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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Nov 01. 2022

결혼으로 인해 다른 사람 인생까지 책임지고 싶지 않아요

엄마 에세이

한 달 전 새로 생긴 네일숍을 알게 되어 기본 케어를 받기 위해 찾았다. 그녀는 딱 봐도 결혼하지 않은 나이가 있는 즉 노처녀 같아 보였다. 요즘 나이를 물어보는 게 실례라 물어보지 못하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나와 비슷한 연배이거나 아니면 조금 아래구나 추측할 수 있었다.


네일 사장은 자신의 친구 아이 이야기를 하며 자신은 "전 내 인생 책임지는 것이 버거워 다른 사람 인생까지 책임지고 싶지 않아요"라는 말을 했다.


사장 친구들이 아이를 잘 키워보겠다며 자신의 삶을 포기한 모습에서 결심한 듯 보였다. 아옹다옹 자신의 삶을 포기 한 모습에 자신은 내 한 몸 책임지는 것도 버거운데 자신의 아이까지 인생을 책임지고 싶지 않다는 뜻이 담긴 이야기를 나에게 했다.


난 그 어떤 말을 할 수 없었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고 있었다. 사실 나 이외 사람의 인생까지 책임져야 하는 그 과정이 쉽지 않다. 이 아이가 사회 일원으로서 잘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열심히 키워내야 한다는 책임감은 그 무엇보다 무겁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람이 하는 일인데 못할 거는 없는 일인데도 그녀는 '결혼' '내 아이' 단어를 지우려고 애를 썼다. 여러 네일숍을 다녀봤지만 자신을 위해 그동안 쌓아 올린 경력은 그녀가 결혼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 살아온 증거물인 거 같았다.


"와! 사장님 대단한데요. 내가 여러 네일숍을 다녀봤지만 네일 심사위원을 하는 사람은 처음 봤고 위촉을 받은 사람 역시 보지 못했어요. 열심히 사셨네요"

"저 여기까지 올라오는데 정말 많은 노력을 했어요. 코피 터질 정도로"


그녀는 자기 외 책임지지 않겠다는 맹세와 함께 이 세계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도전하고 또 도전하며 결혼으로 인해 삶을 포기하는 대신 자신의 삶을 멋지게 그리고 있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키워내면서 엄마는 새로운 이름을 가지지만 나 자신은 잠시 버린다. 가정을 지키고 아이를 잘 키워내야 하는 엄마의 책임. 그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자신을 버리고 가족을 위해 살아오다 자기 자신에 대한 바보 같은 모습을 보게 된다. '조금이라도 나를 위해 살았다면 조금만 나를 위해 시간을 썼더라면' 후회가 밀려오는 날이 있다.


그녀는 결혼하지 않은 일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나를 닮은 아이가 없는 것에 미련을 두지 않았다. 앞으로도 자신은 자신을 위해 도전할 거라고 말했다.


지금 난 도전하고 나를 위해 살려고 노력 중인데 그녀는 일찍 감치 사회의 편견을 버리고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모습에 박스를 보냈다. 그녀를 보며 비교 대신 '난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 내 인생이다' 속으로 외쳤다. 그동안 해보지 못한 것들을 도전한다. 그리고 결과를 기대하지 않고 과정에 의의를 둘 예정이다. 


그녀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부모에게 선포한 후 자신을 갈고닦아 도전을 하며 네일이라는 세계에서 인정하는 인물이 되었다. 그로 인해 부모는 결혼에 대해 강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만약 내 아이가 "난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 거야" 선포한다면 과연 난 어떤 반응을 할까? 아이를 믿으며 한없이 응원해 줄 수 있는 자신은 있는지 나에게 물어보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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