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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Nov 13. 2022

산에 오르는 일은 고된 인생과 같은 오름

엄마 에세이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동아리 활동을 했는데 가장 기피하는 산악 동아리였다. 한계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잇었던 거 같았다. 걷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 내가 선택한 것은 등산.


산을 오르는 동안 걱정,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잠시나마 나에게 집중하고 싶다. 학창 시절 기억은 드문드문 나는데 가족이 아닌 오로지 나를 알고 싶었다.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 못하고 요구를 못하던 어린 시절은 악몽과도 같았기에 내면 깊숙하게 묻어 두고 아무 일 없듯 살았다.


나라면 분명 그렇게 하고도 남을 사람이기에. 책을 읽다 다른 사람 글을 읽고 내면의 상처가 올라오면 모르는 척하지 않고 보듬어 주는 힘을 키우는 건 바로 글쓰기며 오늘도 난 글을 쓴다. 아픈 내면이 가득한 내 안은 사랑보단 미움 행복보단 불행이 먼저였다.


아마도 그런 나를 버리고 싶어서 가장 힘든 산악 동아리에 지원을 했고 엄마 품을 떠나 혼자 힘으로 세상을 살아갈 힘을 비축했다.


친구와 선배, 후배의 응원을 받고 선생님 도움을 받아 영남 알프스 9봉을 완주했던 그날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산을 오르다 몸살을 했고 감기로 앓았다. 선생님과 선, 후배 동기 걱정을 한 몸에 받고 완주한 날은 내가 너무 대견스러웠다.


18살.

산을 오르다 문득 내 인생이 산과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오르막만 있을 거 같은 등산은 내리막도 있었고 평지도 나왔다. 이내 가파른 오르막으로 심장은 튀어나올 거 같았고 숨을 쉴 수 없어서 다른 사람 도움을 받아야 했다. 꿈 많았던 18살 여고생은 꿈이 없었다. 그래서 나를 이기는 방법을 찾았는지 모르겠다.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다 보면 죽을 거 같은 고통이 따른다. 죽기 직전 평지가 나온다. 힘들게 오르막을 올랐기에 산은 편안한 숨을 쉬라며 평지로 선물을 안겨준다. 평지에 누워 행복감을 느꼈다. 이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불행과 행복의 이치와 같았다. 비처럼 쏟아지는 땀이 훈장이 된 듯 자랑스러웠다. 


다시 오르막이 나온다. 입에서는 한숨이 나오면서 '내가 왜 이 동아리에 들었을까' 나를 의심한다. 그저 나와 싸우겠다는 생각 하나로 시작한 오기 동아리 활등은 쉼 없이 나를 테스트하는 거 같았다.


내리막 역시 만만치 않았다. 비탈길에서 넘어져 머리, 얼굴 다리에 상처를 내고서도 다시 그 길을 가야만 내가 원하는 목적지에 가게 된다.


수많은 책에서 말한다. 성공은 힘든 거라고. 그러나 지쳐서는 안 되고 좌절해서도 안된다고. 될 때까지 해야 한다고 고통이 따르더라도 고통을 참고 다시 걸어가야 한다고 한다.


등산도 마찬가지다. 성공과 같다. 내가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은 성공의 끝이 아니다. 성공하기 위해 쏟아냈던 열정과 땀으로 목적지에 도착하면 이 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노력하지 않으면 이제는 내려올 일만 있거나 조금 더 노력해서 성공을 유지할 수 있다.


산을 오르면 오르막, 내리막, 평지 세 가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산을 내려올 때도 마찬가지다. 오르막과 내리막, 평지가 산을 오를 때와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인생은 산과 같다. 성공하기 위해 열심히 오르다 길을 잘 못 들어서 내리막의 맛을 본다. 이것이 패배, 실패라고 말한다. 여기서 주저앉지 않고 일어선다면 평지가 보인다. 그리고 오르막을 오를 힘이 생긴다.


내가 목적지 도착한 산봉우리에 깃발을 꽂으면 나는 다짐한다. 이 의지로 인생 쓴맛을 제대로 보자고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부딪혀야 가장 안전한 거라고 배운다. '이게 바로 인생이구나. 굽이 굽이 이어지는 오르막과 내리막의 마주침, 그리고 죽지 말라고 주는 평지는 선물과 같아' 열여덞에 느꼈던 감정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일이 닥친다. 굽이 굽이 이어지는 산과 같은 아주 큰 산이 내 인생을 삼키는 날에는 등산을 생각하고 산을 본다. 그리고 이겨낼 힘을 참기름 짜듯 짜낸다. 


사는 건 별거 없다. 

행복 그건 먼 곳에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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