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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Apr 29. 2022

정통요가를 시작했다

엄마 에세이

정통 요가를 시작했다. 마흔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가는 경계선에서 시간이 참 빠르게 흐른다. 친정엄마는 60대 후반인데 시간이 안 간다고 했다. 같은 시간대에 살면서 서로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나 같은 경우는 일분일초가 아까워 시간을 쪼개어 사용하고 있다. 엄마처럼 하루 종일 여유로운 시간이 아니라 시간이 되면 아이를 픽업해야 하고 아이 학원을 데려다주는 시간을 빼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엄마보단 적다. 


지금은 주어진 시간을 아끼기보단 그 시간을 열심히 활용하는데 그중에 운동이 있다. 나에게 맞는 요가를 드디어 찾았고 아쉬탕가 요가가 가장 몸에 맞지만 정통 요가를 배우고 싶어 도전했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이를 키우며 거기에 맞는 근육을 사용하다 보니 운동에 필요한 근육은 사라지고 없었다. 앞전에 배웠던 센터는 '구'에서 시행하는 센터라서 개개인 몸 상태를 살피지 않는 요가 동작이 많았다.


그게 나에게는 맞지 않았고 몸에 무리가 왔다. 이틀을 하고 환급을 받고 회원에서 탈퇴하게 되었다. 그 후로 요가를 하지 않으니 요통이 극심했다. 이러다간 아이를 키우지 못할 거 같아 검색을 했다. 통화를 하고 드디어 요가 등록을 했는데 다들 친절했고 내가 잡지 못한 자세를 바로 잡아주는 회원분들의 가족 같은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원장님은 굳어 있는 내 몸을 보더니 자세히 알려주며 요가 한 동작 한 동작 따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한 시간이라는 시간이 어찌나 길던지. 몸은 천근만근이었고 현기증이 났지만 무리하지 않게 쉬어가며 요가 동작을 따라 했다. 30대 후반과 40대 중반 나이를 실감한 요가였다. 요가를 마치고 부원장이 전통 요가에 대한 설명을 하는데 내가 예전에 했던 요가는 아쉬탕가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전통요가는 인도에서 내려온 요가 동작이었는데 나에게는 조금 버거웠다. 쟁기자세조차 안되던 나, 윗배가 나와 억지로 윗배에 힘을 주어도 들어가지 않던 배가 요가 한 번만에 기분 좋게 힘을 주면 쏙 들어갔다. 늘어진 살은 요가를 하지 않아 늘어졌고 나잇살이라고 치부한 부종은 요가를 하지 않아 부었던 것이다. '구'에서 시행하는 센터보다 가격은 세배였지만 한 동작 한 동작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어서 알찼다.


부원장은 자신 역시 뚱뚱한 몸으로 요가원을 찾았고 현재 5년째 수련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신도 할 수 있어요. 많이 쉬었지만 금방 따라잡을 거 같던데요. 너무 유연하더라고요" "7년 전에 1:1 수련을 받았는데 몸이 너무 유연해서 무리하게 동작을 따라 하지 말라고 자칫 잘못하면 다칠 수 있다고 조언하셨어요. 몸이 굳어서 안 될 줄 알고 요가 동작을 따라 하니 몸이 기억하더라고요. 신기했어요" "몇 개월만 다녀봐요. 전통 요가 동작을 금방 따라 할 거 같아요"라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정통 요가는 정신이 없었다. 아쉬탕가는 고요함 속에 근심 걱정을 버리고 온전히 나에게 온전히 집중을 먼저 하고 몸을 풀었는데 여기는 요가 음악 없이 곧바로 수업이 시작되었다. 강사마다 원장마다 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걸 알지만 7년 전에 배웠던 그곳 요가원이 살짝 그리웠다. 그때 나는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했던 때라서 더 그리움과 아쉬움이 머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정통 요가는 정신없이 몰아치는 바람에 근심 걱정이나 불안한 감정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참 신기했다. 요가라는 녀석은 말이다. 온몸이 천근만근 무거웠던 몸은 요가 한 시간 만에 한결 가벼워졌다. 요가는 이런 매력이 있기에 요가에 빠지면 헤어나지 못한다. 나 역시 그러니깐.


헬스보다 테니스, 배드민턴, 수영 등 나에게는 맞지 않아 좌절을 많이 했다. 그러나 유연성이 탁월한 나는 요가가 가장 안정적이게 할 수 있는 운동이었다. 요가를 지속적으로 하다 보면 어느 날 요가 자격증을 취득하는 나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있다. 몸이 허락한다면 뭐가 됐든 해보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 찾아 도전해보는 일. 그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요즘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보며 곧바로 실행에 옮기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고 아름답다. 글을 쓰는 일, 나 자신과 대화하는 일, 매일 나에게 주어진 시간, 요가, 카페 다니기,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원 없이 듣는 일, 먹고 싶은 음식만 찾아 먹는 일, 한계를 정하지 않고 일단 도전해보는 모든 세상 일, 운전면허 공부,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 참지 않고 질러 보는 것이 바로 내가 원했던 일이었다. 억압하지 않고 내 안의 아이가 원하는 그거, 마음이 원하는 그 일은 함으로써 희망찬 하루를 열어준다.


요가를 하면 삭막하고 답답한 마음을 털어버릴 수 있다. 나처럼 정적인 사람. 조용히 있고 싶은 사람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운동이 신의 한 수다. 일주일 두 번, 나를 위한 운동으로 건강한 몸이 기대된다. 평생 요가를 하다 보면 평생 먹어야 할 약을 끊어도 된다는 말을 의사에게 들으면 얼마나 좋을까? 가능성을 열어두고 제2막 인생을 살다 보면 길은 보이겠지라고 나 자신을 믿어본다. 40년 넘도록 억압했던 그 일,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죽기 전까지 열심히 그리고 쉼 없이 한다면 인생 마지막 날 '나는 잘 살았어. 이제는 미련이 없어' 라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곳을 떠날 수 있을 거 같다.


건강한 엄마

당당한 엄마

용기 있는 엄마가 되려면


건강한 나

당당한 나

용기가 있는 내가 되어야만 멋진 엄마가 가능한 일이었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상기된 얼굴로 버벅거리는 말을 하던 나를 벗어버리고 당당한 내가 되어 나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내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난 글을 쓴다. 쓰고 싶은 글이 너무 많아서, 내가 무슨 글을 쓰고 싶어 하는지 알기 위해 쓰다 지우고 쓰다 지우기를 반복하다 보면 그 종착지에 도달하리라 나는 나를 믿는다.


요가 역시 수련을 오래 해야 전문 강사가 될 수 있듯 글도 만찬 가지인 거 같다. 쓰고 또 쓰다 보면 거지 같은 글일지언정 써야 진주를 발견하겠지. 요가를 수련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는 과정을 내 마음을 수련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써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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