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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Sep 13. 2022

삼겹살 덮밥 먹어봤니?

엄마 에세이

구워 먹는 삼겹살보다 다른 요리법은 없을까 골똘히 생각했다.

매번 먹는 집밥,

외식은 한계점이 있기에 집에서 하는 색다른 요리법이 필요했다.


비싼 금겹살을 사놓고 국에 넣어 끓이기는 아까웠다. 

그동안 요리라곤 아이 음식 외에는 하지 않았던 터라서 뭐를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다 불고기용 고기를 보고서야 깨닫게 된다.


"그래, 삼겹살 덮밥을 하면 되지. 꼭 밖에서만 사 먹으라는 법이 있나. 음식점에서 하면 할 수 있지"라고 생각을 하고 집에 있던 청경채를 꺼내고 양파와 대파를 꺼내어 양념을 했다.


이날은 배가 고파서 양념을 진하게 했다. 배 고플 때는 뭐든 과하게 된다.

욕심이 생기면 양념 맛이 진해지고 밥 양도 늘어난다.

적당히 배고플 때 요리를 해야 했는데...

이날은 틀려버렸다.


삼겹살 두 줄에 간장과 올리고당 간 마늘로 양념을 만들었다. 후춧가루와 미림 넣어서 잡내를 잡았다.

생강가루 넣으려다 깜빡 잊고 눈에 보이는 것만 양념장을 만들었더니 밖에서 먹었던 맛이 그대로 재연되었다.

이러니 많은 음식을 접하라고 말하는 거 같았다.


일단, 삼겹살을 구워냈다. 구우면서 소금 간을 약간 해야 했다. 안 그러면 양념장이 삼겹살에 베이지 않고 

겉도니깐. 맛있게 구워낸 삼겹살 위에 각종 채소를 넣고 볶다가 양념장을 넣어 졸였다.



삼겹살 덮밥

아이는 벌써 밥을 다 먹은 상태.

엄마는 이제야 식탁에 앉아 먹게 된 삼겹살 덮밥.


꿀맛보다 더 꿀맛이었던 삼겹살 덮밥은 삼겹살이 비싸서 그런지 양이 부족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에게 대접했던 날.

매일이 선물을 받는 날.

내가 가장 사랑스러웠던 날은 어김없이 음식으로 대접한다.


예전에는 타인에게 대접을 한다고 정작 고생한 나에게 위로의 말 따위는 건네지 않았다.

타인이 해줄 거라는 바보 같은 생각을 했던 나였다.


이제는 스스로 나를 대접하고 챙겨야 한다는 걸 알았다. 

스스로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대접하면 다른 이에게도 바라지 않고 대접하게 된다.


해주고도 내가 해준 만큼 언제 돌려봤나 생각하지 않은 내가 지금 존재한다.

매일 나에게 선물을 하고

매일 나에게 대접하는 날은 그렇게 행복할 수 없다.


가장 가지고 싶었던 비싼 그릇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담아 예쁘게 세팅된 식탁에 앉아 있으면 여왕이 부럽지 않다. 



삼겹살 덮밥


식탁 매트는 가장 화려한 색상으로 구입했다. 내가 원하니깐.

그릇 또한 가격 생각하지 않고 샀었다.


그 그릇에 가장 맛있는 음식을 담는 느낌은 사소하지만 강렬한 행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그저 나와 근거리,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행복은 늘 기다리고 있었다.

작고 사소하지만 이 행복이 모이면 어느 순간 눈덩이로 변해서 더 큰 기쁨과 행복이 다가온다.


난 그걸 믿거든. 믿어서 나에게 확신이 있다.



삼겹살 덮밥

무미건조한 식탁에 앉아 혼자 먹는 밥에서 오늘 나에게 대접하는 마음으로 밥을 먹으면 색다르게 더 맛있다.

누군가가 나를 생각해서 해 준 밥맛.

그것이 나 자신이어서 기뻤다.


이 맛있는 음식을 어린아이가 알아줬으면 좋겠다.

함께 그 행복을 누리고 싶다.


함께 배우며 아이는 성장하고 나는 늙어간다. 그러나 아이는 얼른 성장해서 나와 와인 한잔했으면 하는 바람은 크다. 아이와 와인 한잔 할 수 있는 그날은 나는 정말 늙어 있을 테지만 말이다.


우주의 법칙을 바꿀 수 없다면 내 마음을 스스로 비꿔야 하지 않을까?

늙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세상살이를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큰 엄마여서 아이가 얼른 자라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는 태어나서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그게 무섭다면 지금 이 순간을 가장 행복한 날로 만들어야 한다.

음식이든

행동이든

마음이든

말이든 뭐가 됐든 행동에 옮겨야 한다.


흙으로 돌아가기 전 더 맛있는 음식을 나에게 대접하고 내가 나에게 왕으로 대접한다.

그럴 가치가 우리에게는 충분하고 마땅히 받아야 할 가치이다.


혼자서 먹는 밥.

그래서 더 좋다.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어서.

계속 공주처럼 살아간다.

앞으로도 공주처럼 살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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