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빈 작가 May 09. 2022

타로를 본 오늘 속이 후련하다

엄마 에세이


어젯밤 갑자기 폰이 먹통 되었다. 폰을 끄고 다시 켜려고 했는데 폰의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당황했지만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애를 썼다. 전 집주인의 협박성 문자를 받고 정신이 없는 와중에 폰의 전원이 들어오지 않은 것이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야 폰 수리를 할 수 있는 건데 몇 시간 폰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 답답했다. 전화 올 곳도 급히 해결해야 할 부분이 없는데도 폰을 보지 못하니 불안했다.


아이가 이른 잠자리에 들었고 아무 생각 없이 아이와 함께 잠을 잤다. 아침이 되면 폰이 켜지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아침이 되자마자 폰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켜지지 않았다. 아이를 원에 보내고 곧장 삼성 서비스 센터에 갔다. 근데 서비스 센터 도착하기 허망하게 서비스 직원이 폰을 받는 순간 전원이 켜진 것이다.


"어, 어떻게 켜신 거예요. 나는 전원 버튼을 눌러도 안 켜졌는데"

"강제 부팅했어요"

"강제 부팅 어떻게 하는 거예요"라고 물었고 내가 했던 그 방법 그대로 직원이 했다는 것이다. 너무 황당해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렇게 몇 가지 점검을 받고 서비스 센터를 나와 혼자 영화를 보려고 했다. 내가 가고자 한 영화관은 폐점이 되었고 곧장 나는 남포동으로 향했다. 백화점 안 시네마에서 영화를 보려고. 근데 영화 상영시간이 나와 맞지 않았다.


결국, 백화점을 배회하다 백화점을 나오게 되었다. 미루고 미루던 타로를 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개월 전부터 한번 보고 싶던 타로를 드디어 보게 된 것이다. 타로는 내가 원하는 그런 답은 듣지 못했다. 답답했다. 두 군데 타로를 보며 나온 나는 '이젠 소원 풀이했으니 더는 볼 필요 없어. 내가 많이 외로웠고 두려웠구나. 앞으로 네가 원하는 대로 뭐든 하면 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었던 것을 이런 핑계 저런 핑계를 대며 미루고 미루다 본 타로는 현재 상황이 답답한 것이다. 속 시원하게 해결되는 것 없는 현재 상황을 이해하려고 타로카드에게 묻고 싶은 것이었다. 사람은 답답하면 점술가나 사주, 그리고 타로를 보게 된다. 지금 내가 그렇다. 술술 풀릴 줄 알았던 현재 상황이 더디게 흐르는 것에 갈증을 느꼈던 것이다.


더 나은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답답한 기분을 털어낼 수 있지만 이면에는 내가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하면 심난하다. 그 기분을 알면서도 보게 된 건 현 상황이 지루하고 재미없어서였다.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기를, 내가 원했던 그 일이 일어나기를 기적을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기적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안다. 그러니 타로카드를 보며 마음을 추스르는 듯하다. 한 번이 아닌 두 번을 봤으니 이제는 속이 후련하다.


하고 싶은 것을 억눌리게 내버려 두면 욕구가 충족되지 못해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나를 안다. 한 번만 보면 되는 타로를 욕구 불만인 상태에서 분수처럼 솟구친 것이다. 앞으로 억압하지 않고 마음이 하고 싶은 대로 하자고 다짐했는데 결과적으로는 하고 싶은 것을 최대한 마음에 억눌렸다 폭발한 케이스다.


타로점을 보고 나오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고 혼밥을 하려다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로 타로로 본 점괴를 정리해본다. 타로는 다 다르게 나왔지만 그런 재미로 타로를 보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기도 하지만 아닐 때도 있으니 이것이 바로 복불복인지라. 크게 웃어본다. 더는 타로에 대한 미련을 버려서 웃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요일 오후는 내가 그토록 바랐던 일상이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