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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Oct 29. 2022

가족이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엄마 에세이

동생의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9차까지 힘든 항암치료를 마쳤는데도 동생 몸에 있는 종양은 말을 듣지 않고 몸집을 키우고 있었다. 9차 항암 치료 동안 동생은 많이 힘들어했다. 곁에서 지켜본 나는 그 어떤 위로를 해주지 못했다. '괜찮아'말은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말하는 모순이 보였고 '아프지, 어떡해'는 아픈 사람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은 위로 말이다.


내가 아파 병원에 입원했을 때 병문안 오는 사람들마다 똑같은 말을 했다. "치료만 잘 받으면 건강 찾을거야. 그러니 힘내"라는 말이었다. 환자는 그 누구보다 힘을 내고 싶고 건강을 되찾고 싶다. 하지만 현 상황에 처하면 위로가 말한 그들이 미워진다. "치료? 그래 치료 말은 건강한 너희들에게는 쉬운 말이지. 치료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모를거야.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견디고 치료를 하는 거야. 치료 잘 받아서 두 발로 걸어서 병원과 이별을 고하고 싶어"라고 말한다.


아픈 사람 마음을 너무 잘 알아서 그 어떤 말을 쉽게 할 수 없다. 지금 역시 그렇다. 몇달동안 연락 두절이 된 동생이 갑자기 전화가 왔다. 이건 두가지인데 좋은 일이거나 나쁜 소식을 전하기 그리고 힘든 자신에게 위로 해달라고, 방법을 모르니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담고 연락이 온 것이다.


"여보세요. 오랜만이네"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언니 목소리를 듣고 목이 메여 말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내 목소리가 격앙되자 제부가 전화를 받았다.


9차 항암치료가 끝나고 병원은 찾은 동생네는 참담한 소식을 전하고 말았다. 항암 약은 그 종양의 몸집만 키워냈다는 걸. 다시 치료에 들어가야 한다는 소식에 하늘이 무너졌을 것이다. 이주에 한 번 종양이 있는 부위에 약물을 쏘아야 하는 방사선 치료를 주치의가 말한 것이다.


서울까지 다니기 힘드니 거주지역 병원을 알아보라고 했다는 것. 동생내외는 이런 저런 병원을 알아보다 단칼에 거절을 받고 속상해 하며 나에게 전화를 했고 슬퍼서 눈물이 나서 지금 당장 언니를 볼 수 없다며 자신의 집으로 가고 말았다.


절망이 앞서는 마음을 눌려야 했다. 당사자인 동생은 얼마나 힘들고 슬픔을 짐작하면 내가 더 불안을 더할 수 없었다. 무슨 방법이 있을거야. 일은 벌어졌고 우리가 믿을만한것은 기도뿐이다. 그래 기도하자.


뇌종양은 항암치료보다 방사선 치료가 더 힘들다는 병원측 말에 겁이 덜컥 났다. 항암 치료에서도 힘들어 밥을 못 먹고 힘들어 하는 동생 모습이 파노라마 처럼 스쳐갔다. 근데 종양 부위에 약물을 투입하는 것이 우리 몸을 얼마나 혹사시키는데 온 몸에 있는 세포가 죽어버린다. 나쁜 세포를 죽이기 위해 주위에 있던 나를 살리는 좋은 세포마저 죽이는 형태가 바로 화학 치료법인데 그걸 동생이 다시 시작한다니 앞이 캄캄했다.


방법은 있을건데,

낙담보단 긍정으로 이 난관을 이겨야 하는데,

도저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유난히 동생에게 고난과 역경이 찾아오는 해다. 이걸 잘 이겨내기를 바라며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한다. 20년 전 나를 위해 양산 통도사 절에서 간절히 기도한 동생. 이제는 내가 해본다. 그 기도가 동생에게 전달되고 힘겨운 나날들을 이겨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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