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빈 작가 May 11. 2022

7년 전 한의원 원장을 만나다

엄마 에세이

7년 전 알게 된 한의원을 다시 찾을 줄 몰랐다. 아이가 허약한 모습이 보여 이러다 아이를 잡겠다는 생각이 들어 예전 한의원을 검색했다. 그 자리 그대로 현재 영업 중인 걸 알고 예약했다. 설마, 원장이 나를 알아볼까 하고 찾은 병원은 내 생각은 틀렸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네가 희니 동생이구나"라고 운을 띄웠다. 7년 간 있었던 일을 이해할 수 있도록 간단하게 설명하니 원장님은 무슨 말인지 알겠다며 아이 진료를 해주었다. 원래 건강하게 태어난 아이인데 코로나 후유증과 자신의 체력에 한계에 온 거 같다며 허약체질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두 돌이 지난 후로 낮잠을 자지 않던 아이가 유치원을 간 후로 낮잠을 매일 잤다. 그것만 봐도 몸이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비위가 약한 아이가 과연 한약을 잘 먹을지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자신도 몸이 힘든 걸 안 아이는 한약을 먹겠다고 다짐했다.


언니를 만난 듯, 동네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웠던 원장님은 늙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나만 변한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 민망했다. 이런저런 대화로 나의 이야기를 경청하던 원장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한약 먹어주면 좋다고 자신의 병원에서 달린 한약은 증류 방식이라 불순물을 다 제거하고 아이가 먹기 힘든 상태가 아닌 편안하게 먹을 수 있도록 제조했다고 설명했다.


익히 하는 내용이었지만 다시 들으니 내가 선택을 잘한 거 같았다. 30분 정도 진료를 보고 나온 나는 큰 금액의 한약값을  지불하고 아이에게 말했다.

"여니야 이 약 비싼 약이야. 비싼 약인만큼 여니 몸에 좋게 반응할 거고 아프지 않게 힘들지 않게 힘나게 해 줄 거니깐 조금씩 먹자"라고 "응, 엄마! 한 번 먹어볼게. 근데 보리차에 타서 먹을 거야" 원장님 말을 다 들은 여니는 보리차에 먹는 것이 더 좋다는 말에 귀담아 들었던 것이다.


너무 힘들게 먹지 않아도 된다며 음료수나 요구르트에 타 먹다 맛이 익숙해지면 보리차에 타서 먹자고 말했다. 아이는 알겠다고 했다. 사상구에서 금정구까지 가는 길은 멀지 않았다. 도시철도가 생겨 쉽게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그 자리에 그대로 버티고 있었던 한의원 덕분에 기력이 없던 아이를 기력 회복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도시철도 30분, 버스 30분 이동으로 두 시간을 썼지만 아이만 건강하다면 아이만 자신의 기력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거 다 한다면 걱정이 없을 거 같다.


매일 색다른 일로 예전에 만났던 사람,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살아가는 지금이 설렌다. 친정엄마와 아이뿐이던 인생에서 다른 친구가 생겨서 더 설렌다. 오늘도 난 배운다. 항상 그 자리에 머물며 성장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알고리즘이 나의 결핍을 알려주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