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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알면 벌고 모르면 돈을 쓴다

엄마 에세이

by 치유빛 사빈 작가

집 재계약할 시점이 도래했다. 20년 12월 24일에 입주는 했으나 이미 계약을 12월 10일에 했던 터라 14일 정도 집이 비워 있었다. 입주 청소를 업체에 부탁하고 그렇게 이사를 했다. 2년이라는 시간이 가지 않을 거 같았는데 눈 깜짝할 사이 훅 지나가버렸다는 느낌이 재계약을 하면서 새삼 느껴졌다.

"2년이 안 갈 거 같았는데 금방 가요" 내가 말하니 앞에 앉아 있던 임대인은 "금방 가요"라고 답을 해주셨다.


2년에 한 번 월세든 전세 보증금이든 올리는 관례를 나 또한 비켜가지 못했다. 부동산 중개인의 상술이 절실하게 드러난 재계약 사건. 부동산 중개인을 통하지 않고 임대인과 임차인 둘이 만나 계약서를 다시 쓰면 되는 일을 임대인은 나와 거래가 처음이라서 공인중개사 중개인과 연결을 원했다며 임대인이 말했다.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중개인이 있는 하에 재계약하는 게 맞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공인중개사 상술을 알았다면 내가 임대인에게 제안을 했을 텐데 재계약이 처음이라서 그리고 모든 것이 처음이라서 그들이 원하는 대로 이끌려갔다. 여기서 내가 처한 상황에 맞게 공부를 해야 했다. 바쁘다는 핑계, 안일한 생각으로 새로운 것을 배웠다.


예전에 윤여정 선생님은 그랬다. "난 70살이 처음이라서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어려워요. 그런데 어쩌겠어요. 살아야 하니 손해를 보든 이익을 보든 앞으로 나가야지요" 오래전 예능에서 했던 말을 나에게 맞게 재해석했다.


난 세입자가 처음이고 재연장 역시 처음이다. 부동산 공부보단 글쓰기가 좋아서 시간을 글쓰기에 할애했고 에세이나 소설책을 좋아해서 부동산 공부를 멀리한 대가였다. 조금만 공부했더라면 손해보지 않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과 후회 뒤에는 또 하나의 세계를 알아가는 것으로 위로했다.


5%로 이상 월세를 못 올려주겠다는 내 입장을 중개인은 이렇게 말했다. "요즘 젊은 분이면 임차인 말을 이해할 텐데 옛날 분이라서 뭐라 할까요. 말이 조금 안 통해요. 우긴다고 할까요" 이렇게 전화 온 것이 아이와 서울 여행할 때였다. 나 또한 기분이 좋은 상태라 내 입장만 고수하면 큰 싸움이 날 테고 기분 좋은 아이를 실망시킬 거 같아 "5프로 말해보시고 안된다고 하시면 2만 5천 원 올려준다고 말해주세요. 더는 바라시면 법적으로 하자고요" 이만 원이면 이만 원이지 이만 오천 원은 뭐냐며 소장은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삼만 원' 말하라는 암묵적인 협박이 있어서 나도 모르게 삼만 원 이상 올려줄 수 없다고 못을 박고 전화를 끊었다. 수수료가 발생될 거라곤 꿈에도 몰랐다.


재계약 절차가 끝나자 소장은 "이제 재계약을 하면 수수료가 발생해요. 그게 오른 금액 삼만원부터예요"라며 미안한 웃음을 보였다. 이때 난 속으로 '진작에 말하지 이제야 말하는 거야. 완전 상술이네. 미리 말하면 내가 올려주지 않을 거 같으니 속였구나' 생각했다.


"그게 언제 생긴 거예요?" 내가 물었다. 생긴 지 좀 됐다면서 말하는 중개인. 임대인은 아는 눈치였다. 아주 적은 금액이지만, 중개인의 상술에 기분이 상했다. 나와 통화에서 월세를 삼만 원 이상 줘야 한다며 자신의 일까지 이야기했다. 자신은 오만 원을 올려줬다며 기분이 나빴다고 했다. 무지한 난 삼만 원 인상된 월세를 재계약을 하면서 수수료를 줘야 했다.


"그럼 중개인 통하지 않고 임대인과 임차인 직접 만나서 재계약하면 수수료가 안 생기겠네요" 내 말에 중개인은 반발했다. 약간 협박 같기도 하고.

"법적 효력이 없어요" 중개인 말이었다. 왜 법적으로 효력이 없을까? 의심이 들어 부동산 공부하는 지인에게 물었다. 지인은 디렉트로 재계약하면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고 법적 효력이 있다는 거였다.

동사무소 직원에게 물었다. 확정일자를 받으면서 공인중개사 연결 없이 임대인과 재계약하면 법적 효력이 있냐는 물음에 당연히 있다고 말했다.


조금 더 공부를 하고 알아봐야 할 문제지만, 양쪽 협의하에 재계약을 하고 계약서를 새로 작성한다면 법적으로 효력은 생길 거 같았다.


또 이렇게 배운다. 알면 돈을 벌지만 모르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공부해야 할 과목이 또 늘었다. 이렇게 기록해두면 기억이 가물거릴 때 찾아볼 수 있어서 부끄럽지만 기록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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