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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Oct 27. 2022

엄마! 금쪽같은 내 새끼 상담 신청해

엄마 에세이

자주 보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채널A 목요일에 하는 금쪽같은 내 새끼다. 오은영 박사님 말과 주인공의 사례를 보다 보면 나의 어린 시절과 지금 아이의 모습이 겹쳐지곤 하는데 내가 뭐를 놓치고 있는지 명확하게 보일 때가 있어 자주 본다.


그렇게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다 어느 날 아이가 내 귀에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엄마도 저기에 신청해" 말이었다. 무슨 말인지 몰라 아이를 봤는데 아이의 시선은 티브이에 고정한 채로 엄마인 나에게 사연을 보내라는 거였다. "여니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왜 신청해야 해" 질문을 아이에게 던졌다.


그렇게 한 주 두 주가 흐른 후 셋째 주가 되는 날 아이는 더 강하게 "저기 사연을 보내봐"라는 말을 확실하게 표현했다. 너는 문제가 없는데 왜 신청해야 하는 건데라는 질문에 드디어 아이 입에서 속 시원한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저기 다른 엄마도 나오잖아. 그러니깐 엄마도 신청해. 저기 엄마가 문제라서 아이가 힘든 거 아니야?"라는 질문이 나에게로 왔다.


아이 말을 듣고 내가 뭐를 놓쳤는지 알 수 없었다. "엄마는 프로그램에 사연을 보낼 생각이 없어. 그러니 자꾸만 저기에 사연 보내라고 말하지 마" "아니야 해야 해. 엄마는 이유 없이 여니에게 화를 내고 짜증을 내잖아."

아뿔싸 내가 놓쳐버린 것이 바로 저거였다. 


이유 없는 화가 어리고 여린 아이, 즉 나보다 상대적으로 연약한 아이에게 화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 없이 했던 행동은 급기야 아이에게 따끔한 지적으로 다가왔다.

"미안해 여니야. 그동안 엄마가 너에게 화를 많이 냈구나. 네가 미워서 화를 낸 건 아닌데 너에게 상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엄마가 많이 잘 못 했네. 정말 미안해. 엄마 용서해 줄 수 있어?"

"앞으로 화 안 낸다면 용서할게"


일곱 살 아이에게 따끔한 지적이 또 하나를 깨달음을 알았던 것이다. 아이 지적으로 요즘 내 안의 불안한 면을 알아차리려고 노력 중이다. 생각만큼 뜻대로 되지 않은 일에 미련을 버리고 시간에 맡기자는 결론이 들 때 아이는 따끔한 지적이 나에게 다가왔다.


마음이 불안하니 아이의 사소한 투정조차 받아들이지 못하고 버럭 화를 냈다. 아이에게 나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받고 불안한 마음을 떨쳐내고 웃는 얼굴로 아이와 대화를 했다.


"이젠 엄마를 용서할게. 엄마가 화내면 정말 무서워"

"무서웠구나. 많이 무서웠구나. 엄마가 이유 없이 또 화를 내면 여니가 엄마에게 말해줘. 엄마도 노력할게. 엄마 용서해줘서 고마워"


이렇게 극적으로 화해를 하고 난 후 더는 아이가 사연을 보내라고 말하지 않는다. 참 다행이다. 사소한 화를 내지 않고 잘 지내고 있어서. 아이 상처를 더 깊어지지 않을 때 서로 대화가 되어서 참 다행이었다. 지금은 TV나 유튜브에 금쪽같은 내 새끼를 틀어놓지 않는 아이. 엄마가 번성해서 그런지 아이는 채널A 채널을 틀지 않는다.


밥상머리에서 어느 날 아이가 말했다. "며칠 전 엄마가 화냈잖아. 근데 그때는 왜 나를 안 안아줬어. 난 기다렸는데" 또 아불싸 했다. 아이 잘못된 행동을 지적했을 때 아이는 억울해서 울었다. 울고 있던 아이를 안아줘야 하는데 그걸 놓친 것이다. 놓친 부분을 아이는 며칠이 지나서 웃으면서 말했다.


"엄마가 깜빡했나 봐. 다음에는 놓치지 않을게. 여니 엄마가 안아주지 않아서 슬펐어"

"응. 기다렸어"


아이는 자신이 잘못된 행동일지라도 엄마가 훈육하는 과정이 슬펐던 것이다. 실수하며 성장하는 건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과 같았다. 작은 사회가 가정이라는 말이 있듯, 작은 사회에서 알차게 실수하고 엎어지고 주저앉더라도 다시 일어서서 서로 배려하며 상처를 보듬어 준다면 큰 사회에 나가더라도 실수하고 실패하더라도 인정이 빠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 시작은 가정이라서 내가 받지 못한 위로를 아이와 내가 서로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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