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빈 작가 Oct 23. 2022

우연한 기회, 정말 잘한 선택일까

엄마 에세이

한 달 전쯤 구청 직원에게 전화가 왔다. 그 전화는 여니가 잘 지내고 있는지 아픈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에 대한 안부 전화였다. 이런저런 대화가 오고 가다 그는 나에게 제안했다.


"어머니 혹시 편지를 써 줄 수 있을까요? 드림스타트에서는 모두가 어머님을 선택했거든요"

"무슨 편지를 말씀이신지. 어떠한 내용으로 편지를 써야 하는 건가요?"

"아, 그게 우리 인연이 2년 정도 되었잖아요. 거기에 대한 내용인데 편지 형식으로 써주시면 돼요. 

구청 직원에 대한 느낌이나 소감 정도요"

"그 정도야 문제없이 쓸 수 있어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미리 알고 있으면 준비하기 힘들지 않을 거 같아서요."

"미리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한 번 써볼게요."


통화는 그렇게 끝이 났다.

구청 직원에게 제안을 받을 때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지역 신문에 실린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아주 간단하게 생각했는데 며칠 전 구청 직원이 집에 방문하셨다.

힘든 점이나 도울 일이 있는지 대한 방문이었는데 이런저런 대화하다 연말에 공연이 있고 그때 내가 쓴 편지를 공연장에서 읽어야 한다는 말에 기함을 했다.


"그냥 편지만 쓰면 되는 거 아니었어요?

"아이코 어머니 오해가 있었나 봐요. 그날 우리가 공연을 주최하는데요. 장애인 학생들이 연주가 있고 다른 공연이 많아요. 그때 어머님이 쓰신 편지를 직접 읽어주시면 돼요."

"저 10명 앞에서도 글 읽기가 부끄럽고 두려운데 공연장에서 편지를 읽으면 목소리가 떨릴 텐데요."

"그냥 쓰신 편지를 쭉 읽어주시면 되는데 뭐가 떨려요. 다른 사람 보지 말고 편지만 읽어요"

"몇 명 정도 와요. 우리가 예상한 인원은 200명 정도인데 자신의 공연이 아니면 굳이 안 올 거 같고 100명 정도 예상해요"


이 말을 듣는 순간 '맙소사'가 입 밖으로 나왔다. 과연 이 선택을 잘한 걸까? 한편으로 생각하면 기회일 수 있겠다와 너무 떨릴 텐데 어떻게 하지. 포기할까의 두 갈래에서 갈팡질팡할 때 곁에서 지켜보던 구청 직원은 편안하게 생각하면 된다고 위로를 해주고 자리를 떠났다.


때마침 엄마와 점심을 하면서 구청 직원에게 부탁을 받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엄마는 자신이 처한 상황이 아니라서 그런지 아주 가볍게 답을 주었다.

"청심원 먹고 가" 아주 간단하게 말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해보지 뭐. 글 써놓고 수정을 거듭해서 도와준 그들에게 그리고 앞으로 많은 도움이 필요한 힘겨운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되어달라는 메시지'를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떨려도 어쩔 수 없고 발음이 꼬여 민망해도 어쩔 수 없는 일. 모든 일에는 처음이 가장 두렵고 힘든 법이고 완벽은 없으니 그걸로 위안을 받고 12월을 기다려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하지 말고 쉬세요 이 말이 힘든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