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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Dec 11. 2022

슬펐던 나의 첫 무대를 기록하다

엄마 에세이

몇 개월 전 구청 직원과 약속한 것을 이행하는 날이 왔다. 몇 날 며칠 읽고 또 읽으면서 슬픔을 쏟아냈다. 다 쏟아내서 당일날은 무난하게 할 거라고 나를 믿었다.


그런데 막상 그날이 오고 그 자리에 있으니 이름 모를 슬픔이 닥쳤다. 사회자가 내 이름을 부를 때까지 괜찮았다. 단상에 서는 순간, 내가 쓴 글을 보는 순간 눈물이 눈앞을 가려 떨리는 목소리가 나왔다.


긴 숨을 토해내고 다시 글을 읽으려는 순간 잔잔한 음악이 나왔다. 또다시 울컥하는 내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더는 편지 낭송을 할 수 없어 잠시 멈추고 노래를 꺼달라고 요청을 했다. 연이어 관중석에서 '울지 마 울지 마'하는 응원의 소리에 용기를 다시금 냈다. 


떨리는 것보다 2년 동안 고군분투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글을 읽을 수 없었던 것이다. 편지 낭송하러 가기 전 초교를 읽고 수정할 부분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몰입을 심각하게 했고 주체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편지 낭송하기 전 글이나 쓸 걸, 초교는 왜 봐서 라는 후회가 밀려왔다. 1분 정도 편지를 낭송하는 동안 목소리는 떨려 갈라졌다. 그래도 읽어야 했다. 중도에 포기란 나에게 없기 때문이고 아이에게 당당한 모습을 보이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관중석은 캄캄해서 사람들 눈을 볼 수 없었지만 100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두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인 곳에서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편지를 읽어 내려가면서 관중석을 바라보았고 머릿속은 텅 비어서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끝까지 떨리는 목소리를 달래지 못한 채 그곳에서 내려와야 했다. 사회자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뜸을 들이고는 내가 단상에 다 내려와서는 박수를 부탁한다는 한마디를 했다.


내 자리를 가려다 멈추고 고개 숙여 감사함을 표했다. 자리에 앉는 순간 아이는 할머니가 운다며 할머니 보라고 귓속말을 했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엄마는 긴 숨을 들이쉬며 뒤에서 우는 소리가 간간이 들렸다고 말했다.


내가 쓴 편지는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꼭 안아준 거 같았다. 내가 쓴 글이 다른 이에게 눈물을 흘리게 했다. 화장실에서 어떤 부모를 만났는데 그분은 나를 보더니 눈물을 너무 흘렸다고 말했다. 화장을 하고 왔는데 편지를 듣는 순간 눈물이 나서 화장이 지워졌다고 말했다.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상황이라 슬펐다고 한다. 


이내 슬픔을 드려서 죄송하다고 했더니 아니라고 상황이 비슷해서 눈물이 났다며 웃으며 화장실로 향했다. 나의 한계를 하나 깨부순 날이다. 고요한 분위기 속에 내가 하는 말을 들어준 그곳에 계신 모든 분들에게 용기를 받은 거 같다. 앞으로 더 나아가도 된다고 말하는 거 같았고 힘을 주는 거 같았다.


여니에게 완벽은 없다고 엄마가 용감하게 사람들에 앞에서 잘하고 올 거라고 아이의 힘을 받았다. 


오늘은 나 자신과 싸웠고 이겼다. 뭐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시간은 지나갔다. 마음에 저장해두었다 다음에 기억해서 조금 더 용기를 내보기로. 값진 오늘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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