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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Oct 28. 2022

부모 자식 간 분리를 명확하게 해야 할 때

엄마 에세이


며칠 전 엄마와 말다툼이 있었다. 생각과 말이 부정적이어서 그런 말 하지 말아 달라고 했더니 자신은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았다며 화를 냈다. 부모는 자신이 한 말이 그 어떤 나쁜 의도가 없다고 말했고 듣는 자식 입장에서는 강하게 나쁘게 들렸다. 여기서 부모 자식 간 분리가 명확해야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나 또한 내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았는지 생각하게 했다.


과거 나는 엄마 말에 반박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부정적인 소리를 피붙인 가족에게 듣게 되면 그 순간만큼은 기운이 빠지고 불쾌하다.


길게 통화를 했다가는 없던 말까지 나오고 묵혀두었던 오래전 감정까지 일어날 거 같아서 이내 통화를 마무리했다. 솔직히 말하면 피했다. 부모와 오랜 다툼은 서로 간에 힘든 시간만 있을 뿐, 안 보고 살면 되는 남과는 다른 혈연관계라서 내가 먼저 나서서 전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오래전 나와 엄마는 분리가 되지 않은 상황이 있었다. 어린 난 엄마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울면서 찾았고 사람을 만나러 나가는 엄마를 못 나가게 했다. 반대로 생각하면 엄마 역시 그랬다. 맏이가 어디를 가든 엄마는 전화를 해서 꼬지꼬지 캐묻는다. 다 큰 성인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알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서로가 분리되지 않은 상태가 아마도 무의식 속에 사로 잡혀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초등학교 6학년 무렵. 아주 큰 상처가 나에게 있었다. 더는 엄마와 떨어져 지내지 않고 살겠다고 다짐할 때가 그때였다. 그걸 알아버린 엄마는 우리를 키워내면서 "먹이고 재우고 씻기며 두 자매를 키웠다'라는 말이었다. 세뇌 인지도 모르겠다. 그 후로 엄마와 분리가 어려웠다. 지금은 내가 엄마와 분리하려면 엄마는 분리가 힘든 거 같았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아기가 된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 말이 성립되는 지금 현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맏이가 돈을 벌기 위해 첫걸음을 떼려고 할 때 가족이라면 응원을 해줬으면 했다. 그러나 긍정보단 부정이 먼저 앞서는 엄마 말은 가슴이 미어졌다. 그저 나는 엄마에게 따스한 말 한마디, 응원 한마디가 듣고 싶었을 뿐, 내가 하는 그 일에 도움을 달라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는 자신에게 도와달라고 할까 봐 걱정이 앞서는 거 같았다. 자신이 도와주지 못하니 부정적인 말을 내뱉으면 '그거 해서 잘 되는 사람 못 봤다' 비수 같은 말을 했을 것이다.


그렇게 불편한 마음으로 전화를 끊고 곰곰이 생각했다. 단지 엄마 감정 어느 한 부분을 맏이가 건들었다는 결론이 내렸고 그것 때문에 화를 내고 언성이 높아졌을 거라는 추측이 되었다. 몸을 써서 돈을 벌지 사람이 사람을 소개해서 하는 사업 형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이건 엄마 생각과 감정을 나에게 떠 넣기며 강요했다. '그건 하지 마' 한마디로 요약되었다.


무엇을 하던 가족에게 먼저 밝혀서는 안 되는 일임을 한 번 더 깨닫게 되었다. 가족은 가족일 뿐 도와주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 왜 엄마에게 전화를 했을까. 그건 따스한 위로의 말 한마디가 듣고 싶었던 것이다. 그 누구보다 엄마에게 응원이 듣고 싶었던 어린 내가 보였다.


다 잘 되고 있다. 다시 내면 어린아이가 보였다는 건 아직 내면에 남아 있는 상처를 치유하기 위함이라고. 내가 나를 다독이며 스스로 위로했다. 결코 엄마는 하지 않음을 안다. 자식에게 상처를 줘도 된다는 생각. 끊어야 한다. 내 아이에게만은 부모라서 '당연하다'를 끊어버려야 한다.


끊기 위해서 책을 읽고 공부하고 글을 쓴다. 내 안에 상처가 많으면 많을수록 결핍이 심해진다. 그 결핍을 아이에게 또 전하게 된다. 연결 고리를 끊어야 한다. 부모 자식 간이지만 적절한 선은 꼭 필요하다. 남보다 냉정한 사이가 부모 자식 사이다. 나와 아이 간의 선을 분명히 그어야 한다.


엄마와의 대화 그 끝은 말다툼으로 번졌고 서로 간의 생각이 달라서 빚어진 것이다. 엄마는 엄마 인생, 내 인생은 내 인생, 아이 인생은 아이 인생으로 구별 짓자. 엄마는 아직 나와 분리하고 싶지 않은 감정이 있다. 전생에 너와 내가 부부지간이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끔찍했다. 20대 엄마 부탁을 다 들어줬던 맏이가 더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자 실망이 큰 엄마는 내가 뭐를 하던 '안 된다'가 먼저다.


한번 더 다짐한다. 엄마가 나를 분리시키지 못한다면 내가 엄마와 분리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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