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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May 11. 2022

여행이 고픈 어느 날, 모두가 피해자가 되던 날이다

엄마 에세이

여행이 고픈 요즘이다. 조금은 쉬고 싶고 조금은 힐링하고 싶은 요즘이라서 몸이 고달프고 정신이 고달프다. 알지 못하는 일을 해결하려니 머리가 아프고 숨을 쉴 수 없었다. 결국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전기점검을 떠넘기고 떠났다. 부동산 중개인 역시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불편한 심기를 들어냈다.


처음은 이러했다. 문자 폭탄이 날아왔다. 바로 임대인 문자였는데 이제 와서 전기를 수리해달라는 건 뭐냐며 알아서 해라는 말이었다. 아무리 임대인 입장을 이해하려고 했지만,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우기는데 장사가 없으니 일단 부동산 중개인과 말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하던 일 중단하고 부동산을 찾았다.


모두가 나에게 떠넘기는 듯했다. 진작에 말하지 않고 이제야 말하는 거냐고 온전히 나에게 화살과 비난이 돌아왔다. 아무리 내 입장을 말해보아도 모두가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결국 나의 잘못까지 인정하고 30만 원 점검 비용에서 내가 10만 원 지불하겠다는 말과 함께 부동산 사무실을 나왔다.


근데 다시 중개인에게 연락이 왔다. 전 집주인이 아무리 말을 해도 알아듣지 못하고 자신의 입장만 내세우며 우긴다고. 그래서 중개인 10만 원 부담, 세입자 10만 원 부담, 임대인 10만 원 부담하기로 대화가 종료되었다고 한다. 


전기점검 날이 왔다. 전기를 보시는 분은 두꺼비집을 보더니 30년도 넘은 제품이라며 이러면 누전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드라이버로 나사를 푸는데 두꺼비 집은 끔쩍하지 않았다. 수리하시는 분은 뚜껑을 부셔야 한다는 말과 함께 10만 원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말에 머리가 아팠다.


다시 중개인에게 전화를 했더니 임대인은 추가 비용은 지불하지 않겠다는 말과 함께 10만 원만 입금하겠다는 조건이 붙은 것이다. 결국 세입자인 임차인이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나는 수리하지 않겠다고 했더니 중개인은 나중에 일이 커지면 모든 책임은 임차인 책임이라고 했다.


무슨 법이 이러냐며 물었더니 중개인 말은 이러했다. "임대인이 일단 돈을 지불했기에 차후 발생되는 문제는 임차인 책임이에요. 수리해라고 돈을 입금했기 때문이죠. 추가 비용을 임대인이 지불하지 않겠다고 하고 10만 원을 입금했으니 우리 입장에서는 더는 말할 수 없어요. 뭐 그냥 하는 말로 우기면 장사 없다고 우기는데 우리도 두 손 들고 비용 3분의 1 지불하게 되었습니다"라는 말에 고심해야 했다.


2인 가구 전기요금이 매달 3만 원에서 4만 원이 나왔다. 아무리 전기를 많이 쓰더라도 이렇게까지 나오지 않았는데 분명 문제가 있는 건 확실했다. 안전이 우선, 내 아이 우선, 이 집 명의가 누구인지 따질 때가 아니었다. "그럼 수리할게요"말 끝으로 공사하시는 분은 두꺼비 집 커버를 뜯는데 전선 하나가 빠져 있었다.


"이 보세요. 에어컨 쪽 전선 하나가 빠져 있었네요. 그러니 벽면이 흔들리거나 하면 빠진 전선이 흔들려 차단된 거예요. 이게 바로 누전입니다"

"그럼 전 집주인은 이런 상태로 몇 년을 산거예요?"

"만약 살았다면 아마 누전된 상태로 살았을 거예요. 두꺼비 집 커버가 30년이 넘었으니 말이죠. 나사가 안 풀린다면 말 다했죠. 오래된 거예요"라고 전기 점검하시는 분이 말했다.


수리 중에 전기가 펑하며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수리하는 날은 부산에 비가 엄청 쏟아졌다. 혹여 전기 합선되는 건 아닌지 걱정되었다. 모든 작업이 끝나고 그분은 나에게 이런 말을 하고 떠났다.


"앞으로 집 문제는 무조건 집주인에게 말하세요. 그래야 피해를 보지 않아요"

"알고 있는데 일이 꼬이려고 하니 이렇게 꼬이네요. 자꾸 차단기가 내려가서 말하려고 할 때 집주인이 집을 팔겠다는 말이 나왔어요. 집주인이 바뀌면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중개인이 고장 난 부분이 있냐고 물었고 차단기가 자꾸 내려간다고 말했거든요. 근데 집주인이 못해주겠다고 잘못을 저에게 다 떠넘긴 상태예요. 예전에 보일러 고장 났다고 수리해달라고 하니 못하게 주겠다고 해서 계속 전화를 하고 중개인이 중간에서 일을 해결해줬거든요. 그때 보일러 수리한 것에 대해 엄청 짜증을 내서 더는 말을 못 했어요. 안 그래도 중개인 소장님 어머니가 임대인에게 말을 잘하셨는데 임대인이 막무가내로 우겨서 일이 이 지경까지 온 거예요. 정말 황당해서. 이런 일은 저도 처음이네요"

"참, 난감하겠어요"

"안전이 우선이니 수리를 해야겠죠. 어린아이가 있으니깐. 돈이 아까운 것보다 이 보다 더 큰 사고가 나면 안 되는 거니깐. 다른 곳 누전은 없죠?"

"네, 아까 보신 에어컨 쪽 전선이 빠진 거 말고는 누전된 곳이 없어요. 아파트 입구에 제 사무실이 있으니 고장이 나면 오세요. 지금 두꺼비 집에는 아무 문제없는데 만에 하나 전기가 차단되면 집안 전기가 문제이니 꼭 연락하세요"

"수고하셨어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전기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현재 부동산 중개인 소장과 임차인인 나는 억울한 상황이다. 하지만 소장은 소장대로 마음을 추슬렀고 나는 나대로 마음을 달래야만 억울한 감정이 올라오지 않을 거 같다. 내일 집에서 욕이나 실컷 해보려고 한다. 임대인에 대한 원망과 불만을 말이다. 사실 전기 문제가 해결되고 임대인에게 문자를 남겼다. 


임대인답게 공부하라고, 우기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건 당신 오해라고 단호하게 조언했다. 조언 자체가 아까운 사람이지만 한마디를 남겨야 했다. 나에게 억울한 부분을 글로 써서 보냈다. 친정엄마 역시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며 임대인에게 문자를 남겼다. 법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것에 감사하라고. 


고군분투 임차인 삷 일단락은 마무리되었다. 여기서 좋은 교훈은 임차인으로 살 때 사소한 부분까지 임대인에게 말해야 한다. 임대인이 해주지 않은 부분은 법을 찾아 알아보고 부동산 중개인에게 물어보기로. 사소한 부분이니 대수롭지 않게 넘겼더니 피해자는 바로 나라는 걸 깨달았다.


임대인 삶은 내 집이니 내가 더 잘아야 하고 만약 수리해야 할 부분은 잘 알아보고 최대한 수리해야 한다는 마인드가 있어야 했다. 더는 집 문제로 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전기는 10년마다 한 번씩 점검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누전으로 화재가 일어나는데 조금만 신경 쓰면 큰 화재는 일어나지 않을 거 같았다.


오늘도 난 배움을 쌓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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