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에세이
며칠 아팠다. 글을 쓰려는 뇌와 아닌 뇌에서 충돌이 생겨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머릿속은 온통 텅 비어 버린 속 빈 강정이 되었다. 에너지 충전을 위해 커피를 마시고 제철 음식을 먹었지만 몸은 축 늘어져 두통은 쉴 새 없이 오고 가면서 그냥 쉬고 싶다는 마음마저 들었다.
가만히 있는 아이와 억지로 놀아주다 아이는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양어깨는 무거워 통증이 심각해졌다.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까? 그렇게 해서 어젯밤 잠을 자고 일어났지만 통증은 더 심각해졌다.
어제는 아이를 위해 아이 데이라고 자칭 말하고 아이를 위해 열심히 돌아다녔다. 집에 오니 이미 몸은 천근만근이 되었고 아이 밥을 할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내가 아프니 너는 굶어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라 카레를 만들기 위해 주방에 섰다. 핑 도는 어지럼증, 골이 흔들릴 정도로 울리는 두통, 쑤시다 못해 돌덩이가 올려진 양어깨가 나를 짓눌렀다.
미열까지 나는 거 같아 아이 밥을 얼른 차리고 안방에 누웠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아이는 겁을 먹었다고 한다.
"엄마가 아프다며 방에 누웠을 때 난 겁 났어. 엄마가 죽을까 봐"
딸은 '죽음'이란? 아주 가벼운 감기 증상에서도 죽음으로 인도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어제 엄마가 너무 아팠어. 정말 정말 힘들어 한 엄마 몸이 이제 쉬어라고 했을 뿐인데 여니에겐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되었구나. 연! 사람은 그렇게 쉽게 안 죽어. 그러니 엄마 아픈 것에 불안감을 안고 있지 마. 엄마는 조금만 쉬면 다시 건강해져. 엄마는 여니가 성인이 되고 결혼해서 아이 낳는 모습을 보고 죽을 거니깐. 알았지"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아이가 나에게 한 말이었다. '죽음'이라는 말을 너무 일찍 아이에게 말한 것이 이렇게 파장이 클 줄이야. 아이를 앉아 놓고 '죽음'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해야 할 듯하다.
며칠 무거웠던 머리와 어깨가 푹 쉬고 나서 가라앉았고 잠시 외출을 하고 나서 사라져 버렸다. 글을 쓰려고 해도 쓸 수 없었던 어제와 오늘 오전. 머릿속이 텅 비어 멍청이가 되었던 오후는 외출이 신의 한 수였다.
내일부터 부지런을 떨어보기로. 계절이 바뀌어 겨울을 맛보기로. 다시 힘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