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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Apr 30. 2022

뚜벅이 여행은 모녀에게 큰 추억이 되었다

엄마 에세이

작년 가을쯤 아이와 부산 여기 저기 다녔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니다 보니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다. 잠이 오는 아이를 깨워 버스를 환승하거나 집으로 가야하는 마음이 여간 불편하고 미안했다. 그러나 엄마와 단둘이 살아가는 아이에게 소소한 추억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된 뚜벅이 여행은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못할 일은 아니었다. 약간의 담대함과 약간의 용기만 있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행하는 묘미가 있었다.


"엄마는 왜 운전 안 해. 아니 왜 우리집은 차가 없는거야"라고 물었던 아이 말에 나는 "엄마가 무섭고 용기가 없어서 아직까지 운전면허증을 따지 못했어. 엄마는 운전이 그렇게 무섭다"라고 대답했더니 아이는 "이제는 면허증도 내고 차를 사서 편안하게 여행하자"리고 했다.


운전하면 여러모로 참 편안하겠지만, 지금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여행하는 재미를 더 느껴보자고 말했더니 아이는 버스 기다리는 것이 힘들다고 했다. 어릴 적, 나는 늘 어려움에 노출이 되었다. 쉽게 이루어지는 일은 단 한번이 없었다. 쉽게 이루어지는 일은 곧 구멍이 생겼다. 그래서 그럴까. 나는 쉽게 해결되는 문제 앞에서 한 번 더 확인하는 습성이 있었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남편이 운전해주는 곳을 생각없이 다니다 보니 혼자 여행이 마냥 어렵게 느껴졌다. '과연 혼자 다닐 수 있을까'라는 그런 두려움이 있었다. 이제는 두려움과 무서움으로 세상으로 걸어갈 수 없어서 아이와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행을 시작했다.


마냥 길을 잘 못 들어서면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시작된 여행은 어려움없이 해결 되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행하면서 수많은 에피소드가 많다. 차로 이동했다면 소소한 에피소드나 추억을 더 쌓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니 버스를 놓쳐 허둥대는 에피소드부터 급똥이 마려워 힘들어 하는 친정엄마 에피소드까지 다양한 우리만의 추억이 아이는 지속적으로 꺼집어 내어 웃으며 말한다.


그때 영상을 찍어놨는데 그걸 찾아 아이는 나에게 귓속말로 말한다. "엄마 이 날 말이야. 버스에서 내려서 할머니 급똥 마렵다고 했잖아. 그거 정말 웃겨. 너무 재미 있어"라며 심심할 때마다 꺼내본다. 자차로 이용했다면 아마도 급똥 해결하려고 매장이란 매장을 찾았을테지만, 뚜벅이로 한 여행은 급하면 급한대로 일을 해결하는 방법이 세상 살아가는 지혜를 얻는 듯하다.


당분간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대한민국 구석구석 다녀볼 생각이다. 곧 운전면허증은 취득하겠지만 말이다. 뚜벅이 여행은 어렵지만 않았다. 아이와 다양한 정을 쌓을 수 있었고 어려운 난관에 부딪히면 서로 의견을 나누어 더 나은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곁에서 해결 해주던 사람 없이 오롯이 혼자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재미가 있다. 뚜벅이 여행은 서로 눈을 마주볼 수 있고 서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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