행하다 보면 나의 생각과 감정이 간단해졌다. 물건이 많은 것이 부의 상징이 아니라 거지의 상징이었다. 물건으로 자신의 욕구를 채웠고 불안한 마음을 잠재웠던 것이다. 중고로 판매할 거라는 생각으로 물건을 샀던 나는 이제는 중고로 판매하겠다는 생각을 버렸다. 중고로 판매할 시간에 나에게 효율이 높은 일을 하기로 했다. 아이에게도 필요한 물건 아니면 사주지 않겠노라고 말했다.


아쉬움 없이 사 준 장난감이나 학용품이 넘쳐나서 아까운 줄 모르는 아이를 이제는 경제관념을 함께 배워보기로 했다. 물건으로 욕구를 충족하지 말고 책을 읽고 운동으로 욕구를 채워보자고 말이다. 화창한 일요일 나는 빨간 캐비닛을 열고 차곡차곡 정리했다. 아이 장난감을 넣고 주방용품부터 영양 보조품까지 정리하니 빈 공간이 남았다. 거기는 비워둘 요량이다. 곧 채워질 물건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 물건은 아이에게 물어보고 버렸더니 깔끔해졌다. "집이 깨끗해졌어. 엄마"라고 말한 아이는 자신이 쓰지 않은 물건이 많다는 걸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했다. 더는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나와 아이는 물건을 정리하고 비워내면서 약속했다. 정리만으로 집이 깨끗해지니 열심히 정리하자고 말이다. 


햇살이 좋은 봄에 대청소를 하며 또 하나 배운다. 중고로 판매하자는 마음으로 물건을 사지 말고 계속 사용하는 물건만 사자고.. 늦은 오후 햇살을 받으며 소비는 현명하게 하는 거라고 없어도 살아지는 것이 물건이라는 걸 느꼈다. 중고 거래는 진행 중이지만 말이다. 푼돈 모아 목돈이 더 모아지면 아이 책상과 침대를 사줄 계획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믿는만큼 자라주는 아이와의 대화에서 나 자신을 믿기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