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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May 08. 2022

일요일 오후는 내가 그토록 바랐던 일상이었다

엄마 에세이

일요일 오후는 행복한 느낌이 가장 많이 드는 날이다. 어릴 적 일요일 나오는 광고는 내가 지향하는 삶을 반영하는 것 같았다. 평화로운 분위가, 따스하고 포근한 집, 가족 모두 즐겁게 대화하는 모습, 평온한 가족들을 늘 꿈꿔왔다. 내가 원하는 삶은 상상에만 그쳤다. 살아보지 못한 삶을 살아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살아보지 못해서 알 수 없었다.


티브에 나오는 광고는 모든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그려냈던 것이다. 그걸 알고 난 후 나는 더는 티브이 속 광고에 나오는 그들의 분위기에 속지 않는다. 다만, 나만의 방식대로 살아가면서 조금씩 변화를 주는 것이 재미있다.


어떨 때는 공원에서 일요일 오후를 보내거나, 야외 공연을 보며 힐링하던지, 가까운 카페에서 몽상을 하던지 간에 내가 원하는 삶의 일부분만 행동하면 그날 일요일은 풍요롭다. 요즘 일요일은 나름대로 행복감에 젖어 산다.


상상 속 그 이미지를 따라 한 발 내딛고 가다 보면 즐겁다.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 아닌 과정을 즐기는 것이 가장 행복함을 알게 되었다. 나는 전원주택을 꿈꾸는 여자다. 십수 년 전에 전원 주택가만 있는 곳을 눈에 담았다. 시골길 한복판에 하얀 전원주택을 짓고 오후가 되면 하얀 연기가 나는 지붕을 쳐다볼 때마다 삶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소소한 곳에서 행복이 찾아온다는 걸 깨달았다.


그 후로 나는 전원주택을 동경한다. 똑같이 생긴 아파트가 아닌 마당이 있고 앞이 확 트인 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도록 했다. 어느 날 아이가 이랬다. "엄마 나는 아파트가 싫어. 마당이 있고 연못이 있는 아니 수영장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어"라는 말을 했을 때 깜짝 놀랐다. 내가 어릴 적 꾼 꿈을 아이가 그대로 말하고 있었으니깐.


"엄마도 주택에서 살고 싶어. 근데 여니야. 지금은 어려워. 엄마가 준비가 덜 돼서 말이야. 운전을 해야 하는데 아직 못하잖아. 주택은 아직 우리 모녀에게 위험한 곳이 될 수 있어. 여니가 조금 더 크면 주택으로 이사하자. 넓은 마당이 있고 흔들의자가 있는 그곳. 큰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주는 그런 주택으로 이사 가려면 시골로 가야 해. 시골 가면 여니 학교 다니기가 힘들 테니깐 엄마가 운전을 해야겠지.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분명히 우리에게 멋진 길이 열릴 거야"라고 아이를 다독였다.


나의 일요일 오후는 나의 집 상태를 알리는 것과 같다. 평화로운 곳이 바로 우리 집이다. 잔잔한 음악과 산새가 우는 소리, 사람 소리와 바람 소리를 들을 때마다 행복이 충만해진다. 이 글을 쓰는 일요일 오후는 조용하다. 여름처럼 뜨겁고 덥지만 간간히 불어주는 바람으로 일요일 오후를 각자 즐기고 있다.


나는 글을 쓰고 아이는 피곤한 몸을 풀기 위해 낮잠을 잔다. 이것이 평화로운 풍경이 아닐까. 아옹다옹 싸우며 얼굴 붉혔던 과거를 조금씩 지워가는 과정, 스스로 행복을 찾아가는 건. 행복하니깐 일상이 고요하다. 이제는 알겠다. 행복은 내 마음이 평화로워야 한다는 걸. 늦은 오후 나는 글로 마무리 짓는다. 이것이 가장 행복의 이상적인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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