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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Nov 12. 2022

세상에 없는 3가지는?

엄마 에세이

정답 없다

공짜 없다

비밀 없다 인생은 말했다.


자주 보는 예능에서 가슴 울리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분을 볼 때마다 삶의 노하우, 삶의 대한 해안이 가득 채워져 보는 내가 편안해지곤 하는데 얻는 것이 많아서 그분을 존경하게 되었다.


'난 70이라는 나이를 처음 살아봐서 몰라. 그냥 사는 거야.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정상에 올라와 있었다'는 말에 '인생은 별거 없구나'를 속으로 말했다.


세상에는 정답이 없고 공짜가 없으며 비밀이 없다는 명언을 들었다. 곧장 스마트폰을 열어 메모를 했는데 세상을 살다 보면 정답 없는 곳에서 살아가고 있다. 시험지처럼 정답이 있다면 살아가기 좀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세상을 한탄하며 살 때가 있었다. 과연 내가 이 일을 정답 없이 그저 외길을 따라가다 보면 꽃길이 열릴까 의문을 품으며 살았다.  


근데 인생은 진흙탕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다 보면 꽃길이 있었다. 살랑이는 바람을 맞으며 근심 걱정 잠시 내려놓고 흔들의자에 앉아 쉬기도 한다. 그러다 다시 힘을 얻고 진흙탕 속에 벌어진 일을 해결한다. 이게 인생이며 정답이 아닐까. 회피하지 않고 숨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히는 그 용기와 힘이 나에게는 정답이었다.


공짜 없는 세상을 살다 '이거 공짜예요'라는 말을 듣고 뽑기를 하다 화들짝 놀란 적이 있었다. 스마트폰을 바꾸는 약정 설명이었다. "에이 공짜가 세상에 어디 있어. 그냥 가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아니잖아" 친정엄마와 남포동 거리를 걷다 낚싯줄에 걸려던 모녀는 공짜 앞에서 황당했다. 늘 알면서도 엮이는 연금술사 같은 것이 바로 '공짜' '1+1'이다.


정말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공짜라고 말하고 물건을 판매하는 약장사. 어르신들이 자주 가는 곳이 약장사다. 외할머니가 살아생전 약장사 꼬임에 넘어 의료기기를 사들이고 건강식품을 한가득 사들고 올 때가 있었다. 


"오늘 가면 화장지 두 박스 공짜로 준다고 했어. 가야 해" 할머니는 매일 아침 출근하듯 약장사가 사기 치는 그 장소로 출근했다. 삼촌들이 말리고 숙모들이 말리고 엄마가 말려도 할머니는 공짜라는 이유로 출근을 했고 거기서 듣던 건강식품이나 의료기기가 마침 집에 없으면 안 되는 마법 같은 제품을 할부로 사들고 왔다.


"할머니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요. 화장지 미끼로 제품 팔려는 속셈인데"

"야가 뭐라 하노. 이게 어떤 제품인데. 한 번만 사용해도 아픈 몸이 낫는다고 했다"


20대였던 나와 할머니의 대화였다. 결국 가족들은 할머니 고집을 꺾지 못하고 제품 값을 형제들이 나누어 값았다는 이야기를 엄마에게 듣게 되었다.


그 후로 어르신들은 어디를 가든 집에 하나씩 있는 녹즙기와 옥장판 등 다양한 물건을 자랑하듯 진열해놓았다. 공짜는 세상에 없는데, 공짜를 받은 만큼 그 이상으로 갚아줘야 하는 게 인생인데 어른들은 싸다며 합리화를 했다. 약장사를 보며 자랐기에 어릴 때부터 약장사 존재를 알았다. 세상에는 공짜가 존재하지 않는 거, 상품을 팔기 위한 미끼가 공짜라는 거.


어느 날 나만 알고 있던 비밀이 다른 사람 입을 통해 듣게 되었다.

"너 그거 어떻게 알았어?"

"세상에 비밀이 어디 있냐. 어떻게 알았긴 비밀이라고 말한 사람의 입을 통해 알게 되었지"


아뿔싸! 자신의 비밀을 나에게 알려주며 '이거 비밀이야. 너에게만 알려주는 거니깐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마' 말한 그는 다른 이에게 나에게 했던 말 그대로 했던 모양이다. 이렇게 되면 내가 말하고 다니는 비밀을 폭로한 장본인이 내가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곧장 그에게 전화를 했고 도대체 누구에게 말을 한 거냐고 말했다. 그는 내 이야기인데 왜 네가 참견이냐고 했다. 내 입장을 명확하게 집고 넣어가야 할 거 같아서 지금 돌고 있는 너의 비밀은 내가 말하지 않았음을 약속하자고 했다. 그 후로 난 누군가의 비밀을 듣지 않는다.


비밀이라고 하고 말하는 건 중요한 비밀이 아니다. 정말 숨기고 싶은 비밀이라면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나 같은 경우는 비밀을 만들지 않는다. 설사 상대의 비밀을 듣는 날에는 곧장 잊어버리고 만다. 예전에 혹독하게 상처를 받아서 그들이 비밀이라며 말하는 건 무시하고 듣는 척만 한다.


나에게 중요하지 않는 내용. 말하는 이에게만 중요한 비밀 이야기는 알고 싶지도 알려고 하지 않는 게 현명한 일이다. 


공짜에는 함정이 있고

정답에는 오류가 있으며

비밀에는 거짓이 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가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면서 공짜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며,

세상을 살아가면서 양심에 어긋나는 비밀을 만들지 말자.


요즘 내가 겪었던 경험이 타인에게는 정답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졌고 내 경험을 그들에게 맞다고 말하지 않는다. 비밀이 많은 사람은 앞뒤 말이 맞지 않았고 거짓말에 거짓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행복한 척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행동을 마주칠 때마다 난 마음이 아프다. 그 사람 자체로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을 모르는 거 같아서.


자신이 이겨낼 수 있는 고통은 언제나 온다. 가장 아팠을 때 난 이 말만 되뇌며 필사적으로 고통을 이겨냈다.

'신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을 준다. 지금 이 고통은 내 힘으로 이겨낼 수 있다. 여기서 무너지지 말자. 효정아 일어나야 해. 다시 살아야 해' 

결국 신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을 증명하듯 내가 이겨내고 일어났다. 세상에 없는 세 가지 정답 없다, 공짜 없다, 비밀 없다는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된다. 내가 가장 큰 고통을 이겨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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