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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Dec 17. 2022

아이의 꿈, 핑크빛 꿈

엄마 에세이

"내 방이 필요해. 핑크 피아노, 핑크 책상, 핑크 침대가 필요하고 침대는 공주로 해줘야 해" 아이의 꿈이다.

"난 마당이 있는 집에 살고 싶어. 이것도 안 돼" 점점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집과 방을 상상하며 엄마인 나에게 현실로 실현해달라고 요구했다.


"엄마가 돈을 많이 벌어야겠는데.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어서 여니가 원하는 모든 걸 들어줄 수 있을까 엄마가 고민해볼게"

"지금 당장 안 돼?" 아이는 말만 하면 뚝딱하고 나타나는 간식으로 생각했다. "이건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해. 걱정 마. 너 핑크 좋아하는 그 나이에 꿈을 이루게 해 줄게" 


사실 나도 넓은 마당이 있는 집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다. 그 마음을 읽었는지 아이는 자꾸만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고 한다.


아주 어릴 때 내가 꿨던 꿈을 내 아이가 꾸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미안했다. 내가 어릴 때 꿨던 상상의 집은 2층 집에서 내 방이 있고 레이스 커튼과 침대만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20대쯤 엄마는 2층 집으로 이사를 했고 내 방이 아닌 자매 방을 꾸머 주었는데 더블 침대와 연둣빛과 주황색이 들어간 커튼으로 레이스를 대신했다. 내 아이처럼 난 엄마에게 말한 적이 없다. 엄마에게 부담이 갈까 봐서 그냥 내 방이 있었으면 했다.


혼자 있을 수 있는 방은 아니지만 독립적인 방이 생겨 그 당시 많이 기뻤다. 몸부림이 심한 동생은 더블침대에서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잠결에 침대에서 떨어졌으니 얼마나 아팠을까. 결국 동생이 벽 쪽으로 내가 바깥으로 위치를 변경했다.


20년 만에 공주방이 생겼던 것이 내 가슴 깊은 곳에 남겨 있다. 내 옷장, 내 화장대, 내 방이 생겼다. 새로 산 옷이나 화장품을 몰래 훔쳐 쓰던 동생과 함께 방을 쓰더라도 그때는 그때만의 맛이 있었다. 숨을 공간이 있어서 안심이 되었다.


딸의 요청, 핑크 공주 방을 실현하기 위해서 지금부터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할 시간이다. 핑크 방을 내놓으라고 조르던 아이는 요즘 크고 넓은 집으로 이사 가자고 조른다.

"이 집이 작다고 느껴져? 봐봐. 엄마가 누워도 여니 누을 공간이 충분하고 저기에 할머니나 이모가 누워도 될 만큼 우리 집 커. 없는 거 없이 다 있는 우리 집 부자야"

"아니 그런 말이 아니잖아. 나 혼자 있을 방이 없잖아"

"방이 있다고 치자. 너 무서워서 잠은 엄마와 잘 거잖아" "그거야 그렇지" "거봐. 지금 당장 방이 필요한 것이 아니야. 우리 집 대게 넓어. 티브이 놓을 공간, 소파 놓을 공간, 밥 먹을 수 있는 공간,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이 있잖아. 친구들이 너희 집 커 물어보면 당연하지 우리 집 커라고 말하면 돼. 여니가 봐도 우리 집 크지 않니"

"엄마가 그렇게 말하니 넓어 보여. 근데 천안 집보다 작잖아"

"거기는 이제 우리 집이 될 수 없어. 엄마가 팔아버렸거든. 다른 사람에게 돈 받고 팔았어"

"왜 팔아?" 아이의 질문은 집요했다. "우리가 거기서 안 살 거니깐. 엄마 고향에서 살 거고 이모가 있고 할머니가 있는 곳에서 살아야 하니깐 팔았지" 

"우리는 언제 크고 넓은 집으로 갈 거야"라고 물었다. 2년 뒤 여기보다 조금 더 큰 곳으로 이사 가자고 말했고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주방에서 조금 더 크고 넓은 집으로 이사 가기를 바라는 아이는 이방 저 방 둘러보더니 우리 집이 작은 건 아니네 말한다. 안도의 숨을 쉰다. 집에 짐이 많고 살림이 많아서 좁아 보이는 거고 곧 정리할 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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