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빈 작가 Dec 08. 2022

라텍스 매트리스는 내게 무거운 존재

아이가 태어날 때쯤 침대를 사용할 수 없을 거 같아서 라텍스 매트릭스를 구입했었다. 아주 어릴 때는 침대 생활이 되지만 어느 시점에서 침대생활이 안될 때가 있다. 그때는 큰 결심을 해야 한다. 침대를 그대로 두고 바닥 생활을 할지 아니면 침대를 없애고 넓게 방을 사용할지 갈림길에 서게 된다.


그 시절 안방이 좁다는 이유로 침대를 치워야 했다. 그리고 집에 들어오게 된 라텍스. 한참 유행을 했던 때라 엄마들 사이에서 '라텍스 라텍스' 하기에 코스트코에서 라텍스를 구입했다. 가격이 합리적이라 퀸 사이즈 2개와 싱글 1개를 구입했다. 


그러나 또다시 이사한 작은 집에서는 내게는 너무나 무겁고 짐스러운 라텍스가 되고 말았다. 이불장에 들어가지 않은 사이즈와 무게, 그렇다고 버리자니 아까웠고 재활용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버리고 싶지 않았다. 싱글 사이즈는 거실에 깔게 되었다. 아이가 뛰다 보니 아래층에서 올라와 항의했다. 매트릭스이지만 소음으로부터 최소화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때론 아이가 낮잠을 잘 수 있는 푹신함, 겨울이면 난방으로 온기가 오래 유지되는 장점, 여름이면 에어컨 바람을 막아주는 방패 역할이 리텍스였다.


또다시 놀이매트를 사고 싶지 않았다. 집에 있는 것으로 대체해야만 하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굳이 사야 할 이유가 없었다. 두껍고 무거운 녀석이 집에서 대기하고 있었기에 매트 겸 매트릭스로 활용했다.


퀸 사이즈 두 개가 문제였다. 퀸 사이즈 하나로 충분한 안방 사이즈. 안방에 퀸 사이즈 두 개를 나란히 펼치고 보니 안방에는 여유 공간이 없었다. 온통 무거운 존재를 풍기는 라텍스만을 위한 공간이 되고 말았다.


큰 트리를 꺼내 달라는 아이 요청에 안방을 활용해야 했다. 두 개가 나란히 깔렸던 라텍스를 질질 끌고 이렇게 놓아봤다 저렇게 놓아봤다 결국 퀸 사이즈 두 개를 포개는 방법뿐이었다. 낑낑 거리며 두 개를 포개고 나니 한 달 동안 아이 몸부림을 온전히 받아내야 하는 내 신세에 한 숨이 절로 나왔다.


라텍스가 점령한 안방에는 아이가 밤새도록 몸부림치면 내가 피할 공간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피할 공간이 없이 온전히 받아내야 할 상황에 처하자 배치를 다시 해볼까 머리를 썼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공간이 나오지 않았다. 안방에 있는 책장이 사라지면 모를까?


아이가 보지 않은 전집 동화책을 정리하고 내가 보지 않은 책을 정리하면 분명 한 짝의 책장은 버릴 수 있을 거 같다. 대대적인 대청소와 정리가 필요할 때다. 타이밍이 맞으면 정리와 청소가 하게 된다. 미루고 미루던 그 일,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되어야 정신을 차리고 몸이 움직인다.


책을 싫어하는 딸, 언젠가는 읽겠지 싶어 동생에게 받은 책은 아이 관심 분야가 아닌 거 같았다. 책으로 공간을 차지해서는 안될 거 같았다. 나 또한 마찬가지. 고전부터 소설까지 읽지도 않고 서평 하지 않을 거면 박스에 챙겨두었다 때가 되면 버려야겠다. 미련을 버려야 공간이 생긴다.


생각을 버려야 창의적이고 설레는 생각을 채운다와 같은 맥락이다. 어지러운 머릿속을 비우려면 물건이든 형체가 없는 감정과 생각을 미련을 두지 말고 버려야 한다.


미루는 병을 올해가 가기 전 없애자. 새해를 한 달 앞두고 '대청소'를 해보자. 몸을 비우고 또 비우며 영양 가득한 음식으로 채우듯 집안에 점령한 물건을 비우고 또 비워내자. 


내게 무거운 녀석. 잘하면 퀸 사이즈 매트릭스 하나를 비울 수 있을 거 같다. 재활용 수거 업체에 전화할지도 모른다. 먼 훗날 이사를 하면 침대가 침실에 들어갈 거 같으니깐. 

매거진의 이전글 똥 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