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에세이
벌써 벌써 11월이구나. 시간이 여기서 멈추면 좋겠다는 생각을 마흔이 들어서는 순간 했다.
30대 그 시간은 엄청 느리게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은 한결같이 제 역량대로 움직이는데 난 그 시간을 느끼기에는 느려서 이 시간이 빠르게 흘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만큼 마음이 힘들었다. 건강은 무너졌고 정신은 탁해져서 마흔이 되면 못 쉬던 숨을 쉬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하루를 버티며 살았다. 근데 막상 마흔이 되고 나니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가고 있었다. 잡고 싶어 잡아보지만 모래알을 손안에 한 움큼 잡아보지만, 손가락 사이로 빠지는 것이 바로 시간이었다.
"요즘 시간이 너무 잘 가. 24시간 아니 1초가 아까워.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
"그래 그렇지. 엄마는 마흔이 금방 가더라. 그러다 쉰은 어찌나 시간이 더디게 흐르던지. 예순이 되니 또 빠르게 흐르네. 엄마도 그랬어. 마흔에는 시간이 빠르게 흘려가서 아깝더라. 너도 마흔이구나. 내가 지나간 그 길목에 너도 서있다는 것이 신기해"
몇 년 전 엄마와 한 대화였다. 여니가 네 살쯤 될 무렵. 시간이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숨만 쉬어도 시간은 흘러가지만, 숨 쉬는 시간이 가장 아까웠던 것이 여태 살아온 인생에서 마흔이 처음이었다.
온전히 내 힘으로 살아가는 시기가 마흔,
온전히 내 뜻대로 살아가는 시기가 마흔이었다.
나를 알아가고 내가 뭘 원하는지 알아가는 시간이 바로 마흔이라서 해야 할 일이 많았고 하고 싶은 것들이 쌓였던 시기가 바로 마흔이라는 시간이었다. 너무 행복해서 너무 즐거워서 너무 신기해서 배워야 할 것들이 많아서 그 시간을 잡고 싶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2년 끝자락 시간을 마주하게 되었다. 내 입에서 '벌써'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니 놀라웠다.
'마흔이여 천천히 흘려가도 난 너를 미워하지 않아!
예전 내가 아니야.
그러니 조금만 아주 조금만 천천히 가주렴.
해야 할 것도
이루어 내야 할 것도 많은데 천천히 내 곁을 지켜주렴.
난 열심히 뛰어볼게. 쉰이 오면 더 천천히 가주라'
3년 뒤 나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갈까 궁금하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알뜰하게 계획하여 후회 없는 마흔, 아름다운 마흔이 되도록 오늘도 내가 원하는 그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내리라. 그 시작은 글쓰기이니 난 행복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