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빈 작가 Dec 10. 2022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정말 고마워' 생일 영상에 감동

엄마 에세이

"엄마! 내 생일날 영상을 찍어서 유치원에 보내" "왜?" "아니 그렇게 다들 해" "누가 하는데" "친구 엄마들이 다 보내" 아이 말을 들어보니 자신의 생일만 기다리는 거 같았다.


"내 생일이 언제야" "넌 겨울에 태어나서 아직 멀었는데" "나를 왜 겨울에 낳았어? 조금 더 일찍 낳지" 아이는 억울해했다.


유치원에서 생일 파티를 하는데 생일 원아 엄마들이 영상을 보내는 이벤트를 했던 모양이다. 케이크 초를 끄기 전에 엄마들이 보낸 영상을 보고 친구들이 생일 노래를 불러주는 시간을 여니는 10개월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11월 말 "여니 생일이 다가오니 엄마가 영상을 찍어야 하는데 뭐라고 말해줄까" "생일 축하해하면 되지" "그것보다 이건 어때?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너무 고마워"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면 좋다고 했다.


이쁘게 하고 영상 찍어 달라는 아이 당부에 안 하던 화장을 하고 에바 알머슨 그림이 있는 곳에서 촬영을 했다. '세연아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정말 고맙고 생일 축하해. 엄마가 많이 많이 사랑해' 남겼다. 유치원에서 생일 파티를 한 날 아이는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생일 파티 어땠어?" "너무 행복했어. 엄마가 티브이에서 나오는데 부끄러웠어" "왜 부끄러운데? 엄마가 뚱뚱해서?" "아니.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고마워한 말이 부끄럽더라고" "다른 엄마는 이런 말 안 했어" "응, 그냥 누구야 생일 축하해라고 하던데 엄마만 길게 했어. 그래서 부끄럽고 행복했어" 


영상을 보낸 날 선생님에게 알림장이 왔었다. "어머님 세연이가 너무 좋아할 거 같아요"라는 메시지였다. 유치원에서 엄마 영상을 보고 싶다고 졸랐던 아이는 친구들이 보기 싫어요라고 말한 것에 섭섭했다고 말했다. 선생님이 또 틀어준다고 해놓고 안 틀어줬다며 속상한 마음을 마음껏 털어냈다.


"그 영상 엄마 폰에 있으니 여니가 보고 싶을 때 말해. 또 보여줄게" "엄마한테도 있어? 그러면 좋지" 팔짝팔짝 뛰던 아이는 여러 번 반복해서 듣더니 행복하다고 나를 꼭 껴안았다.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오은영 박사님 저자의 책에서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말을 매일 아이에게 해주라고 강조했다. 받아보지 못해 쑥스러울 부모들에게 그 마음을 이해해주면서 아이에게 '엄마 딸로,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말을 듣는 아이는 행복감에 사로잡힌다고 했다. 그걸 실행에 옮긴 결과 아이 입은 귀에 걸렸고 여니는 유치원 차 안에서 애정표현을 쑥스러워하던 손가락 하트를 날린다.


엄마가 마음을 표현함으로써 아이는 두배로 표현하고 엄마 존재를 자신의 편이라는 걸 인지하는 거 같았다. 사랑 많은 아이로 키우고 싶어 육아서적을 많이 읽었고 심리서를 끊임없이 읽고 있다.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행동에 옮긴 결과 아이는 자신의 감정 표현에 인색하지 않았다.


앞으로 노력에 노력을 해야 한다. 말버릇을 고치는 일은 쉽지 않지만 해야만 한다. 부드럽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과 이미 다친 마음을 만져주는 일은 나 자신에게 하는 것과 같은 행동이기에 미루어서는 안 된다. 


'사랑해 사랑해' 열 번 말하는 것보다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말이 아이 마음을 요동치게 한다는 걸 실행에 옮기고서 크게 알았다. 오늘은 어떤 말버릇을 고쳐볼까 책을 펼친다.

매거진의 이전글 라텍스 매트리스는 내게 무거운 존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